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미국사업 10년 허송세월…관리실패 탓? 현지 경영진 갈등 끝에 '교체'…최근 2년간 누적적자만 800억
최은진 기자공개 2020-03-26 13:09:57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4일 16: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림그룹이 10년 전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인수한 미국 닭고기 기업이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누적순손실 규모만 800억원에 달한다. 적자배경으로는 시설 개보수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관리실패가 꼽힌다. 현지화 리스크를 줄이고자 로컬업체를 인수하고 현지 경영진을 앉혔지만 오히려 관리가 안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다.하림지주가 최대주주 지위에 오른 지난해 현지 경영진과 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표이사를 한국인으로 교체하는 등 새로운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수십억원의 대여 및 출자 등의 명목으로 지원했던 투자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림지주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종속기업 가운데 해외법인은 지난해 말 기준 'HARIM USA, LTD(이하 하림USA)'가 유일하다. 'NS AMERICA, INC.'는 지난해 청산했고 'SUNJIN PHILIPPINES CORPORATION'과 'SUNJIN FEED COMPANY'는 계열사 ㈜선진에 매각했다. 안되는 법인은 청산하고 사업법인은 관련 계열사에 넘기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하림USA를 지주 내로 편입 시키며 직접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당초 이 법인은 ㈜하림의 자회사로, 지난해 28.24% 보유지분 전량을 219억원에 사들였다. 하림지주가 보유하고 있던 기존 보유분까지 합쳐 총 43% 지분율로 최대주주가 됐다. 나머지 지분은 계열사 엔에스쇼핑(18.97%), 선진(18.97%), 팜스코(18.97%)가 보유 중이다.
하림USA는 자회사였던 알렌 바이오테크(ALLEN BIOTECH), 알렌 하림팜스(ALLEN HARIM FARMS) 등을 청산 및 합병하면서 관련 사업을 직접 영위하고 있다. 가금류 육가공 처리와 직영 농장 운영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메인 사업은 2011년 인수한 로컬 닭고기 업체 '알렌하림푸드'이다.
하림그룹은 2011년 하림USA를 설립하고 현지 닭고기업체인 '알렌패밀리푸드(알렌하림푸드 옛 사명)'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미국 내 19위 닭고기 가공업체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재정이 악화되면서 하림그룹에 넘어갔다. 인수금액은 약 1300억원 규모였다.
하림그룹은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입지를 넓히기 위해 '미국'을 선택했다. 당시 ㈜하림은 매출액 감소에 영업적자를 내던 상황으로 신사업으로 미국시장에 눈을 돌렸다. 현지화 안착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로컬푸드 인수를 택했다. 이미 현지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인 네트워크와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있는만큼 어렵지 않게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하림USA는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실적 안정세를 찾지 못한 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지난해 3974억원 매출에 38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도 4002억원 매출에 398억원 순손실을 낸 것을 감안하면 최근 2년간 누적손실만 800억원에 달한다.
이 원인을 하림지주 측은 시설 개보수 및 재정비로 인한 대규모 비용 발생 탓으로 돌렸다. 2018년 시설 정비를 하며 비용이 발생하고 생산이 지연되는 데 따른 손실이란 얘기다.
하지만 업계서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관리실패'를 꼽는다. 하림그룹이 현지화를 위해 현지 파트너와 손을 잡았지만 하림그룹 측의 영향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해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의견이다. 현지 파트너에 의존한 데 따른 부작용이었던 셈이다.
이에 따른 결과로 지난해 하림지주는 하림USA의 현지 경영진과 큰 갈등을 빚었다고 전해진다. 어떤 사유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해당 경영진이 부정을 행하는 등 경영실패를 저질렀다는 게 이유였다고 설명한다. 하림지주는 곧바로 해당 경영진을 해고하고 대표이사를 한국인으로 교체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하림지주는 하림USA의 실적 및 영업전략 등을 다시 세우고 있다. 인수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 경영진이 대표이사로 앉은 만큼 시장조사, 영업망 구축 등 초창기 업무부터 재정립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미국진출을 위해 쏟은 지난 10년이 허송세월이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더욱이 그간 하림그룹이 대여 및 미수금 등의 명목으로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100억여원의 금전지원을 했다는 점을 들어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전 최대주주였던 ㈜하림의 경우 하림USA로부터 33억원의 미수금을 아직 받지 못한 상태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39원의 대여금과 27억원의 현금출자를 지원했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하림USA의 장부가액 중 148억원을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다. 회수가능금액은 182억원으로, 인수당시와 비교해서 기업가치는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이는 영업외손실로 반영되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을 끌어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하림지주는 시설 재정비 및 경영진 교체 등을 통해 하림USA의 안정화를 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예기치 못한 코로나바이러스감영증(코로나19)사태로 인해 실적 가시화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림지주 내부 관계자는 "하림USA는 시설을 재정비 하는 과정이 있었고 경영진의 부정이 있어 이를 교체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미 모두 마무리 된 사안인만큼 올해부터는 실적 가시화를 기대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지연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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