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급한 쿠팡, 투자유치 대신 '대출·유동화'로 선회 작년말 우리은행과 매출채권 유동화 계약, 최대주주 지급보증 차입약정 체결
최은진 기자공개 2020-05-14 11:30:27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3일 1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이 투자유치 외의 자금마련 돌파구를 찾는데 열중하고 있다.지난해 말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측이 지급보증을 서는 1000억원 규모의 차입약정을 신규로 맺은 데 이어 우리은행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매출채권 담보 유동화도 진행했다. 만성적자로 사실상 투자유치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대출 및 매출채권 유동화 등의 방식으로 자금조달 전략을 전환한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그간 필요자금에 대해 투자유치를 활용하는 전략을 펼쳤다. 조단위 누적적자로 시중은행이나 시장성 조달을 이용하기 어려운 만큼 투자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유치했다고 공개된 투자금액만 4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쿠팡은 연결기준 누적적자만 4조원, 투자금액을 모두 소진하고 남은 가용자금은 약 1조원에 못 미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추가 자금조달이 불가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쿠팡의 큰손 역할을 했던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현재 투자실패로 인한 어려움으로 추가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는 데 있다. 결국 쿠팡은 소프트뱅크 이외의 투자유치나 자금조달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고민은 쿠팡의 감사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쿠팡은 기존에는 차입전략을 대부분 토지 및 건물, 운반자산을 담보로 대출받는 방식으로 했다. 조단위 투자유치를 받아놓은 게 있었던 만큼 차입이 자금조달의 주요창구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전략이 확 바뀌었다.
지난해 말 쿠팡은 차입약정을 맺은 싱가포르 투자회사 MERCER INVESTMENTS (SINGAPORE) PTE. LTD.와의 차입한도를 전년도 3030억원에서 3400억원으로 늘렸다. 이 회사로부터 받은 차입금이 3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로 더 차입을 할 여지를 만들어 놨다고 볼 수 있다.
HSBC 등 외국계은행 등과 1500억원 한도의 차입약정을 신규로 체결하기도 했다. 재고자산이 담보다. 최대주주인 쿠팡LLC가 지급보증을 섰다는 점이 눈에 띈다. 쿠팡LLC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측이 사실상 지급보증을 섰다는 얘기다. 소프트뱅크측이 직접 쿠팡에 투자금을 집행하는 게 아닌 은행대출의 지급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재원마련 물꼬를 터준 셈이다.
매출채권을 담보로 유동화에 나섰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우리은행으로부터 약 300억원 규모의 유동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아폴로유동화제일차'와 계약을 맺어 300억원 규모의 매출채권 담보 대출을 받았다. 쿠팡의 지난해 말 기준 매출채권 규모가 약 7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을 담보로 설정한 셈이다.
그간 단일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적은 있지만 매출채권 전체를 담보로 유동화 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부터 쿠팡이 일부 증권사에 해당 건을 타진했지만 매출처와 쿠팡의 신용도를 문제 삼아 거절당했다. 우리은행 역시 대출심사부 등에서 쿠팡의 적자기조 등을 문제 삼았지만 오랜 거래관계 등을 감안해 유동화가 진행됐다.
유통업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원활한 현금융통이다. 쿠팡은 적자기조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현금이 꽤 잘 돌고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외부에서 자금문제를 우려하는 시선에도 기우(杞憂)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쿠팡은 추가 자금조달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이를 실행하고 있다. 지난해 순손실을 상당부분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대전시 등에 추가 물류센터 설립으로 실탄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이 매출채권 유동화에 나선 것은 자금조달 전략의 다변화를 꾀하는 첫단계로 해석된다. 더이상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투자유치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자금마련 돌파구를 다양화 시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다시말해 쿠팡이 자금조달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곳간이 말라가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증권사 등으로부터 매출채권 유동화 같은 자금조달 방안을 타진했지만 매출처 신용도와 쿠팡의 상황 등을 감안해 증권사 일부는 거부했고 우리은행과 계약하게 됐다"며 "물류센터 설립 등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투자금이 고갈되는 여건을 고려해 자금조달 전략을 다양화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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