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 '레디 밀' 시장 장악…기획·제조·유통 삼박자 " [thebell interview]홍주열 테이스티나인 대표
양정우 기자공개 2020-05-08 15:22:41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6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통업계에서 가장 '핫'한 상품이 가정간편식(HMR)인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독립된 공간인 집안에서 전문요리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언택트(Untact)' 문화는 진즉부터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해 왔다.테이스티나인은 HMR 가운데 '레디 밀(Ready Meal)' 영역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다. 홍주열 대표는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밀 키트(Meal Kit)'보다 진화 버전인 레디 밀을 선택했다. 험로의 초입에선 방향을 잡기도 어려웠으나 일단 성장 궤도에 안착하자 더 큰 결실이 맺어지고 있다.
홍 대표는 다시 한번 고단한 길을 선택했다. 레디 밀 영역에서 앞서 나간 만큼 유통 대기업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OEM 제안을 수락하는 게 언뜻 꽃길로 보이지만 손사래를 치고 있다. 테이스티나인 독자 브랜드로 승부를 건다는 결정에 변함이 없다. 플랫폼 난립 시대엔 결국 브랜드 경쟁력에 사운이 달린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식품계 SPA, 단계별 생산 시스템 '효율 극대화'
홍주열 대표(사진)는 무작정 '가정간편식' 예찬만 쏟아내지 않는다. 삼일회계법인 PwC 컨설팅 매니저 출신답게 사업 모델과 역량을 체계적으로 설계해 왔다.
테이스티나인의 최대 강점은 HMR의 기획과 제조, 유통을 모두 담당한다는 점이다. HMR 기업의 대다수는 한 분야에 치중하는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 제조 OEM만 담당하거나 전문 온라인몰만 운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획, 제조, 유통 '삼박자' 중 어느 하나에 소홀해도 식품업체로서 생명력을 잃기 십상이다. 히트 상품을 기획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하며 적시 배송하는 건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작업이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미국 GAP이 도입한 'SPA' 사업 모델이 승승장구한 건 '기획→제조→유통' 순환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라며 "상품의 회전율을 높이면서 소비자의 니즈를 즉각 반영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이스티나인도 이 세 축을 토대로 자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식품계의 SPA로서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강점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도 여느 HMR 기업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우선 경기도 광교 소재 자체 공장에서 신제품을 다루다가 판매 수가 월간 1만개 수준을 넘어서면 제휴 기업(프레시지)에 생산을 맡긴다. 그 뒤 신제품이 수십만개씩 팔리는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으면 다시 생산 과정을 전문 OEM 업체에 위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식품업체의 특성상 재고 관리가 까다로운 탓에 직접 고안해낸 해법이다.
◇레디 밀 섹터, 글로벌 시장 승승장구…테이스티나인 브랜드 가치 '올인'
물론 HMR 신생 기업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시장의 진입장벽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고도의 기술력, 대규모 설비투자와 거리감이 있어 우후죽순격으로 창업이 이어지거나 대기업이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테이스티나인은 이런 우려감에서 한 발짝 비껴나 있다.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밀 키트가 아니라 레디 밀로 HMR 시장에 도전한 덕분이다.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이 포장된 형태의 밀 키트와 다르게 레디 밀은 5~10분 정도 데워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이다. 신선 재료의 수급과 각종 레시피만 있으면 밀 키트 사업은 스타트를 끊을 수 있다. 하지만 식품 제조업의 영역에 위치한 레디 밀의 경우 생산 노하우에 따라 업체별 경쟁력의 격차가 크다.
해외 HMR 시장을 짚어봐도 밀 키트와 레디 밀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대표적 밀 키트 기업인 미국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은 투자 시장의 찬사 속에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했으나 금새 레드오션의 희생양이 됐다. 독보적이었던 시장점유율을 후발 경쟁사에 속속 반납하고 있다.
반면 헬로프레시(Hello Fresh)를 필두로 레디 밀 기업은 여전히 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연간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면서 '밀 솔루션'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미국 HMR 전체 시장을 놓고 봐도 밀 키트보다 레디 밀 업체의 상장세가 우세하다. 아무래도 조리 시간이 짧은 레디 밀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진단이다.
홍주열 대표의 눈에 띄는 집안 내력도 테이스티나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홍 대표는 삼대째 식품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 집안 출신이다. 현재 부친은 대기업에 수십년 간 김치를 납품해온 중견 기업을 이끌고 있다. 집안 대대로 이어진 전국 농산물 네트워크는 재료 수급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뒷받침하고 있다.
홍 대표가 자체 브랜드에 목매는 것도 출신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OEM 식품 사업은 비록 안정적이지만 성장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더구나 유통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격변기에서 생존하려면 콘텐츠 경쟁력에 기반한 브랜드 파워가 필요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어떤 플랫폼이 최후 승자가 되든지 테이스티나인은 그 이름으로 스스로 존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내 상장주관사 선정 추진…언택트 바람 속 매출 '껑충'
테이스티나인은 기업공개(IPO)를 위한 사전 채비에 나서고 있다. 연내 상장주관사를 선정한 뒤 2021~2022년 국내 증시에 데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최근 크레스코레이크파트너스와 SV인베스트먼트 등 투자 기관에서 60억 규모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목표 금액의 4배에 달하는 뭉칫돈이 몰렸으나 지분율 희석과 향후 프리IPO 등을 고려해 조달 규모를 확정했다.
올해 1분기 매출 규모는 이미 지난해 반기 매출액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매출 볼륨이 100% 이상 성장해온 가운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기조가 강화된 덕분이다. 가정간편식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혜를 누린 몇 안되는 시장이다. 올해 목표 매출액 35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 출신 HMR 기업답지 않게 지난해 벌써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현재 180여 종의 다양한 HMR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 상품인 '테이스티 명란젓갈'은 누적 판매량이 80만개에 달하고 있다. '밀푀유나베'와 '비빔밥 세트', '제천 빨간오뎅 떡볶이' 등 프리미엄 HMR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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