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현대로템 차입전략 변화, 장기 '줄고' 단기 '늘고'선수금 지급 지연 탓…재무구조 개선 위한 대대적 변화 예상
김성진 기자공개 2020-02-07 09:50:5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6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적 부진 탓에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로템이 지난 3년간 차입금 전략에 눈에 띄는 변화를 줬다. 총차입금 규모는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장기차입금은 줄이고 단기차입금은 늘렸다.차입전략 변화 이유로는 프로젝트 선수금이 꼽힌다. 현대로템은 신규수주 과정에서 받아야 할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아 단기차입금을 활용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올 초 현대자동차그룹 재무통으로 꼽히는 이용배 사장은 신임 대표이사에 올라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철도사업 손실 탓 적자규모 확대
현대로템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2조496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익은 2080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전년보다 6% 적자 폭이 확대됐다.
사업부문별로 따져보면 철도부문에서 큰 손실은 본 것이 전체 적자 확대로 이어졌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철도부문에서 208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손실 규모가 342.6%나 늘어난 수치다.
반대로 2018년 164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던 플랜트부문에서는 190억원으로 손실 규모를 줄였다. 방산부문에선 전년 대비 29% 증가한 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규모 자체가 큰 수준은 아니라 이번 영업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철도부문에서의 대규모 영업손실 원인으로는 설계변경이 지목된다. 현대로템은 그동안 잦은 설계변경 탓에 크고 작은 손실을 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호주에서 진행 중인 550량 규모의 2층 전동차 사업에서는 호주 교통부와 시드니 측이 차량 내부 의자 등 추가 설치를 요구하며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선수금 지급 지연 탓 단기 차입금 늘려
현대로템은 2018년부터 2년 연속 적자경영을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는 등의 방법은 활용하지 않고 있다. 2010년대 들어 보유 자산을 판 사례는 2016년 계열사인 현대위아에 645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매각한 것이 유일하다.
이러한 가운데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차입전략이다. 적자가 시작된 2017년부터 2019년 총차입금 규모는 1조4070억원에서 1조4820억원으로 소폭 증가해 아주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차입금 구성을 살펴보면 장기 차입금은 줄어든 대신 단기차입금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장기차입금은 2017년 1조890억원에서 2019년 6550억원으로 39.9% 줄어든 동시에, 단기차입금은 3180억원에서 8270억원으로 160.1% 늘어났다. 2년 사이에 장기와 단기 차입금 규모가 역전됐다.
일반적으로 단기차입금의 이자율은 장기차입금보다 낮은 편이다. 운전자본과 같은 단기 자금이 부족할 경우 단기차입금을 주로 사용하며, 기업 입장에서는 1년의 짧은 상환기간이란 제약이 있지만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현대로템의 금융비용은 총차입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2017년 780억원에서 2019년 580억원으로 2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현대로템이 단기차입금 규모를 늘린 이유로는 선수금 이슈가 꼽힌다. 현대로템은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서도 3조원 규모의 신규수주를 꾸준히 확보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들어와야 할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아 단기차입금을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신규 사업들을 수주하면서 선수금을 받아야 할 프로젝트들이 많은데, 이 선수금 지급이 미뤄지며 자금조달 차원에서 단기차입을 늘렸다"며 "요즘 자본시장이 안전하게 가는 분위기라 장기차입금보다는 단기차입금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차입전략이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현대로템의 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CEO와 CFO를 동시에 교체하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효과가 미진하자 올해 현대차증권 출신 재무통 이용배 사장을 투입했다. 이 사장은 2019년 현대로템 CFO를 맡은 김두홍 전무와 함께 재무통 투톱 체제를 갖췄다.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뿐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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