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12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5년전 총수 데뷔 무대는 대국민 사과였다.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에 대해 삼성공익재단 이사장 신분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재단이 운영하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가 확산되고 오히려 감염을 키웠다는 비난 때문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이 매개체가 돼 메르스 감염자가 속출하고 사망 사고도 빈번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메르스 종식을 위해 병원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음압병실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병원 개조엔 1000억원을 썼고 감염병 종식을 위해 백신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기로 했다. 국제 백신연구소에 지원금을 기부해 메르스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투자도 이행하고 있다.
5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다시 감염병 사태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 일로에 있고 주요 국가에서 한국을 입국 금지 대상으로 지정했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몇시간씩 긴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를 보면서 한국 의료시스템이 발전했다는 점을 실감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와 달라진 점 중 하나는 병원이 슈퍼 감염지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병원마다 선별진료소를 따로 둬 감염병 의심이 드는 경우 동선과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차량 내부에서 검체 채취를 하는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에 대해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대규모로 조기 진단에 나서고 확진자 혹은 밀착 접촉자의 동선을 파악해 감염 확산을 최소화하고 있다. 확진자는 중국 다음으로 많지만 사망자수는 최소한에 그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도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부러워하고 있다. 일본에선 왜 한국처럼 대규모 진단을 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자동차 안에서 검진을 하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에 대해선 미국이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한국의 신속 진단 키트에 대한 글로벌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이같은 시스템의 발전은 5년전 사과와 반성에서 시작된 일이다. 병원 시스템을 재검토하고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놓은 효과가 이제 나타났다.
이 부회장이 조만간 또 한번 대국민 사과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 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던 것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더이상 준법 의무의 위반이 없을 것이란 점도 공표하라고 했다. 무노조 경영 원칙도 없을 것이란 점도 직접 공표할 것을 주문했다.
물론 감염병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경영권 승계에 대한 총수의 사과 메시지는 직접 비교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5년의 시간을 두고 삼성 오너가 대국민 사과를 하는 장면에선 몇가지 곱씹어볼 대목이 있다.
5년전 이 부회장의 사과는 총수 데뷔 무대였다. 당시 이건희 회장의 와병 중에 갑작스럽게 그룹을 대표하는 메시지를 던져야 했다.
이번엔 본인을 둘러싼 승계 이슈에 대해 직접 메시지를 던진다. 준법위의 권고에 따르는 형식이지만 가장 껄끄러운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장면이다. 무노조 경영이 없을 것이란 선언은 선대 이병철 창업자의 유훈과 단절을 의미한다.
지난 5년간 이 부회장은 삼성 내부보다 외부 변수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했다. 총수로 역할보다 외풍에 시달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대내외에 제대로 된 경영 메시지를 던질수도 없었다.
이 부회장은 한달 내로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단순 사과를 넘어 경영 포부까지 내놓는 자리가 됐으면 싶다. 5년전 사과에서 병원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듯 이번 사과가 뉴삼성의 스타트 자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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