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의 역설…'최저가'로 성호전자 승계 완성 [지배구조 분석]④2세 박성재 부사장, 자금 부담 덜어…父 지분 증여 시기도 '주목'
박창현 기자공개 2018-12-21 10:11:30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20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호전자 적통 후계자인 박성재 부사장이 가업 승계를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잡았다. 코스닥 폭락 여파로 주가가 52주 최저가 수준으로 떨어지자 기회를 포착했다. 기업 가치가 낮아지면서 같은 돈을 들이고도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영리한 판단 덕분에 박 부사장은 '저비용 고효율'로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또 주가 반등이 더딜 경우, 박현남 회장 등 오너 1세들의 지분 증여 시기 또한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오너 2세인 박 부사장은 최근 100% 개인회사인 '서룡전자'를 앞세워 성호전자 경영권 지분을 손에 넣었다. 서룡전자는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 성호전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총 11.94%의 지분을 확보했다. 그 결과 기존 1대주주였던 아버지 박 회장(10.75%)을 제치고 최대주주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박 부사장→서룡전자→성호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되면서 자연스럽게 2세 승계 작업도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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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바로 유증 결의일, 즉 승계 시점이다. 이 거래 전까지 박 부사장은 수 년간 3대주주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연초 기준으로 박 회장이 12.75%로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추고 있었고, 뒤를 이어 부인 허순영 씨가 7.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박 부사장 개인 지분율은 2.91%에 불과했다. 이 같은 구도가 수 십년간 유지되다가 올해 말 전격적으로 2세 승계가 이뤄진 셈이다.
승계 신호탄이 된 첫 번째 유증은 11월 1일 결의됐다. 그 때는 코스닥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진 때였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 미중 무역 분쟁 등 악재가 겹치면서 900선을 넘나들던 코스닥 지수는 그 시기 600선까지 떨어졌다.
그 여파로 코스닥 상장사인 성호전자 또한 직격탄을 맞았다. 연초 900원 대에서 시작해 상반기 중 1200원까지 올라갔던 주가는 그 즈음 700원 대로 폭락했다. 성호전자 주가가 700원 대까지 떨어진 것은 2015년 8월 이후 처음이었다. 사실상 52주 최저가 수준이었다. 2차 유증 가격이 결정된 이달 초에도 주가는 800원 대를 유지했다.
주가가 바닥을 다지던 그 시기에 박 회장과 박 부사장 등 오너일가는 승계 작업을 단행했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승계 작업을 단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가치가 낮아진 만큼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지배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저조한 주가 흐름이 반영되면서 서룡전자는 1차 유증 당시 주당 711원에 신주를 취득했다. 이는 연초 주가와 비교해 30% 가까이 낮은 금액이었다. 2차 유증 때도 성호전자 평균 주가는 840원에 형성됐다. 여기에 할인율 10%가 적용되면서 주당 757원에 신주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최저가 수준으로 유증에 참여한 서룡전자는 30억원을 투입하고 11.94%의 성호전자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었다. 기업 가치가 낮아지면서 저비용 고효율 투자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코스닥 패닉이 지나가고 성호전자 주가도 안정을 되찾으면서 최근 900원 대에 다시 안착했다. 그 결과 30억원을 주고 산 성호전자 주식 가치도 38억원까지 올라간 상태다. 투자 2달만에 8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둔 모습이다.
오너 1세인 박 회장 부부의 주식 증여 시점 또한 관심사다. 박 회장 부부 소유 지분율은 현재 17%가 넘는다. 서룡전자가 최대주주지만 여전히 오너 1세들의 지배력은 막강하다. 따라서 2세 승계 방점을 찍기 위해 순차적으로 보유 지분에 대한 증여 절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증여세는 대상 자산의 시장 가치에 비례해 책정된다. 그런 측면에서 성호전자 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지금이 최적의 증여 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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