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Times Square EOD]중순위 메자닌 원금 손실 가능성에 '촉각'NH투자증권·롯데손보·신한캐피탈, 회계 반영
조세훈 기자공개 2020-04-09 13:37:05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8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뉴욕 맨하튼에 위치한 '20 타임스스퀘어(Times Square)'의 국내 선순위 투자자들이 담보권 처분에 돌입하면서 중·후순위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말 호텔 준공 지연과 일부 리테일 공간의 공실 장기화로 기한이익상실(EOD·Events of Default)이 확정된 데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호텔 영업까지 중지되면서 건물 처분이 가시화됐다. NH투자증권을 비롯한 국내 후순위 투자자들은 회계 장부에 일부 손실을 반영했지만, 투자금 대부분을 날릴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20 타임스스퀘어 사업의 중순위 메자닌B에 투자한 국내 금융사는 확인된 곳만 NH투자증권(1000억원), 롯데손해보험(200억원), 신한캐피탈(100억원) 등 세 곳이다. 20 타임스스퀘어는 총 5단계로 나눠 셀다운(재판매)이 진행됐는데, 세 금융사는 두 번째로 위험한 자산에 투자했다. 가장 위험한 후순위 메자닌은 미국계 자산운용사 포트리스가 약 7500만달러(916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1700억원)과 인마크자산운용(1300억원)도 중순위 메자닌 투자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사업 초기부터 투자 부실 증후가 나타나 어떤 곳에서 투자했는지 쉬쉬하고 있어 위험에 노출된 국내 금융사가 더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IB업계 관계자는 "메자닌B등 사실상 후순위 트렌치에 투자한 곳은 대다수 국내 금융지주 계열사"라며 "현재 알려진 것보다 국내 금융사의 투자 규모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AIP자산운용(360억원)과 이지스자산운용(2200억원) 등 국내 선순위 투자자들이 호텔 복합시설에 대한 담보권 처분 절차에 들어가면서 중순위, 후순위 트렌치에 있는 곳들의 투자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뉴욕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탓에 호텔 영업이 셧다운(정지)되면서 이자 미지급은 물론 복합시설의 가치도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1~2층 공실 장기화도 피하기 어려워 복합시설 가격 산정에 불리한 조건이다.
중순위 이하에 투자한 금융사들은 일제히 일부 손실을 반영해 놓은 상태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EOD 상태를 감안해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았으며 수익증권으로 투자한 신한캐피탈도 감액손실 처리했다. 상황을 다소 낙관적으로 봤던 롯데손보도 뒤늦게 감액손실을 반영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국내 금융사들이 투자 원금 손실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며 "일부 금융사의 경우 충당금을 최대 80%까지 쌓았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선순위 투자자들의 담보권 처분 돌입은 법원 결정과 경매 절차를 고려하면 2년간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때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중·후순위 투자자들은 막대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번 투자로 손실을 입을 중, 후순위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에 허점을 보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20 타임스스퀘어 개발이 위험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사업 시행사인 메이필드 디벨롭먼트가 토지 소유권이 없는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건설자금마저 대출로 조달했기 때문이다. 토지의 경우 부지임차료를 기반으로 해 안정적이지만 건물은 완공과 임대실적이 연동돼 있어 더 위험한 구조다. 이런 점 때문에 대다수 금융사들은 투자를 검토하지 않거나 보다 안전한 선순위에 투자했다.
다소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와 달리 리스크 관리 기준이 높은 롯데손보와 신한캐피탈의 경우는 평판 리스크 훼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금리가 인하되면서 손보사들도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을 중심으로 장기 대체투자 취급을 늘리는 추세지만 위험성이 노출된 이번 투자 건에 롯데손보가 사실상 후순위 메자닌에 홀로 들어간 것은 보기 드문 결정이었다는 것이 IB업계의 시각이다.
글로벌 투자금융(GIB)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안정적인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유명한 신한캐피탈 역시 의외의 투자라는 평가다. 캐피탈사가 대형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 손실이 확정되면 내부 리스크 관리 작업이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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