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랜드, 화장품 원료사 M&A 신호탄 되나 밸류체인 일환·원료 희소성 증가…업계 꾸준한 관심
최익환 기자공개 2020-06-03 11:25:06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2일 11: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SK바이오랜드 인수 추진은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에 잠재해 온 화장품 원료사에 대한 관심이 표출된 대표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완제화장품 제조를 위해 원료사들을 태핑해 온 일부 전략적투자자(SI)들이 M&A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본격 등장할 지 주목된다.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HCN을 인수주체로 내세워 SK바이오랜드의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거래대상은 SKC가 보유한 SK바이오랜드 경영권 지분 27.9%로 예상 거래가격은 최대 1000억원대 중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매물인 SK바이오랜드는 국내 천연 화장품 원료사 중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점하고 있는 곳이다. 시장에선 이번 M&A를 통해 현대백화점그룹이 화장품업에 대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국내 1위 천연 화장품 원료 제조사를 인수한 만큼 향후 출시 예정인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번 거래 추진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화장품 원료사의 추가 M&A가능성이다. 이번 딜이 수면위로 올라오며 화장품 원료사에 대한 SI의 관심이 어느정도 증명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복수의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M&A를 계기로 다른 대형 화장품제조사들이 원료사 매입을 적극적으로 꾀할지 여부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자체 역량을 활용해 원료 생산과 연구를 진행해 왔고, LG생활건강은 2016년 인수한 오비엠랩을 통해 일부 원료만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내 M&A 업계를 중심으로 화장품 원료사를 물색하고자 하는 수요는 꾸준했다. 주요 자문사 별로 꾸려진 뷰티산업 담당 팀은 잠재 매물 리스트를 마련해놓고 꾸준히 이들을 매물화하기 위한 마케팅 작업을 진행해왔다. 현재 SK바이오랜드를 뒤따르는 원료사들로는 △세일인터내쇼날 △인터케어 △케어젠 △대봉엘에스 등이 꼽힌다.
업계가 그동안 화장품 원료사에 집중해온 이유는 각 브랜드 밸류체인 완성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경우 대형 원료제조사를 인수하면 기능성 원료에 대한 독점권은 물론 완제품에 대한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외 ‘로드샵’으로 불리는 중견업체들이 원료사를 인수할 경우에도 판매부진에 따른 부침을 어느 정도 헤지(Hedge)할 수 있는 좋은 기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해외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피테라’나 ‘피페리딘’같은 특수성분을 개발해 화장품에 적용하며 이름값을 날렸다”며 “향후 천연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 분명한 만큼 원료사를 대형 브랜드가 인수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맞춤형 화장품 제도의 도입과 친환경 원료에 대한 관심 증대는 원료사들의 몸값을 높이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맞춤형 화장품 제도는 고객의 선호·피부상태·톤 등을 고려해 필요한 원료를 현장에서 혼합·소분해 화장품을 만들 수 있게 한 제도다. 정부가 K-뷰티의 성장을 위해 시행한 해당 제도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은 ‘마이 딜리셔스 테라피’를, LG생활건강은 ‘CNP Rx’ 등을 선보였다.
맞춤형 화장품 제도의 시행 뿐 아니라 천연 원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와 관심도가 높아지는 상황은 SK바이오랜드를 포함한 국내 화장품 원료 제조·수입사들이 매출을 확대할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게 되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는 물론 대형 브랜드를 보유한 SI의 인수 관심도 역시 높아질 공산이 크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맞춤형 화장품 제도와 친환경 수요의 증가는 향후 화장품 원료에 대한 희소성과 기업가치를 높일만한 강력한 호재”라며 “원료 관련 사업을 내재화하려는 SI는 물론 수익성에 주목한 PEF의 투자도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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