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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가 유증' 성호전자, 2세 승계 불 붙었다 박성재 부사장, 30억 유증 주도…지분율 25% 도달

박창현 기자공개 2020-04-22 08:18:55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0일 11: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닥을 모르고 내려간 주가는 누군가에게 커다란 기회였다. 성호전자 적통 후계자인 박성재 부사장의 이야기다. 상장 이래 처음으로 주가가 액면가 밑으로 떨어지자 다시 한번 승계 플랜을 가동했다. 최저가로 신주를 살 기회를 잡으면서 박 부사장은 이제 단독 경영권 행사 마지노선인 '지분율 25%'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성호전자는 최근 3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표면적인 유증 목적은 채무상환 자금 마련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오너 2세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면면이 그 증거다.

이번 거래는 박현남 회장의 장남이자 적통 후계자인 박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우선 박 부사장의 개인회사인 서룡전자가 2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박 부사장 또한 개인 자격으로 5억원을 투입한다. 전체 유증 대금의 80% 이상을 오너 2세가 책임지는 구조다.

이번 유증으로 박 부사장 중심의 지배구조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호전자는 지난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2세 승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서룡전자가 전면에 나서 주식을 사 모았고, 불과 1년만에 지분율을 13.4%까지 끌어올렸다. 박 부사장이 보유한 지분(2.41%)을 더하면 전체 지분율은 16%에 육박한다. 이 같은 공격적인 지분 매집으로 지난해 아버지 박현남 회장을 제치고 성호전자 최대주주 자리도 꿰찼다.


이번 신규 출자도 승계 작업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신주를 사실상 싹쓸이하면서 지배력 강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거래가 마무리되면 서룡전자의 성호전자 지분율은 20%를 넘어선다. 박 부사장 역시 직접 유증에 참여하면서 지분율이 2.41%에서 4.46%로 올라간다. 둘이 합쳐 단독 경영권 행사 마지노선인 지분율 25%를 넘어서는 형국이다.

유증 발행 가격도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성호전자는 실적 부진과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주가가 2001년 상장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특히 지난달에는 주가가 액면가(500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영향으로 유증 발행가도 최저가로 결정됐다. 증권 발행 규정에 따라 유증 발행가는 △1개월 평균 주가 △1주일 평균 주가 △최근일 평균 주가를 반영해 결정된다. 이렇게 산출된 기준 주가가 481원이다. 하지만 상장사는 액면가 밑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없어, 성호전자는 액면가인 500원을 유증 발행가액으로 결정했다. 법정 최저가로 신주를 발행하는 셈이다.

박 부사장은 사재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지배력을 강화할 기회를 잡았다. 주가가 액면가 밑으로 떨어지면서 부모의 지분을 물려받고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 최저가에 신주를 매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지분 희석 변수였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무용지물이 된 점도 유증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재무적 투자자(FI)였던 '린드먼아시아'는 2012년 성호전자 BW에 투자하면서 10%가 넘는 신주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행사 만료일이었던 올해 1월까지 주가가 행사 가격(968원)을 밑돌자 권리를 모두 포기했다. 지분 희석 리스크까지 제거됨에 따라 지배력 강화가 목표인 오너 2세가 더 적극적으로 지분 확보에 나서게 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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