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 해외사업 의기투합…회장들의 인연과 결단 [신한·하나 글로벌사업 MOU]본사 통해 양사 회장 수용…‘수익성 높이자’ 협업체제 공감대
고설봉 기자공개 2020-05-27 10:43:21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5일 18: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의 해외사업 헙력체제 구축의 시작점은 지속 성장을 위한 실무자들의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하지만 두 그룹이 결정적으로 전략적인 동맹을 맺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인연과 결단에 있었다.◇공통의 고민, ‘둔화된 성장세·과당 경쟁’…”우리끼리 경쟁하지 말자” 공감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모두 해외사업에 대한 고민이 짙어졌다. 매년 해외사업 순이익 규모는 증대됐지만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었다. 영업이익 대비 순이익률은 매년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외형은 급속도로 커졌지만 수익성 확대는 임계점에 다다랐다.
이런 상황에서 양사의 해외 데스크들은 국내 금융사 간 경쟁을 지양하고, 글로벌 금융사에 경쟁할 수 있는 공동 대응력을 높이는 차원의 아이디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글로벌 사업을 수행하는 해외 데스크들은 종종 모임을 가지면서 아이디어를 교환한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동남아시장에서 투자은행(IB) 딜(Deal)을 공동으로 추진하면 어떨까 하는 아디디어가 나왔다고 한다.
이미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모두 은행·증권·카드·캐피탈 등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딜 정보를 공유하고, 비용 절약을 통해 판관비를 낮추는 등 수익성 극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외형 확대가 수월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을 통제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그 경계를 그룹 밖으로까지 확장하는 차원의 아이디어였다.
해외에 나가 있는 양사 실무진들의 고민은 국내에 있는 글로벌 담당 실무자에게도 전달됐다. 이는 다시 두 그룹의 글로벌전략을 총괄하는 글로벌그룹장들에게까지 보고됐다고 한다. 단순한 아이디로 시작된 양사 협력체제 구축이 단순한 논의에 그치지 않고 진지하게 검토 단계 수준까지 올라간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경쟁하고 있는데, 해외에서도 경쟁할 게 뭐 있나’하는 공감대가 해외 데스크들 사이에 있었다”며 “경영진에게까지 이런 논의가 전달되면서 회장·행장들이 해외에서 우리 끼리 경쟁하는 것 자체가 국부유출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동 협력체제를 통해 글로벌 금융사와 경쟁하는 것이 국위선양이라는 인식으로 협력모델을 개발하는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두 회장의 33년 인연, ‘해외통’ 행장의 추진력…현업부서 아이디어 현실로
이번 협력 관계에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인연이 자리하고 있다. 김 회장이 금융권에 첫 발을 디딘 곳은 신한은행이다. 1988년 신한은행 영등포지점 대리였던 김 회장은 당시 행원이었던 조 회장과 함께 근무했다. 두 사람은 2년간 손발을 맞췄다. 김 회장은 1952년생으로 1957년생인 조 회장보다 5살 많다.
1992년 김 회장은 옛 하나은행 출범에 맞춰 신한은행을 떠났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그 뒤에도 두 사람은 교류를 계속 이어갔다. 각각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행장으로, 다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회장으로 성장하면서도 개인적인 친분을 이어나갔다.
두 사람이 33년에 걸쳐 쌓은 인연은 두 금융그룹이 해외사업에서 협업모델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개인적인 친분이 두 금융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주요한 의사결정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부서 차원에서 낸 단순한 아이디어가 그룹장, 행장, 회장을 거치는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고, 양사 회장들이 평소 친분관계도 협력모델 구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던 촉매 역할이 됐다”며 “회장들이 협업하기로 결정한 뒤부터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두 회장의 공감대와 결단은 두 금융그룹의 글로벌사업 전략의 수정을 이끌어 냈다. 이 과정에서 협력방안 등 해외사업 성공을 위한 ‘디테일’을 더한 것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의 행장들이었다.
실제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올해 1월27일 모처에서 만나 해외사업 협력에 대한 모델 개발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 은행을 대표하는 ‘글로벌통’인 두 행장이 만나면서 협력체제 구축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두 행장 모두 오랫동안 글로벌사업을 주도해온 전문가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에서 오래 근무했다. 이후 국제업무팀 팀장, 신한은행재팬(SBJ) 법인장을 역임했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근무하며 글로벌사업 감각을 쌓았다.
지 행장은 하나은행 홍콩지점, 심양지점을 거쳐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설립단 팀장을 맡아 중국사업의 초석을 닦은 인물이다. 이후 하나금융지주 차이나데스크 팀장, 글로벌전략실장 등을 역임했다. 부행장 시절에는 글로벌사업그룹장을 맡았다.
두 행장의 만남을 기점으로 양사 경영진과 실무진들 간 논의가 본격화했다. 이후 매달 회장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진행됐고, 그 자리에서 구체적인 협력모델의 큰 틀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양 사가 공동으로 투자하고 이익을 나누는 단계까지 염두에 둘 만큼 끈끈한 협업모델을 고민하고 있다”며 “회장들 간의 핫라인 구축, 행장들의 글로벌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게 협력체제 구축을 속도감 있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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