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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법인 경영분석]48년 업력 제일감정평가법인, '합병'은 없다순혈주의 표방 대형법인화 물결에도 독자노선, 2007년 이후 8차례 업계 1위

이명관 기자공개 2020-05-06 10:00:45

[편집자주]

감정평가 시장의 규모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의 성숙도에 비례해 대체투자 시장이 성장하고 부동산 실물자산 거래가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덩달아 성장하고 있는 곳이 감정평가법인이다. 최근 10여년간 빠르게 몸집을 불리며 부흥기를 맞았다는 평까지 나온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외부엔 잘 드러나지 않아 부동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감정평가법인의 경영 내역과 경쟁 구도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1일 09:1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감정평가법인은 감정평가법인 업계의 맏형이다. 1호 토지평가사무소 개설을 시작으로 이 시장에서 가장 오랜 업력을 가졌다. 전통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 아래 국토교통부의 지침으로 법인의 대형화 바람이 몰아치던 시기에도 독자노선을 걸었다.

대형 법인이 우수죽순 생겨나는 가운데서도 톱티어 자리를 꾸준히 유지했다. 2007년부터 작년까지 가장 많이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것도 제일평가법인이다.

그렇다고 고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3년전 1위를 하나평가법인에 내줬다. 그 후 선두를 탈환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선두와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고, 오히려 후미그룹과의 격차는 줄고 있다.

3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3개 법인의 거센 추격에 2위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모양새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제일감정평가법인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2위 수성을 넘어 1위 탈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형 법인화 바람에도 지킨 '전통'

제일감정평가법인의 시작은 4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 제일토지평가합동사무소로 시작했다. 이후 1989년 제일감정평가사 사무소로 개칭했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 토지평가사와 공인감정사를 통합, 감정평가사 제도가 확립됐을 때다. 이후 법인으로 전환한 시기는 1991년이다. 이와 함께 종합 부동산회사를 표방하며 제일부동산컨설팅을 설립했다.

제일감정평가법인은 법인 전환 이후 꾸준히 사세를 확대해 나갔다. 1991년 7월 경인지사를 시작으로 충남지사, 경남지사, 경기지사, 충북지사 등 2000년까지 총 8개 지사를 만들었다. 현재는 전국 13개 지사, 임직원 428명 규모의 대형 법인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대형 감정평가법인과는 달리 단일 법인 체제를 유지했다.

현재의 대형 법인 체제가 확립된 시기는 2007년이다. 2006년부터 부동산가격 공시제도가 시행되면서 재산세와 거래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이 현실화됐는데, 이때 국토교통부(옛 건설교통부)가 감정평가법인의 대형화를 유도했다. 국토교통부는 감정평가법인의 수가 많아지자 공신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감정평가법인간 합병을 적극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법인간 통합작업이 활발히 이뤄졌다.

현재 1위인 하나감정평가법인도 합병을 통해 탄생한 곳이다. 하나감정평가법인과 글로벌감정평가법인의 합병을 통해 단번에 160명의 감정평가사가 소속된 대형 법인이 됐다. 합병 이전 글로벌감정평가법인은 95명, 하나감정평가법인은 66명의 감정평가사가 소속돼 있었다.

이외 가람감정평가법인은 다우감정평가법인과 동국감정평가법인을 흡수합병했고, 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은 미래와 새한이 합병해 탄생한 법인이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법인은 모두 법인 간 합병을 통해 대형법인으로 탈바꿈했다.

반면 제일평가법인은 순혈주의를 표방했다. 1호 감정평가법인이라는 타이틀 속에 깃든 전통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던 영향 때문이다. 제일감정평가법인 관계자는 "'대한민국 감정평가법인 제1호'라는 타이틀은 다른 법인은 모방할 수 없는 고유한 무형의 경쟁력"이라며 "실제 최고의 업력 속에 쌓인 평가노하우를 바탕으로 꾸준히 톱티어 평가법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정평가법인이 합병을 하기 위해서는 종업원 전원의 동의 또는 주주총회의 의결이 있는 때에는 국토교통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감정평가사의 상당수가 주주인 점을 고려하면 대다수의 감정평가사 동의가 있어야 합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제일평가법인의 기업문화를 고려하면 애초 합병 자체가 불가능했던 셈이다. 현재 제일감정평가법인의 주주명단에 등재된 감정평가사는 총 149명이다. 소속된 감정평가사는 200명으로 전체의 74.5%가 주주다.

감정평가법인에서 감정평가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감정평가사의 수와 그 능력치가 법인의 경쟁력을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 인력이 기준이 되는 만큼 그에 걸맞는 대우도 수반된다. 이와 함께 법인의 핵심인 파트너급 감정평가사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대부분 주주가 된다.


◇대형화 이후 업계 최다 1위

2007년을 기점으로 감정평가법인 업계는 대형법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감정평가사 수가 100명 미만이었던 중소형 법인은 대부분 사라지고, 200명에 가까운 대형법인들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순혈주의를 내세운 제일감정평가법인이 경쟁에서 다소 열위에 있을 것이란 일부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제일감정평가법인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며 2007년부터 단번에 업계 1위로 치고 나갔다.

제일감정평가법인은 2007년 업계 최초로 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1위에 자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매출이 소폭 감소했으나, 1위 자리를 지켰다. 이후 2009년과 2010년 나라감정평가법인에 선두 자리를 내주기도 했으나, 2011년 자리를 되찾았다. 이후 2016년까지 6년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성장과 리스크 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진 덕분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사그라들기 시작한 2012년부터 매출이 급신장했다. 2012년 52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500억원대 매출을 회복했다. 이후 매년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6년에는 업계 최초로 600억원을 넘어섰다. 2016년의 최고 실적은 도시정비사업 부분이 이끌었다. 대형프로젝트를 통해 매출이 대거 인식되면서 6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렇게 제일감정평가법인은 2016년까지 10년 동안 무려 8차례나 1위에 올랐다.

다만 최근엔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2017년부터는 1위자리를 하나감정평가법인에 내줬다. 작년까지 3년 연속 2위를 유지하며 호시탐탐 선두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렇게 순위표만 놓고 보면 제일평가법인의 업계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다. 선두와의 격차는 벌어지고, 후미그룹과의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매출 기준 하나감정평가법인과의 격차는 2017년 14억원에서 2018년 46억원, 2019년 55억원 등으로 벌어지고 있다. 작년 하나감정평가법인과 제일감정평가법인 모두 최고 성적을 냈는데, 성장률 측면에서 하나감정평가법인이 우세했다. 작년 하나감정평가법인의 매출은 706억원, 제일감정평가법인은 651억원이다.

오히려 제일감정평가법인은 후미그룹인 삼창감정평가법인과 경일감정평가법인, 태평양감정평가법인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작년 제일감정평가법인과 이들의 격차는 10억원 미만에 불과하다. 이들 3사의 매출은 모두 640억원대다.

제일감정평가법인은 매출 다변화를 통해 2위 수성은 물론 선두 탈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제일감정평가법인 관계자는 "2년 전부터 준비했던, 자회사 제이엘L&C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관련 매출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평가업무도 발생하고 있어 매출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엘L&C는 부동산 경매관련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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