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24일 1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현대홈쇼핑 주주총회는 지난해와는 정반대의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난해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되며 주주들의 목소리가 고조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20여 분 만에 조용하게 끝이 났다. 현대홈쇼핑이 올해 들어 내놓은 주주환원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24일 현대홈쇼핑은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현대홈쇼핑 본사에서 제19회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주주총회 장소인 1층 로비는 지난해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40명 안팎의 소액 주주, 임직원 등이 참석한 게 전부였다. 코로나19 탓에 소액 주주의 참여가 크게 준 탓도 있지만 기관투자자 역시 참석률이 낮아 준비한 의자가 겨우 채워질 정도였다.
주주총회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강 사장이 의안 설명을 끝내면 “이의 없다”, “의안에 동의한다”고 밝히며 빠르게 의안이 승인됐다.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의 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의 건 등 총 6개 의안이 20분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이는 지난해 기관투자자들이 현대홈쇼핑에 주주 환원 정책 강화를 요구하며 주총장을 찾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주총장에는 소액 주주 및 기관 투자자들이 대거 참석하며 주총회장을 가득 메웠다.
지난해 주총에 앞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은 현대홈쇼핑에 주주가치 개선을 요구하며 공세를 펼쳤다. 현대홈쇼핑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 돌턴인베스트먼트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VIP자산운용 등이 주주서한을 보내는 등 행동을 취하면서다.
지난해 주총회장에서도 이들 기관투자자의 목소리가 거셌다. 돌턴인베스트먼트를 시작으로 VIP자산운용, 밸류파트너스 등이 차례로 발언권을 갖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주 이익 환원을 요구했다. 주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며 10시에 시작한 주총은 11시를 넘겨서야 끝이 났다.
그러나 올해는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주총에 앞서 현대홈쇼핑이 자사주 매입과 현금배당 확대를 밝힌 게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보통주 1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과 함께 195억원 상당의 자사주 24만주 매입 결정을 밝혔다.
당시 기관투자자들은 현대홈쇼핑의 주주환원정책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전보다는 나아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와 함께 주주행동에 나설지 대부분 고민하는 눈치였다. 이후 주주 행동주의 펀드 공세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현대홈쇼핑의 선제적인 주주환원정책이 효과를 본 셈이다.
하지만 올해 주총이 조용하게 넘어간 것이 모두 주주환원정책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지난해의 경우 2018년 말 현대홈쇼핑이 현대L&C를 사들이며 기관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돼 주총장에서 표출됐지만, 지난해는 딱히 문제될 만한 이슈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관투자자들은 현대홈쇼핑이 기존 사업과 연관이 없는 건자재 업체 현대L&C를 사들인 데 대해 현대백화점그룹으로부터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행동주의 펀드 관계자는 “지난해 주총에는 참석했지만 이번 주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며 “여러 가지가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지만 미리 발표된 주주환원책을 보고 고민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대홈쇼핑이 내놓은 주주환원책이 행동주의 펀드 요구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현대홈쇼핑은 이날 주총에서 미래 유망 사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해 나겠다고 밝혔다. 미래 트렌드에 부합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새로운 10년의 출발점이자 지속 성장을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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