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업 리포트]'빚' 마다않는 동화기업…다각화 전략 트렌드 주도2차전지 전해액 '파낙스이텍' 인수 위해 채권 발행…화학사업 양대축 삼기로
이정완 기자공개 2020-05-04 07:18:39
[편집자주]
부동산 규제·사회간접자본 투자 감소 등으로 인한 건설 경기 불황은 건자재 업계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매출 감소에 영업이익 급감은 일상사가 됐다. 인원감축, 공장가동 중단의 위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연관 업체가 늘고 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업을 미리 준비해 위기를 탈출하거나 신사업 발굴을 통해 탈출을 모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혼돈의 건자재 업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9일 0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화기업의 돌파구는 전기차·ESS(에너지저장시스템) 배터리 생산에 쓰이는 2차전지 전해액 사업 진출이었다. PB(파티클보드), MDF(중밀도섬유판) 등 목재소재 매출이 감소세에 접어들자 과감하게 빚을 늘려 완전히 새로운 사업에 투자했다. 부채비율은 급상승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동화기업은 2019년 전까지 100%에 못 미치는 부채비율을 유지해왔다. 다만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사채 발행과 장기차입금 증가로 인해 비유동부채가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부채는 2018년 5513억원에서 2019년 7629억원으로 38% 증가했다. 2019년 말 기준 동화기업의 장기차입금 및 사채는 2310억원으로 2018년 말 415억원에 비해 5배 넘게 늘었다.
이 탓에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13%를 기록했다. 2016년 부채비율 92%를 기록한 이후 2017년 85%, 2018년 81%로 줄곧 부채비율을 100% 밑에서 유지해 온 동화기업 입장에서는 아쉬운 수치다.
지난해 6월 동화기업의 대규모 채권 발행은 2차전지 전해액 전문기업인 파낙스이텍을 인수하기 위해서였다. 동화기업은 지난해 8월 파낙스이텍 지분 94.8%를 당시 최대주주이던 사모펀드 JKL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179억원에 인수했다. 동화기업은 지금껏 회사의 인수 거래 중 가장 큰 금액을 들여 파낙스이텍을 사들였다.
건설 경기 불황으로 2019년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이 7174억원, 585억원으로 2018년과 비교해 각 6%, 30% 감소할 정도로 업황이 좋지 못했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신성장 동력에 투자하자는 경영진의 의지가 강했다. 특히 승명호 회장은 화학사업을 소재사업과 더불어 회사의 양대 사업으로 키우는 원년으로 삼자고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동화기업의 다각화 전략은 전통적인 사업 영역에서 경쟁이 심화돼 왔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 동화기업은 목재소재 시장에서 유니드, 한솔홈데코, 선창산업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합판보드협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시장점유율 10% 후반에서 20% 대 중반을 나눠갖고 있다. 강화마루도 마찬가지다. 국내 시장점유율 2위이던 한솔홈데코가 격차를 좁혀 턱밑까지 쫓아왔다. 지난해 동화기업 강화마루 시장점유율은 39.1%, 한솔홈데코는 37.2%였다. 2017년 한솔홈데코 점유율이 24.7%였던 것을 감안하면 빠른 성장이다.
동화기업의 사업영역이 화학과 아예 무관하지 않았던 것도 2차전지 전해액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됐다. 동화기업은 PB와 MDF를 생산할 때 쓰이는 접착제 및 필름 등을 자체 화학 공장에서 생산해왔다. 2017년 페놀수지 국내 생산량 3위 업체로 공업용 접착제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태양합성을 인수해 이미 화학 사업 경험도 있었다.
파낙스이텍 인수를 주도한 인물은 이시준 화학사업총괄 사장이었다. 이 사장은 SK에너지 수석연구원 출신으로 2차전지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회사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 사업을 시작할 때 이 사장도 관여했다"며 "관련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보니 2차전지 전해액 회사 인수가 용이했다"고 설명했다. 화학연구를 총괄하는 김정수 중앙연구소 상무도 SK이노베이션 수석연구원 출신으로 2차전지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파낙스이텍은 2008년 제일모직 전해액사업부를 인수한 욱성화학이 이듬해 인적분할해 설립한 곳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2차전지 전해액 시장에서 중국기업과 경쟁이 심해 2016년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차용 2차전지 전해액 기술 개발에 성공해 2017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SDI가 최대 납품처다.
동화기업은 파낙스이텍 인수 후 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인수 직후이던 9월에는 중국 톈진 전해액 2공장 준공식을 가지며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톈진 2공장은 올해 하반기 증설을 통해 현재 전해액 1만톤 생산에서 1만8300톤까지 생산 능력을 키울 예정이다. 2월에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유럽 시장용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를 운영 중인 헝가리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연내 공장 착공을 발표하며 현지 대응 역량을 키우기로 했다.
이달부터는 파낙스이텍의 사명도 공식적으로 동화일렉트로라이트로 변경했다. 이전까지는 사내에서만 동화일렉트로라이트라고 불렸지만 세계 시장에서 '동화' 브랜드를 통일성 있게 사용하기 위해 사명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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