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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S&P 경고 현실화되나 보유 주식 가치 급감… S&P, 큰 폭 하락시 '투기등급' 언급

전효점 기자공개 2020-05-21 10:30:17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9일 08: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마트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가치가 반토막 나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경고가 현실화 될 상황이 됐다. 반년 전 1조원까지 추산 됐던 삼성생명 보유 지분 가치는 현재 5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마트의 재무안정성을 떠받치던 금융자산 주축이 손상된 것이다.

19일 이마트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 보유 지분 5.9%(1만1763주)에 대해 3700억원의 평가손실을 인식했다. 주가 급락에 따라 작년 4분기에 이어 1분기 인식한 평가손실이 확대되면서 장부가액은 5060억원으로 축소됐다.

신평사들은 그동안 이마트 보유 삼성생명 지분가치 향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S&P는 지난해 8월 이마트 장기 신용등급을 BBB0에서 BBB-로 하향 조정하면서 삼성생명의 존재를 특정했다. 앞선 5월 무디스도 이마트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도 "필요시 현금화 가능한 상당한 규모의 유동성이 있는 지분투자 자산을 반영한 평가"라고 언급했다.

당시 S&P는 "삼성생명 지분가치가 이마트의 신용지표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수준으로 하락하거나 상당한 규모의 지분 매각이 재무위험도를 크게 개선시키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신용등급을 추가 하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생명 장부가액이 98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던 때였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최근까지 이마트 신용등급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해왔다. 할인점 본업의 영업 현금 창출력이 하락하는 가운데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가 사업 전반의 수익성을 한층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줄어드는데 매년 1조원 규모의 대규모 CAPEX(자본적지출)를 집행해나가고 있다는 점도 등급 하락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이마트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탄탄한 금융자산과 부동산 자산이었다. 풍부한 자산가치는 이마트가 신용등급 하락을 방어토록 하는 최후의 저지선이 돼줬다. 신평사들 역시 이마트가 영업 현금의 도움 없이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감당할 만한 재무 융통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이마트는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자산 일부를 지속적으로 매각하면서 차입금 의존도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해왔다. 작년 11월 점포 13개 매각을 바탕으로 차입금 감축에 나선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마곡 부지를 매각해 8000억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부동산 자산과 함께 금융자산 역시 이마트의 재무건전성을 방어해주는 주축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조원에 이르던 삼성생명 지분이 대표적이다.

삼성생명 지분의 존재는 이마트 차입금이 불어날 때마다 안팎에서 재무구조 개선용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안전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마트는 실제로 2015년 지분 300만주를 3500억원에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해 S&P가 삼성생명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 역시 이마트가 상황이 더 나빠지면 차입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융자산 매각을 선택지로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최근 믿음직스럽던 금융자산 기반에 적신호가 켜졌다. 삼성생명이 1분기 중 코로나19로 영업활동에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주가는 10년 래 최저치로 급락했다. 이마트 금융자산은 작년 말 기준 4조원에서 1분기 말 3조2800억원까지 하락했다. 한 분기 만에 20%가 증발한 셈이다.


1분기 말 기준 금융자산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계정은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이다. 작년 말까지 6500억원에 이르렀던 이 계정은 1분기 말 600억원으로 줄었다. 당초 MMW형 CMA 계좌에 예치해 뒀던 자산으로, 이마트는 연초 대부분을 인출해 투자 금액으로 지출하고 남은 자산은 현금성 자산으로 재분류했다. 이에 따라 현금성자산은 1400억원 정도 소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 지분 가치를 포함하는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계정도 평가손실을 인식하며 축소됐다. 작년 말 기준 8900억원에서 1분기 만에 5200억원까지 하락했다.

금융자산은 줄어들었지만 금융부채는 여전히 9조원 수준을 유지했다. 이중 은행권 단기차입금은 1분기 말 5500억원으로 작년 말 3000억원 대비 증가했다. 장기차입금은 2200억원으로 1100억원 가량 줄었다.

신평사들의 우려는 올해 신용등급 보고서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S&P는 2월 이마트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는 가운데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사정이 더 나빠지면 등급을 내리겠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이마트 신용도는 현재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최하위로, 한 단계 추가 하락 시 투기등급으로 떨어진다.

같은 달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이마트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낮췄다. 지난 달에는 한국기업평가가 이마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3월 한때 3만원 선까지 떨어졌던 삼성생명 주가는 반등하나 싶더니 현재 4만원 중반에 머무르고 있다. 주가가 재작년 초만해도 13만원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토막 난 수준이다. 주가 하락에 따라 지분 매각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지만 이마트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삼성생명 장부가액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당장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할 계획은 없기 때문에 당기순익 등 손익단에 미치는 영향도 없을 것"이라며 "당장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신용등급에 대한 영향도 미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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