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열전]5년 균주 논란…무엇을 남겼나②기술력 키웠지만 美 엘러간만 '득 봤다' 지적도
최은수 기자공개 2020-03-10 07:16:01
[편집자주]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보톡스를 대명사로 만든 미국 엘러간의 아성을 한국 바이오텍들이 무너뜨릴 차비를 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석권한 상태다. 글로벌 퍼스트인 클래스 의약품을 로컬 기업이 극복한 유례없는 사례다. 이 과정에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품질 및 균주 논란 등 내홍의 흔적도 역력하다. 더벨은 보톡스 시장을 통해 본 한국 바이오텍의 글로벌 시장 진출 현황과 과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6일 11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다. 치열한 경쟁은 균주 논란으로 이어졌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간 균주 논란은 5년간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5년간 진행된 치열한 싸움 뒤 한국 보톡스 업계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양사의 갈등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은 기술력을 키워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2조원에 달하는 미국 시장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양사의 균주 논란이 엘러간의 미국 시장 지키기에 도움이 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소모적인 균주 논란 속에 더 빨리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시간을 실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디톡스 VS 대웅제약 막전막후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원조는 메디톡스다. 메디톡스는 글로벌 1위로 손꼽히는 엘러간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가장 먼저 앞지른 업체다.

균주 관리 역시 까다롭다. 메디톡스는 자신들의 균주가 외부에 유출돼 대웅제약 등이 이를 카피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메디톡스 균주는 위스콘신 대학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체 가운데는 제테마를 제외하곤 균주에 대한 명쾌하게 출처를 공개한 곳이 없다.
균주 논란의 상대방인 대웅제약은 2014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국내에 처음 출시했다. 나보타 출시 전에 대웅제약에 메디톡스 직원들이 이직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균주 논란이 시작됐다.
원조격인 메디톡스는 나보타를 출시한 대웅제약이 균주를 불법 취득했다고 주장해 왔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2016년 기자회견을 열고 균주 논란을 공론화했다. 이후 공개석상 등에서 대웅제약의 나보타 균주 출처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해 왔다.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균주 출처를 2006년 경기도 용인시 인근 토양에서 분리·동정(검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메디톡스는 전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전체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절취해 대웅제약에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메디톡스 공격에 대웅제약 정중동
양사의 균주 논란은 메디톡스의 공격과 대웅제약의 방어로 이어졌다.
메디톡스는 2016년 대웅제약을 상대로 국내 경찰 등에 불법 취득과 관련한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는 무혐의로 내사 종결됐다. 이어 메디톡스는 미국과 국내 법원에 지적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6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 10월에 국내 법원에도 소장을 냈다.
미국에서의 소송은 2018년 4월 각하됐지만 국내에선 아직 진행 중이다. 메디톡스는 2017년 12월엔 나보타의 전 세계 최대 보톡스 시장인 미국 진출을 막아 달라고 미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신청(BLA) 승인 거부 시민청원을 내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무대응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신 나보타를 활용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물밑 작업을 했고 실제로 메디톡스보다 미국 진출에 한걸음 더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엘러간이 노린 것…한국이 놓친 것
양사의 균주 논란은 한국 업체간 자존심 싸움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엘러간의 미국 시장 방어에 활용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9년 1월 30일 엘러간은 메디톡스와 함께 대웅제약 및 나보타의 미 독점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영업 비밀'(trade secrets)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ITC에 제소했다. 양사 간 분쟁이 미국(엘러간, 에볼루스)과 대한민국(메디톡스, 대웅제약) 4사로 확대됐다. ITC 결과는 늦어도 올해 안에 도출된다.
FDA가 나보타의 판매 허가관련 입장을 내기 이틀 전 엘러간이 ITC에 균주 논란 이슈를 제시한 것을 두고 의혹이 제기된다. 국내 톡신 업체들의 소모전을 유발하기 위해 엘러간이 배후로 가세했다는 의혹이다.
엘러간과 메디톡스의 관계는 협력 관계로 알려져 있다. 엘러간은 2013년 9월 메디톡스의 액상형 보톡스 제품인 '이노톡스'를 기술도입했다. 그러나 5년이나 지난 뒤인 2018년 9월엔 2022년경 상품 출시를 목표로 한 상업화 로드맵을 선보였다. 결과론이지만 메디톡스가 2013년 미국에 직접 진출을 타진했다면 엘러간의 상업화 로드맵보다 빨리 진출이 가능했다. 결국 엘러간의 메디톡스 기술 도입(라이선스 인)이 결국 미국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경쟁사 진출을 봉쇄하려던 전략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엘러간 M&A 빅딜 체결 등을 놓고 봤을 때 자신이 유리해질 때까지 공격자가 속공을 못하도록 시간을 끄는 디나이 디펜스(Deny Defence)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딜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앞서 봉쇄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단 해석이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의혹은 의혹일 뿐이다. 엘러간이 이노톡스의 제품 개발에 늦은 이유는 내부 사정에 불과하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엘러간은 2019년 6월 글로벌 빅파마인 애브비(AbbVie)와 630억달러(약 73조원)에 M&A 빅딜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른 신약 물질과 빅딜이 더 시급했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있다.
◇결국은 글로벌 진출이 과제
5년간 균주 논란 속에 한국 보툴리눔톡신 제제

남은 과제는 ITC의 판정이다. ITC의 예비 결정은 6월, 최종 결정은 10월 예정돼 있다. 업계에선 ITC에서 메디톡신과 엘러간의 손을 들 경우 △수입 및 유통 금지 △수입은 금지하나 기존 물량까진 유통 △미국 유통사인 레볼루스에만 제재 등이 가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 측은 ITC의 판정으로 나보타의 미 판매 허가가 번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혹여 ITC에서 메디톡스 및 엘러간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손해배상 또는 로열티를 지급하는 선에서 갈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균주 논란 속에 한국 보툴리눔제제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은 가시화되고 있다. 반대로 글로벌 시장 문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문턱을 크게 높였다. 국내 업체들은 2018년 7월 중국 식품의약품관리국(CFDA)이 허가를 받지 않은 톡신 불법 유입을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중국향 수출이 급감했다. 작년 하반기엔 국내 업체 중 수출용 제품의 품질 논란이 일며 식약처에서 강제 회수 및 폐기 처분하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의 균주 및 품질 논란이 일단락되고 제도가 강화될 경우 기존 허가를 취득했거나 논란에서 벗어난 업체들의 산업 내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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