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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2조 증자]외화 조달 회피 관행…한국물 선택지 없었다LG엔솔·SK온과 달라…IB 제안에도 '무관심'

이정완 기자공개 2025-03-26 07:58:05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4일 14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의 2조원 규모 유상증자 핵심 배경으로 국내 공모채 시장에서 원하는 만큼 조달이 어렵다는 점이 거론된다. 하지만 외화채로 눈을 돌리면 어떨까. 이미 지난해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이 한 번에 20억달러(약 3조원)를 조달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삼성SDI는 한국물 발행을 선택지에 두지 않았다는 게 IB(투자은행)업계의 반응이다. 발행 선결 조건인 글로벌 신용평가도 받지 않은 상태다. 외화 차입에 보수적인 삼성그룹 특성이 잘 드러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글로벌 신용등급조차 없다

24일 IB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의 유상증자 발표 후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외화 조달 가능성은 없었는지 파악에 분주하다. 조달 목표치인 2조원 중 1조5000억원 가량이 해외 투자에 쓰인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만든 합작법인에 9000억원, 헝가리법인 생산능력 확대에 6400억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미 국내 배터리 기업은 해외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외화로 조달해 사용하는 기조가 뚜렷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10억달러 규모 글로벌본드 데뷔전을 치른 뒤 지난해 발행 규모를 두 배 늘렸다. 북미 지역에서 스텔란티스, 혼다, 현대자동차 등과 세운 합작법인 투자금 마련을 위해서다.

SK온도 마찬가지다. 적자가 지속돼 조달에 비우호적인 여건이지만 미국 현지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를 통해 꾸준히 한국물 발행에 나섰다. 작년 초에도 5억달러 규모 유로본드를 찍었다. 국내외 은행 보증을 활용해 신용도를 높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도 최대 20억달러 규모 글로벌본드를 계획 중이지만 삼성SDI는 다르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한국물을 발행한 적이 없다.

삼성SDI는 한국물 발행을 위해 필요한 신용등급조차 없다. 무디스, S&P, 피치 3사 모두 등급을 매기지 않고 있다. 이들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을 얻으려면 발행사가 요청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 외화채 발행 의지가 없으니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절차를 아예 시작하지 않는 셈이다.

◇13년 전 삼성전자 미국법인만 달러채 선택

IB업계에서는 외화 조달에 보수적인 삼성그룹 기조를 삼성SDI도 적극 따르는 것으로 여긴다. 삼성SDI도 외화가 필요한 만큼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차입을 하지만 거기까지다. 지난해 말 기준 씨티은행, HSBC, 크레디아그리콜은행, MUFG은행, UOB은행, DBS은행, ANZ은행 등으로부터 장·단기차입을 했지만 시장성 조달로 이어지진 않았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해 외화채 발행 여건이 좋지 못한 것도 한국물에 대한 고민을 키우는 요소였을 수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전방 사업 수요 부진으로 인한 실적 약세가 뚜렷하다.

삼성SDI도 지난해 매출 16조5922억원, 영업이익 363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 29%, 77%씩 감소한 수치다. 배터리 사업은 영업적자를 나타냈다. 금리 부담이 커질만한 환경에서 유상증자가 더 나은 대안이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집단인 만큼 글로벌 IB도 조달 동향을 유심히 살핀다. 하지만 삼성 계열사 조달 담당자를 만나서 시장 상황을 설명해도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IB업계 반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그룹 외화채 발행 자체가 오래 전 일이 되어가고 있다. 2012년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5년물로 10억달러를 조달한 게 마지막이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의 글로벌본드 발행설이 돌기도 했으나 이 역시 소문으로 끝났다. IB업계 관계자는 "발행설이 나올 때마다 대내외 관심이 크다 보니 계열사 전반적으로 더욱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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