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19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회사채 시장은 유독 침체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외 경제를 뒤흔들었다. 기업리스크가 커지며 회사채를 담는 기관투자자도 움직임을 멈췄다. A급은 물론 AA급도 미매각이 발행하며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미매각 오명은 발행사 입장에서도 달가울 리 없다. 이 때문에 만기를 짧게하고 규모를 줄여 리스크를 피하고 있다.주관업무를 담당하는 투자은행(IB)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다. 수입과 직결되는 딜 수임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발행 준비과정에서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은 배가 되고 있어 피로도는 높다. 인력을 대거 줄이는 초대형 IB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도 어려운 현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곳이 있다. 사상 처음으로 10년 장기물 회사채를 발행한 LG상사다. 의미는 내면에서 찾을 수 있다. LG상사가 처음으로 사모채 시장을 찾은 것은 단순히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투자자에게 기업의 안정성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 주 목적이다.
LG상사의 신용도가 AA-급이라는 점에서 장기물 발행의 상징성은 크다. 올 들어 AA-급 가운데 10년 이상 만기의 사모채를 찍은 유일한 이슈어다. AA-급은 한 노치만 하락해도 A급으로 전락할 수 있는 등급이다. 투자기관이 선뜻 손을 뻗기 부담스러운 이유다. 이 같은 여건에서 10년물 500억원 발행을 마무리 지었다. AA급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딜이었다.
빛나는 도전엔 KB증권의 조력이 숨어있다. KB증권은 LG상사에 장기물 발행을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단순히 차환을 위한 딜이 아닌 시장과 기업 상황을 고려해 내놓은 제안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KB증권은 부채자본시장(DCM)에서 7년 연속 왕좌를 지켰다. 주관업무의 차별화가 크지 않다고 여겨지는 시장에서 7년간 1위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LG상사의 딜에서 보여준 진화와 도전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다. 침체기에 들어선 올 2분기 KB증권의 위상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26%에 달하는 대표주관 실적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권에 속한 한국투자증권(13.32%)과 NH투자증권(12.87%)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다.
LG상사와 KB증권의 파트너십은 회사채 시장에서 플레이어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투심 저하와 출혈경쟁이 심화된 시장 내에서 생산된 결과물이라 더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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