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가채펀드' 사라지나 [코로나19 파장]이스트스프링, 물가펀드 5월 청산·키움운용, 물가채 비중 축소
허인혜 기자공개 2020-04-20 08:11:5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6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여파와 국제 유가 하락으로 국내 물가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물가연동국채 펀드들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국내외 시장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3%로 전망하는 등 물가채 투자의 경쟁력이 크게 줄었다.국내에서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과 키움자산운용만 물가펀드를 운용하는 가운데 이스트스프링운용이 내달 물가채 펀드를 청산할 계획이다. 키움운용의 물가채펀드도 설정 이후 소규모펀드 문턱을 오가는 한편 저물가가 장기화되자 하이일드 채권 등 다른 투자 자산을 늘리는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틀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물가펀드들이 청산을 앞뒀거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물가채 비중을 집중적으로 줄이고 있다. 이스트스프링운용의 '이스트스프링 물가 따라잡기 증권자투자신탁',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물가따라잡기증권자투자신탁'과 키움운용의 '키움글로벌금리와물가연동증권자투자신탁' 등이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물가채 펀드를 5월 청산한다. 이스트스프링운용은 14일 '이스트스프링 물가 따라잡기 증권자투자신탁'의 명칭을 '이스트스프링 코리아채권 증권자투자신탁'으로 교체했다. 물가 따라잡기 펀드를 모펀드로 편입했던 상품에 '이스트스프링 퇴직연금 코리아 증권모투자신탁 제1호'를 투자 대상으로 추가했다.
물가 따라잡기 펀드의 설정잔고는 운용펀드 기준 20억원이다. 모펀드의 순자산은 40억원 수준이다. 2017년과 2018년 상반기까지 200억원 이상을 운용했지만 2018년 하반기들어 운용액이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연말 50억원 이하로 축소됐다. 지난해에는 20억~30억원 안팎의 운용규모를 보여왔다. 물가 따라잡기 펀드는 2008년 설정됐다. 누적수익률은 32.79%로 긍정적인 수준이지만 앞으로 물가펀드의 경쟁력이 둔화되리라는 판단에 따랐다.
이스트스프링운용 관계자는 "물가 따라잡기 펀드를 5월 청산하기 위해 관련 펀드들을 정비했다"며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다 보니 투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시장 상황이 마련되지 않아 청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펀드 청산과 함께 자펀드를 정리하기 보다는 규모가 큰 '이스트스프링 퇴직연금 코리아 증권모투자신탁 제1호'로 이동하게끔 해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편이 운용 안정성·고객 보호 차원에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키움자산운용의 '키움글로벌금리와물가연동증권자투자신탁'은 모펀드 기준 설정액이 50억7800만원으로 소규모 펀드 기준을 가까스로 넘기고 있다. 설정 초반 70억원을 잠시 넘겼었지만 이후 꾸준히 소규모 펀드 기준을 밑돌거나 겨우 도달해 왔다. 2017년 1월 출시된 이 펀드는 시니어론, 물가연동국채, 변동금리채권 등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로 설계됐다.
키움운용은 글로벌금리와물가연동 펀드를 정리하는 대신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물가채의 비중을 희석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상품 설계 시점부터 물가채 시장이 좋지 않으면 다른 채권 투자도 가능하도록 설정한 상품"이라며 "최근 물가채 비중을 축소하고 하이일드 채권 등 대안 투자처로 포트폴리오를 이동했다"고 밝혔다. 현재 포트폴리오에는 'LYX USD 10Y INFL EXPECTATION'과 'INVSC SENIOR LOAN ETF' 등이 담겨 있다.
물가연동국채는 정부 발행 국채로 물가의 등락에 따라 투자원금과 이자수익이 늘거나 준다. 물가 상승기에 승기를 잡는 상품으로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도 20달러 이하로 추락했다.
통상 물가채가 바닥을 친 이후에는 반등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하락은 코로나19가 만만치 않은 영향을 준 만큼 단시일 내의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인 손익분기 인플레이션(BEI·Break-Even Inflation)은 최근 0%대를 기록하며 최하단에 자리하고 있다. BEI는 10년물 국채 최고낙찰 금리에서 물가 연동국채 10년물 낙찰 금리를 빼 산출한다.
국내외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는 20달러 선마저 붕괴됐다. 간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9.8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이달 초까지 30달러 안팎을 오가다가 30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특히 OPEC+(오펙 플러스)가 감산을 합의했는데도 유가가 감산 합의 전보다 더 떨어진 상황이다. 가장 큰 반등 카드를 사용했지만 유가가 하락하면서 반등을 전망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유가 수요가 급락했지만 OPEC+가 내놓은 감산 합의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시장의 예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2020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3%로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치는 IMF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6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경제연구원도 같은 전망치를 내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이달 통화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소비자물가가 2월 전망치인 1.0%를 크게 하회하리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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