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4월 20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효성중공업에 또다른 악재가 닥쳤다. 미국 정부가 변압기 수출에 대한 반덤핑 과세 폭탄을 던졌기 때문이다. 2년째 적자를 내고 있는 중공업 부문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16일 미국 상무부의 한국산 변압기 반덤핑 명령에 대한 6차 연례재심 최종판정 결과 533억원의 추징금을 고지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효성중공업의 전체 영업이익(1303억원) 중 약 40%에 달하는 금액이다. 부과일로부터 30일 이내 상급법원에 항소할 경우 최종 판결까지 납부의무가 유예된다.

이번 6차 재심은 효성중공업이 2017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미국으로 수출한 고압변압기(60MVA 이상)에 대한 것이다. 반덤핑 관세율은 37.42%로 확정됐다.

효성중공업은 아직 항소 여부를 정하지 않은 상태다. 근거 자료를 검토한 후 합당하다고 판단하면, 고지받은 추징금 중 예치금으로 납부한 1799만달러(한화 약 219억원)를 제외한 2581만달러(314억원)를 모두 낼 계획이다.

미국의 한국산 변압기에 대한 반덤핑 관세 이슈는 2011년부터 시작했다. 당시 미국 변압기 제조사들은 국내 기업을 견제하며 반덤핑 제소를 했고, 미국 상무부와 국제 무역위원회(ITC)는 조사를 거쳐 2012년 2월~2013년 7월까지 1차 수출 물량에 관세율 29.0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효성중공업은 2차(2013년 8월~2014년 7월), 3차(2014년 8월~2015년 7월), 4차(2015년 8월~2016년 7월), 5차(2016년 8월~2017년 7월) 수출 물량에 대한 반덤핑 과세 부과로 추징금을 납부했다. 과세율은 매년 재심을 거쳐 최종 판정이 바뀌었다. 2017년(3차 재심)에는 2.99%, 2018년(4차 재심)에는 60.81%, 2019년(5차 재심)에는 15.74%로 확정됐다.

반덤핑 과세에 대한 추징금은 미국에 변압기를 판매하면서 바로 부과돼 재무제표상 판매비와관리비 중 수출비 항목에 반영된다. 관세율이 높았던 2018년의 경우 효성중공업의 수출비는 504억원이었고, 지난해에는 389억원을 기록했다.


효성중공업은 매년 추징금을 내고 있어 물량을 납품해도 이윤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기둔화로 수주 물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변압기 생산, 판매가 포함되는 중공업 부문은 최근 2년째 적자다. 고객사의 경영 실적 악화에 따른 수주 감소, 중동시장의 발주 지연, ESS 시장 위축 등으로 수익이 감소한 탓이다.

미국 수출이 지속되는 한 반덤핑 이슈가 계속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은 효성중공업의 수출 비중 중 30~40%를 차지하는 중요 시장이기 때문이다. 추후 2018년 7월 이후 물량인 7차(2018년 8월~2019년 7월), 8차(2019년 8월~2020년 7월) 등에 대한 반덤핑 과세는 또 부과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말 인수한 미국 테네시 변압기 공장을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효성은 약 500억을 투자해 미쓰비시의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매입했다. 반덤핑 과세 등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극복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테네시 공장에선 글로벌 수요가 가장 높은 내철형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하고 있다.

다만 테네시 공장은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국내 주력 사업장인 창원공장의 해외 발주 이전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효성중공업은 테네시 공장의 수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창원공장은 글로벌 기술개발센터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유럽과 중동, 아시아 시장 제품 생산에 주력할 예정이다.

효성 관계자는 "최대한 미국으로 물량을 돌려 국내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을 줄이려고 한다"며 "테네시 공장을 활용해 반덤핑 과세 리스크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