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환위험 관리 '숙제' [건설리포트]환율 변동성 따라 평가이익 발생, 손익에 영향…1분기 1112억 환차익
이명관 기자공개 2020-05-04 09:35:02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9일 06: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건설사는 환율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이들 변수에 따라 예상치 못한 손실 혹은 이익을 거두기도 한다. 최근 들어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이 같은 환율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다. 국내 건설사 중에선 해외 사업을 가장 활발히 벌이고 있는 현대건설이 환율 변동성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최근 원달러 환율은 요동쳤다. 지난해 초 1120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이후 올해 들어 급등세를 보이더니 지난 3월 한때 1280원까지 올랐다. 이 같은 환율 변동은 현대건설 실적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 환율이 상승해 원화 가치가 하락할 땐 이익을 냈지만, 환율이 떨어지면 손실을 냈다. 선물환 계약을 통해 환헷지를 하고 있지만, 변동성 리스크를 온전히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곳간을 챙기고 있는 윤여성 전무(CFO)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은 모양새다.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1200억원에 이르는 영업외 수익을 거둬들였다. 대부분이 환관련 평가이익이었다. 1분기에 인식한 환관련 평가이익은 1112억원이다. 이는 1분기 영업이익 1653억원의 67%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를 통해 세전이익은 287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7%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19 여파로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현대건설이 반사이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 코로나19 문제가 가시화되기 이전 현대건설이 책정한 경영계획환율은 원달러 기준 1150원 수준이다. 건설사들이 경영계획환율을 세울 때 참고하는 시기가 대체로 10월~12월 사이이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1200원에서 1150원대를 오갔다. 경영계획환율을 보수적으로 책정한 셈이다. 2019년 경영계획환율은 1100원이었다.
올해 들어 환율은 1158원으로 시작해 최고 1192원까지 올랐다. 1월 평균 환율은 1167원이다. 그런데 2월부터 환율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등장하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리스크가 불거진 탓이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 않고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환산하기 시작하면서 환율은 무섭게 상승했다. 3월 한때 1280원까지 치솟았다. 현대건설이 수립한 경영계획환율과는 130원이나 차이 나는 액수다.
이미 경영계획환율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책정했는데, 예상치 못한 환율 급등으로 현대건설은 상승분만큼 고스란히 환차익을 거둬들였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건설사들이 받는 공사 대금의 원화가치가 덩달아 상승한다. 코로나19가 현대건설에겐 긍정적인 외부효과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환차익을 두고 웃을 수만은 없을 듯하다. 가정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환율이 폭락했다고 가정한다면, 1000억원대의 손실을 입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환율 변동성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현대건설이 다른 대형 건설사와 비교했을 때 유독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는 이유는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탓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국내 건설사 중에선 가장 꾸준하게 해외 사업을 벌이고 있다. 1분기 기준 현재 진행 중인 해외 프로젝트는 24조6600억원에 이른다. 전년말 대비 무려 21.9%나 불어난 액수다. 연초 파나마 메트로 3호선,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PLOT3, PLOT4 공사 등을 수주하면서 수주고가 급증했다.
물론 현대건설도 환위험을 헷지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효율적인 환리스크 관리를 위해 외화자산, 부채 및 연간 발생하는 외화현금흐름을 전사적으로 종합 집계하고, 이를 기초로 각 통화별로 환리스크 익스포져(노출분)를 산출해 관리하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환율전망을 반영한 환율변동 민감도분석을 통해 헷지전략을 수립하여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헷지전략을 두고 시장에선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경우 나름 환위험을 헷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건설은 환율 변동에 따라 실적 부침이 극심한 편이다. 최근 3년 추이를 보면 2017년엔 환차익으로 2080억원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730억원, 960억원의 환차손을 냈다.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는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환위험에 대한 효과적인 헷지 전략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해외 시장의 경우 환율 변동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의 변동 등 글로벌 경제 여건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변동성이 심화하고 있는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이 같은 위험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현대건설의 곳간 지기인 윤여성 전무(CFO) 입장에선 고민스러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적절한 자본 배분과 관리를 통해 경제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 변동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CFO의 역할 중 하나다. 환율 역시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윤 전무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그룹 계열사를 두루 거친 재무 전문가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중국통'으로 손 꼽히는 인물이다.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던 당시 둥펑위에다기아(DYK, 중국 합작법인)의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현대자동차로 옮겨 중국사업부장을 맡았다. 현대건설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현대모비스에서 베이징권역 담당, 중국사무소 담당 등을 겸직해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