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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도전하는 크래프톤]M&A로 건진 '배틀그라운드'...2조 매출 신화①장병규 의장, 네오위즈 첫눈 창업 후 블루홀까지…매각 직전 '배그'로 잭팟

성상우 기자공개 2020-06-08 08:14:03

[편집자주]

크래프톤이 게임산업 판도를 바꾸고 있다. 3N으로 불리는 대형 3사 독식 체제를 흔들고 있다. 크래프톤은 대표작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 게임시장을 평정했다. 크래프톤이란 사명은 중세 장인들의 연합체를 뜻하는 '크래프트 길드'에서 따왔다. 집단 지성의 힘에 수 많은 개발사들을 연합체로 엮는 독특한 지배구조도 보인다. 빅4에 도전하는 크래프톤의 경쟁력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4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래프톤은 최근 거론되는 대어급 IPO 후보 중 가장 '핫'한 회사다. 3년전 국내 게임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배틀그라운드'를 탄생시킨 이후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첫 서비스 이후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단번에 글로벌 1위 게임으로 부상했다. 현재까지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으로 벌어들인 누적 매출은 2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크래프톤의 부상으로 국내 게임업계 경쟁 구도 역시 재편될 전망이다. 기존 업계 3강으로 꼽히는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상위권 구도에 크래프톤이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1분기 실적은 엔씨소프트를 넘어섰다. 올해 매출 2조·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할 것이 유력하다.

크래프톤의 역사는 M&A의 역사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도 M&A를 통해 얻어진 것이다. 크래프톤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게임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 IT창업 1세대 장병규 의장 M&A에 눈뜨다

크래프톤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사진)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IT붐과 맞물려 탄생한 벤처 창업 1세대 멤버로 꼽힌다. 크래프톤 이전부터 다수의 창업과 매각 과정을 반복하며 성공을 경험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창업자

그가 창업한 첫 회사는 게임사 '네오위즈'다. 카이스트 대학원 박사과정 중 모임에서 만난 나성균 현 네오위즈홀딩스 이사회 의장과 이 회사를 공동창업했다. 인터넷 자동접속 프로그램 '원클릭'을 통해 IT업계 주목을 받으며 성장을 시작한 네오위즈는 이후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과 게임 브랜드 '피망'을 내놓으며 본격 성장을 시작했다.

장 의장의 두번째 창업 회사는 검색서비스 '첫눈'이다. 2005년 공동창업자 나 대표와의 의견차로 네오위즈를 나오면서, 당시 검색서비스 담당이었던 신중호 대표를 포함해 30여명의 직원들과 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선보인 '스노우랭크' 검색 기술이 업계에서 화제를 낳았고, 회사는 창업 이듬해인 2006년 네이버(당시 NHN)에 350억원에 팔렸다. 창업과 매각으로 이어지며 M&A를 통한 신사업 확장에 눈을 뜬 시기다.

크래프톤(당시 블루홀스튜디오)은 첫눈 매각 이듬해인 2007년 설립했다. 네오위즈 시절 퍼블리싱사업부장을 맡은 바 있는 김강석 대표에게 전문경영인(CEO)직을 맡기고, 당시 게임시장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 개발에 집중했다.

첫 작품은 성공적이었다. 4년여의 개발기간을 거쳐 2011년 출시한 '테라'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4관왕을 수상하며 크래프톤을 단숨에 '개발 명가' 반열에 올려놨다. 당시 북미·유럽시장에서도 100억원을 넘는 매출을 발생시키는 등 국내와 해외에서 고른 흥행을 달성했다.

◇ '테라' 후속작 없어 크래프톤 매각 기로…M&A로 '잭팟'

테라의 흥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년간 테라의 후속작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재무구조 역시 급격히 악화됐다. 400억원 안팎의 매출과 30억~50억원 규모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던 크래프톤은 2016년 연결기준 70억원대 영업손실을 내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당시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80억원 규모로 완전자본잠식상태였다.

빠듯한 자금 사정에 회사 매각을 검토하기도 했던 장 의장은 개발사 추가 M&A를 결단했다. 역량있는 개발사를 편입해 체질개선해보자는 당시 김강석 대표의 제안을 수용한 결정이었다. 이후 장 의장은 피인수 회사 주주의 보유주식에 대해 블루홀 (크래프톤 옛 이름) 신주를 발생하는 '주식 스왑' 방식으로 1년간 △지노게임즈 △스콜 △피닉스게임 △마우이게임즈 등 개발사 4곳을 인수했다.

당시 편입된 지노게임즈를 이끌던 김창한 PD의 제안을 받아들인 장 의장은 또 한번 베팅을 했다. '배틀로얄' 장르 게임 개발에 자원을 쏟기 시작했다. 김 PD의 개발 커리어는 대부분 실패작이었으나, 장 의장은 배틀로얄 및 '총싸움게임(FPS)' 장르의 트렌드가 도래했다는 그의 분석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듬해 탄생한 배틀그라운드는 정식 출시 전부터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글로벌 게임 시장을 장악해나갔다. 2017년 3월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 게임은 정식 출시 전 게임을 선출시하는 개념인 '얼리억세스(Early Access)' 상태임에도 최단기간(16일) 100만장 판매기록을 달성했다. 300만장을 팔아치우는 데엔 9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 출시 13주 만에 판매량 400만장을 달성하며 누적 매출 1억달러(당시 원화 기준 1112억원)를 넘어섰다.

배틀그라운드의 폭발적 성장세에 힘입어 크래프톤은 2018년부터 2년 연속 1조원대의 매출과 3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론 영업이익 3525억원을 기록하며 게임업계 3강 중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실적을 제쳤다. 이 추세대로라면 국내 게임사 중 세번째로 매출 2조·영업이익 1조 반열에 올라설 것이 유력하다.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도 5조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17.5%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장 의장의 지분가치는 8000억~1조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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