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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기 ‘미국 소상공인 대출펀드’ 경고등 해외운용사 크레딧이슈 ‘속수무책’…운용업계 “실시간 파악 한계”

이민호 기자공개 2020-03-06 07:49:05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4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B자산운용의 미국 소상공인 대출펀드에서 환매연기가 발생하며 국내에 다수 설정돼있는 유사한 전략의 펀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에서 대출(렌딩) 플랫폼을 통한 대출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며 2016년부터 국내시장에도 소개된 이 상품은 짧은 만기와 높은 수익률로 리테일 시장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해외 운용사의 회계부정 등 크레딧 이슈 가능성과 실사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불투명한 투자구조 등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운용업계는 해외 운용사의 회계부정까지 일일이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2016년부터 국내 본격유입…1년 만기·7% 수익률 ‘인기’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B자산운용은 최근 ‘TCA 글로벌크레딧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수익자들에게 오는 12일로 예정됐던 상환일의 연기를 통보했다. 이 펀드는 미국 TCA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소상공인 대상 대출펀드에 재간접투자한다. 올해 1월말 TCA자산운용 내부고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자산규모 및 수익률 조작 혐의를 조사하자 TCA자산운용이 자체적으로 지급정지를 결정했다.

미국 소상공인 대출펀드는 미국이 경기상승 국면에 진입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소개됐다.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소상공인과 영세기업이 주로 핀테크 형태인 렌딩 플랫폼으로 몰리며 시장이 크게 성장한데다 금리하락 국면에 진입하며 낮은 금리로 리파이낸싱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해외 운용사들은 이때부터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들에 상품을 소개하며 적극적은 마케팅을 펼쳤고 국내에서는 해외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던 시장 분위기에서 훌륭한 투자처로 인식됐다.

미국 현지 렌딩 플랫폼에서 소상공인에 매출채권 등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하고 미국 운용사가 해당 대출채권들을 기초자산으로 펀드를 설정하면 국내 운용사가 해당 펀드에 재간접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다. 주로 1~2년의 짧은 만기에 연 7~9% 수준의 목표수익률을 제시하는 확정금리형 인컴상품으로 소개되며 국내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담보로 제공받는 매출채권이 상거래채권인 특성상 상환기한이 대부분 2년 이내로 책정되기 때문에 펀드만기도 이에 맞춰 짧게 설정됐다.

JB자산운용, 골든브릿지자산운용, 한국대안투자자산운용, 디스커버리자산운용뿐 아니라 몇몇 중소 규모 헤지펀드 운용사도 소싱에 나섰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며 대출 수요가 활발히 일어났고 상환도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선순환구조로 인식됐다.

◇차주사 채무불이행·해외운용사 분식혐의 '대두'…국내운용사 '촉각'

하지만 미국 경기 사이클이 고점을 통과하며 성장이 둔화되자 차주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여기에 해외 운용사의 분식회계 혐의가 잇따라 불거지며 신뢰성에 의문이 생기자 국내에 설정된 관련 펀드도 경각심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번에 KTB자산운용이 환매연기를 선언한 것은 SEC가 TCA자산운용의 회계조작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에 착수했기 때문인데 이는 지난해 5월 불거졌던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US핀테크채권펀드’ 환매연기 때와 유사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미국 다이렉트렌딩인베스트먼트(DLI)의 소상공인 대출펀드에 재간접투자하고 있었는데 SEC는 DLI가 일부 차주의 디폴트에도 대출원금과 이자의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처럼 회계를 조작하면서 자금 유치를 지속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SEC가 조사 작업을 이유로 DLI 펀드의 자금유출입을 금지하며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환매연기를 선언한 원인이 됐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자문사였던 디스커버리인베스트먼트 시절부터 JB자산운용과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미국 소상공인 대출펀드에 자문을 맡을 정도로 관련 상품의 국내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하우스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이어 최근에는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가 투자했던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이 기준가 조작 혐의로 SEC 조사를 받기도 했다. 소상공인 대출펀드의 담보(매출채권)와 기초자산(대출채권) 등 투자구조가 무역금융펀드와 유사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운용사 "실사 한계"…트랙레코드 ‘의존’

이에 대해 운용업계는 단순히 차주의 디폴트로 투자금을 회수가 불가능해진 경우와 해외 운용사의 의도적 분식회계로 기준가가 조작된 경우는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차주의 디폴트라면 투자손실로 귀결되는 본질적인 리스크이지만 조직적인 기준가 조작이라면 예상하기 어려운 불법적인 행위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 대출펀드가 국내에 소개될 때부터 해외 운용사의 크레딧 이슈 가능성과 대출구조의 불투명성은 꾸준히 리스크 요인으로 제기돼왔다”며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는 우려하던 것들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보의 불투명성이라는 한계로 국내 운용사가 이런 불법적인 행위를 투자 이전에 파악해내거나 투자 이후에도 꾸준히 모니터링해내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데 있다. 국내 운용사가 현지실사를 거치더라도 투자구조 가장 밑단인 렌딩 플랫폼과 차주와의 거래내용을 일일이 파악하기 힘들며 일반적으로 과거 수년간 디폴트 및 정상상환 빈도 등 트랙레코드를 보고 재간접투자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과거보다 설정 빈도는 줄었지만 현재 교보증권 인하우스 헤지펀드를 포함한 다수 국내 운용사가 미국 소상공인 대출펀드를 설정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교보증권의 경우 미국 경기하강에 대비해 지난해 대부분의 관련 펀드를 조기청산한데다 캐피탈사나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발급된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두고 있으며 차주의 부동산까지 담보로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SEC에 등록돼있는데다 7~8년 정도의 트랙레코드를 확보하고 있는 해외 운용사라면 성과에 대한 확신은 못하더라도 적어도 회계부정을 의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최근 몇 년간 소상공인대출이나 무역금융 등 이름만 조금씩 다를 뿐 매출채권을 근거로 하는 얼터너티브론(alternative loan) 기법의 펀드가 국내시장에도 많이 소개된 상황”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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