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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입지 약화'된 조현아, 내세울 '패'가 없다추천한 김치훈 후보 사퇴로 입지 약화…한진그룹, 호텔 매각으로 경영복귀 차단

박상희 기자공개 2020-02-24 09:26:27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0일 18: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반기를 들면서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과 손을 잡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위기에 직면했다. 조 회장에게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빼앗아오기 위해 적과 손을 잡았지만 '조현아 이미지'를 지우고 싶어하는 연합군에게 조 전 부사장은 지분율(6.49%) 그 이상의 의미가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최근에 3자연합이 한진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가 입장을 번복하면서 조 전 부사장의 입지는 더욱 약화됐다. 김 전 상무는 연합군 지분율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이 추천한 인물로 알려졌다. 조 전 상무는 20일 3자연합이 '한진그룹의 현재 위기 진단과 미래방향 그리고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도 불참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자연합이 추천한 한진칼 이사회 후보 8명은 KCGI,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에서 지분율에 따라 추천한 인물로 꾸려졌다. KCGI 측에서 4명, 조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이 각각 2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17.29%로, KCGI는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반도건설 측은 8.28%, 조 전 부사장은 6.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출신인 김 전 상무와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반도건설은 구본주 변호사와 이형석 수원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나머지 4명은 KCGI에서 추천했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이 추천한 김 전 상무는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 전 상무는 17일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서신을 통해 "3자연합이 본인을 사내이사후보로 내정한 데 대해 이자리를 빌려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며 3자연합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상무의 사퇴로 그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조 전 부사장의 입지는 약화됐다. 만약 3자연합이 추천한 이사 후보가 모두 주총에서 승인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조 전 부사장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는 함철호 후보뿐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3자연합이 주장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는 세 주체가 지분율(4:2:2)에 따라서 후보 추천을 나눠먹기 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조현아 전 부사장은 김치훈 전 상무 사퇴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부터)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식적인 참석자는 강성부 KCGI 대표와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이 전부였다.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비리와 전횡 등을 비판했던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은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KCGI와 반도건설이 경영권 분쟁에서 조 전 부사장의 전면 등판을 원하지 않을 경우 조 전 부사장은 달리 내세울 수 있는 패가 없다.

그렇다고 조 전 부사장이 마음을 바꿔 조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과 화해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 연초 KCGI 측과 손을 잡으면서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진그룹은 왕산레저개발과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매각 등을 공언하면서 조 전 부사장이 관여하던 호텔사업 정리에 들어갔다. 사실상 등을 돌린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응징의 성격이 짙다.

당초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 반기를 든 것은 경영 참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은 호텔사업뿐만 아니라 항공 등 핵심 사업 부문에서도 경영권을 요구했다"면서 "더구나 당시는 재판 기간 중이라 자숙이 필요하다고 권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호텔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이견도 컸다. 조 회장 측은 대한항공 경영난을 이유로 호텔사업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했으나 조 전 부사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한진그룹이 발표한 왕산레저개발이나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매각을 비롯한 구조조정 안을 지난해 조 전 부사장에게 이야기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 전 부사장이 이를 모두 거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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