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26일 07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 단위 유상증자가 일주일 사이 두 건이나 나올 줄은 몰랐다. 삼성SDI가 2조원 증자를 발표하더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역대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 증자를 예고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주식자본시장(ECM)을 통한 조달을 시도했다는 분석부터 주주 보호에 방점을 찍은 상법 개정안 통과 전에 대규모 증자를 마치려 한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조달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는 IB업계에서도 연이은 증자에 놀라는 눈치다. 주관사단은 큰 문제 없이 조달이 끝나기만을 바란다. 일단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은 듯 하다. 금융감독원에서 지난달 말 유상증자 중점심사 기준을 발표하자마자 나온 딜(Deal)이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메시지는 응원에 가까웠다. 삼성SDI 증자를 두고는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에 공감한다"고 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증자는 "엄청나게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는 당연히 증자에 부정적이다. 1년 전 약 20만원에서 최근 70만원을 돌파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증자 발표 후 곧바로 60만원대로 하락했다. 글로벌 방산 투자를 위해 불가피하단 입장이지만 주가 고공행진을 기회로 투자자 희생을 요구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SDI는 일년 사이 주가가 반토막 났는데 안그래도 낮아진 주가에 상승 요인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가가 높으나 낮으나 유상증자에 대한 불만은 나올 수밖에 없다. 두 회사 모두 부채보단 자본이라는 당장 부담이 덜해보이는 조달 수단을 택한 것도 맞다. 삼성SDI는 다른 국내 배터리 회사가 원화채와 외화채를 총동원할 때 7년 동안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 찍는 주식이 미래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채권은 만기까지 이자만 지급하면 되지만 배당에 시세 차익까지 기대하는 주주 눈높이를 충족시키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청약 일정이 다가오는 만큼 이제 선택권은 주주 손으로 넘어갔다. 증권신고서에는 주주를 설득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실적 개선을 감안해 작년보다 배당금을 두 배 늘린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FCF(Free Cash Flow) 적자로 당장 배당은 어려우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설명이다. 규제 당국의 감시든, 밸류업 트렌드에 역행하지 않기 위해서든 신주 발행을 무겁게 받아들일 때 유상증자도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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