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뗀 KAI의 공모채 도전…투심 향방은 [발행사분석]산업은행 지원 프로그램으로 400억 인수…'재판·감리' 리스크 극복할까
강철 기자공개 2020-05-22 15:01:52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1일 18: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이 3년만에 공모 회사채 발행에 도전한다.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공모채 시장의 빅3 증권사 외에 산업은행을 인수단으로 섭외하는 등 원활한 조달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지난해 6월 KAI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긴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본 평가에서 '안정적'으로 바꿨다. 분식회계와 관련한 전 경영진의 재판과 금융감독원 정밀 감사 장기화라는 리스크는 수요예측 결과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산업은행 인수단 참여…미매각 안전장치 마련
KAI는 오는 29일 24회차 공모채를 발행해 10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트랜치는 3년 단일물로 구성했다. 20회차 3·5년물로 2000억원을 조달한 2017년 5월 이후 3년만에 다시 찾는 공모채 시장이다.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가 대표 주관을 맡았다. 대표 주관사단은 오는 22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이다. 모집액을 초과하는 매수 주문이 들어올 경우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할 방침이다.
주관사단 외에 회사채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산업은행이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할 시 400억원을 책임지고 매입할 예정이다. 나머지 600억원은 주관사단과 유안타증권, 삼성증권이 나눠 인수한다.
확보한 자금은 전액 회사채 차환에 투입한다. 오는 31일 만기가 도래하는 20회차 3년물 1000억원을 갚을 예정이다. 차환 대상인 20회차 3년물의 금리는 2.04%다. 현재 KAI의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이 1.81~1.85%에서 형성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차환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실적 개선 힘입어 '부정적' 꼬리표 떼…'재판·감리' 리스크 상존
KAI는 지난 1분기 매출액 8277억원, 영업이익 661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1분기 대비 매출액은 30% 넘게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배 가까이 늘었다. 훈련기, 전투기, 헬기, 무인기, 위성, 항공기 기체 부품 등 주력 제품의 수주량이 꾸준하게 증가한 결과다.
수주 잔고와 납품 일정을 감안할 때 실적 개선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KAI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수주 잔고는 약 16조원이다. 2019년 전체 매출액의 약 5배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잔고 소진에 맞춰 주력 사업 부문의 매출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러한 양호한 수익성과 풍부한 수주 잔고를 감안해 이번 공모채의 신용등급과 아웃룩을 AA-,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KAI는 2018년 이후 약 2년만에 한국신용평가의 '부정적' 꼬리표를 뗐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신용평가가 KAI의 아웃룩을 안정적으로 제시한 점을 기관 투자자들도 염두에 두고 수요예측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까지 가세를 한다면 수요예측 선방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달 사이 수요예측을 실시한 AA- 발행사들은 대부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CJ대한통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에너지, LS일렉트릭, LG CNS, LG상사, 현대트랜시스 등이 모두 모집액을 초과하는 수요를 모았다. 이 같은 AA- 기업들의 완판 행진은 KAI의 수요예측 흥행 가능성을 밝게 만든다.
다만 납품비리와 분식회계 문제의 불씨가 상존하는 점은 수요예측 결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특히 의사 결정 과정에서 기업의 평판을 중요한 지표로 두는 기관은 KAI 공모채 매입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17년 7월 납품비리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의 KAI 경영진은 아직까지 재판을 받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의 정밀 감리도 예정보다 길어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러한 경영 상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이번 본 평가에서도 AA-, 부정적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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