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대한항공 지원책, KCGI에 예기치 못한 '복병'되나영구채·CB 주식 전환시 정부 지분율 크게 상승…조원태 회장에 힘 실어주는 효과
박상희 기자공개 2020-04-28 08:45:41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7일 11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상반기에만 1조2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단위 정부 자금이 대한항공에 투입되는 가운데 KCGI가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다시 불을 붙일 경우 비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지원책 가운데 산업은행 등에서 매입하는 영구채의 주식 전환 시 지분율(10.8%)과 기존 국민연금 지분율(11.5%) 등을 감안하면 정부는 대한항공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정부의 이번 지원은 대한항공을 살리기 위한 결정이지만 결과적으로 현 체제를 이끌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힘실어주기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산업은행은 최근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 인수 7000억원 △영구채 3000억원 매입 △운영비 2000억원 등이다.
영구채의 경우 주식으로 전환 시 산업은행 등은 대한항공 지분 10.8% 가량을 보유하게 된다. 이미 국민연금이 11.5%(지난해 말 기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지분 희석을 감안하더라도 정부 측 보유 지분율이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향후 추가 지분 확대도 가능하다. 정부는 산업은행에 설치해 운영할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금액의 15~20% 가량을 전환사채(CB)로 투입해 향후 기업 경영이 정상화되면 주식으로 전환해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을 노린다.
상반기 1조2000억원 지원 이후 하반기 필요에 따라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한 추가 지원 가능성을 감안하면 정부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더 확대될 수 있다. 현재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는 한진칼로, 29.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CB를 주식으로 전환해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는 한진그룹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최대주주인 한진칼에 버금가는 대한항공 지분을 보유한다는 것 자체가 조 회장에게는 상당한 힘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CGI가 한진칼 경영권을 노리는 것은 사실상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타깃으로 한 것인데, 정부의 대한항공 지원이 현 경영진에 힘 실어주기로 비춰질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이번 지원 발표를 하면서 대주주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두산중공업에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 등을 요구한 것과 대조된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항공사가 생사 기로에 서있고 미국 등 주요국가가 항공사 지원에 나서면서 사재 출연을 압박하지 않은 것을 참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정부 결정은 결과적으로 조 회장에게는 다행스런 일이다. 한진칼 경영권 방어에 쓸 수 있는 실탄도 부족한데 정부의 사재출연 압박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 발표 이후 대한항공이 밝힌 입장문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항공은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3자연합과의 소모적인 지분 경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KCGI를 비롯한 3자연합에 경영권 분쟁을 중단해 달라는 요구를 돌려 발표한 것으로 시장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3자연합이 임시 주총 개최 요구 등 경영권 분쟁에 다시 불을 붙일 경우 조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에 나설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정부의 대한항공 지원으로 3자연합의 한진칼 경영권 공격이 정당성을 갖기 힘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민간기업이지만 국가 기간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정부에서 조 단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경영을 정상화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사모펀드인 KCGI를 비롯한 외부세력의 경영권 흔들기 시도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공산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대한항공에 투입하기로 했고, 하반기 추가 지원 가능성도 열어뒀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KCGI가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재개할 경우 여론전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키움증권 리테일 훼손 우려…이틀새 시총 2400억 증발
- 더본코리아, '노랑통닭' 인수 포기 배경은
- [i-point]탑런에이피솔루션, LG디스플레이 장비 공급 업체 등록
- [트럼프 제재 나비효과 '레드테크']한국 울리는 적색경보, 차이나리스크 확산
- [i-point]티사이언티픽, 파트너스 데이 성료…"사업 확장 속도"
- [i-point]빛과전자, 국제 전시회 참여 "미국 시장 확대"
- [탈한한령 훈풍 부는 콘텐츠기업들]잠잠한 듯했는데…JYP엔터의 중국 굴기 '반격 노린다'
- [LGU+를 움직이는 사람들]권준혁 NW부문장, 효율화 vs 통신품질 '균형' 숙제
- [저축은행경영분석]PF 늘린 한투저축, 순익 2위 등극…사후관리 '자신감'
- [저축은행경영분석]'PF 후폭풍' OK저축, 대손상각 규모만 3637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