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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쓱닷컴 천하' 만들기…장기전 버틸 체력 관건 [Earnings & Credit]실적 부진 속 'SSG.COM' 성장 고무적…수익 궤도까지 재무 여력 소진 전망

양정우 기자공개 2020-05-18 13:39:31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4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마트(AA0)의 승부수 '쓱닷컴(SSG.COM)'이 고속 성장을 달성했다. 오프라인 유통 사업의 침체로 신용등급이 떨어진 터라 온라인 채널의 성장세가 고무적이다. 코로나19가 엄습한 올해 1분기 전사 실적이 부진했으나 쓱닷컴의 선전으로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인했다.

문제는 온라인 유통 시장이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격전지라는 점이다. 한동안 저마진을 고수하면서 외형 확대에 '올인'하는 장기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 쓱닷컴이 수익 궤도에 올라설 때까지 그간 쌓아온 재무 여력으로 신용도를 뒷받침해야 한다. '안정적' 아웃룩의 향방은 고단한 싸움을 지탱할 체력에 달려있다는 평가다.

◇실적 하이라이트, 쓱닷컴 고속 성장…코로나19 여파, 전체 실적 부진

올해 1분기 이마트의 실적 발표에서 하이라이트는 단연 쓱닷컴이다. 주요 연결 계열사 가운데 순매출액이 가장 가파르게 성장했다. 전년 동기(1765억원)보다 73.9% 급증한 306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형 기준으론 신세계푸드(3050억원)를 제쳤고 이마트24(3542억원), 에브리데이(3385억원)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거래대금은 9170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보다 40.5% 껑충 뛰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Untact) 수요가 늘어난 것을 감안해도 성장세가 매섭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같은 기간 20% 안팎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이커머스 삼총사와 옥션, 지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 업체가 각축을 벌이는 시장에서 유통 공룡의 저력을 드러냈다.

쓱닷컴의 선전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근래 들어 이마트가 신용도 위기로 내몰린 건 유통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마트 매장을 직접 찾기보다 온라인 채널에 접속하는 소비 트렌드 탓에 대형 할인점이 수난을 겪었다. 이마트도 온라인 플랫폼에 부랴부랴 힘을 실었지만 후발 주자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올들어 쓱닷컴이 온라인 유통 시장도 장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낸 셈이다.

이마트의 전체 실적은 올해 1분기도 부진을 이어갔다. 순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조2108억원, 484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13.6%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4.8% 줄었다. 전분기 대비 흑자로 전환했지만 본격적 회복을 논하기 어려운 수치다. 핵심 수익처인 할인점 실적은 코로나19 여파까지 덮치면서 역성장을 이어갔다.

미국 사업 New Seasons Market 인수 반영

◇쓱닷컴 수익 궤도, 장기전 불가피…기존 재무 여력, 신용도 방어 촉각

쓱닷컴은 온라인 유통 시장의 강자로 서기까지 험로를 걸어야 한다. 이커머스 선두권은 적자 행진 속에서도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수천억원 대 재원을 지원받고 있다.

치열한 각축전 속에 독자 입지를 다지려면 한동안 저마진 전략이 불가피하다. 온라인 유통 채널의 선전이 고무적이지만 매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수익성 저하를 감내해야 하는 구조다. 쓱닷컴은 올해 외형을 키운 만큼 적자 폭도 커졌다. 영업손실이 전년 동기(89억원)보다 급증한 197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 진입 과정에서 프로모션에 힘을 쏟고 아직 비용 효율화가 자리잡지 못한 탓이다.

이마트는 쓱닷컴의 가능성이 가시적 결실을 맺을 때까지 기존 재무 여력으로 신용도를 방어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AA+'에서 한 단계 내려온 뒤 '안정적' 아웃룩이 부여돼 있다. 다시 한번 등급이 떨어지기까지 아직 재무적 버퍼가 있으나 안도할 수 없다.

한동안 수익성 회복이 요원한 만큼 현금 창출력도 축소된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연간 에비타(1조333억원)는 운전자본과 자본적지출(CAPEX)을 감당하지 못했다.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600억원 안팎으로 집계됐다. 추가적 자본 확충에 나서지 않는다면 차입 부담이 꾸준히 누적될 전망이다. 수익 궤도를 향한 쓱닷컴의 장기전이 지지부진할 경우 'AA0'를 지탱하는 재무 여력도 소진될 여지가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순차입금/EBITDA 6.5배 초과(2019년 기준 4.4배)', '차입금의존도 30% 초과(28.6%)' 등을 'AA-'로 향하는 트리거로 제시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6조41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6조359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019년 차입금은 새로운 리스 회계 기준 반영

◇연간 CAPEX 부담, 유동성 확보 필요…오프라인 사업 효율화, 장기전 지탱

크레딧업계에선 이마트의 연간 CAPEX가 1조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축된 현금 창출력에 맞춰 투자 규모를 줄이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무엇보다 CAPEX 계획이 물류센터 구축 등 쓱닷컴의 사업 효율화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 유치와 자산 매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금흐름의 부족분을 메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전년 말(3조7837억원→3조8171억원, 리스부채 제외)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한 것도 유동성 확보에 주력한 결과다. 쓱닷컴이 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세일앤리스백(S&LB) 방식으로 점포를 팔아 약 9500억원 가량을 확보했다.

구조조정 성과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수년 전부터 저수익 매장에 대한 구조조정과 매각 등을 추진해 왔으나 본격적 시동이 걸린 건 지난해다. 총 59개의 전문점을 폐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작업 역시 쓱닷컴의 강자 등극까지 재무건전성을 뒷받침할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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