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1, 장수 사외이사 여전…이사회 독립성 '물음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점검]핵심지표 준수율 40%, 주주·이사회 관련 개선 안돼
이아경 기자공개 2020-06-04 09:38:15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3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업체인 E1은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관련 핵심지표 중 절반도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6년을 초과하는 등 이사회 부문에 대한 핵심지표 준수율이 더 떨어졌다. E1은 장수 사외이사가 이사회 내 위원회 위원장도 모두 맡고 있는 등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E1이 최근 공시한 2019년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보면 15개 핵심지표 중 준수한 항목은 6개에 불과했다. 준수율로 따지면 40%에 그치는 성적이다. 2018년에도 준수한 핵심지표는 15개 중에 7개였으나, 지난해에는 이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2018년과 달리 지키지 못한 항목은 이사회 부분 중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 및 운영 △6년 초과 장기재직 사외이사 부존재다. 전자의 경우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가이드라인이 강화되면서 해당 기준에는 미달했으나, 향후 승계 정책을 지속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E1은 정관 및 이사회 규정에 따라 대표이사의 유고로 직무를 행할 수 없을 경우 대표이사가 사전에 지명한 이사가 대표이사의 직무를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6년 초과 장기재직 사외이사 부존재' 여부다. E1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2014년부터 재직한 김영룡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며 2022년 3월까지 총 8년간 재직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연초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이 담긴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지만 김 사외이사의 경우 지난해 임기가 연장되면서 이를 피해갈 수 있었다.
1950년 12월생인 김 사외이사는 현재 6년 3개월째 재직 중이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국방부 차관을 역임했다. 계열회사까지 포함하면 김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은 9년을 넘어선다. E1은 장기 재직 사유에 대해 "회사경영에 대한 기여 및 경영 연속성의 측면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 9월부터 DB저축은행 사외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김 사외이사는 지난해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받기도 했다. E1 지분율 7.11%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당시 이사선임 및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의 건에 대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계열사를 포함한 사외이사 재직연수가 10년을 초과해 장기연임에 따른 독립성 취약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사선임의 반대율은 10.4%, 감사위원회 위원선임에는 반대율이 12.1%에 달했다.
김 사외이사의 '독립성' 문제는 그가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의 위원장을 모두 맡고 있다는 점에서도 부각된다.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표면적인 '독립성'만 갖췄을 뿐, 위원회의 상이한 역할을 고려하지 않고 경영진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했을 가능성 등은 의식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E1의 장수 사외이사와 그에 따른 독립성 훼손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한승헌 전 사외이사는 무려 2001년부터 2017년 3월까지 16년간 재직했고, 천진환 전 사외이사도 2003년부터 14년간 사외이사를 맡았다. 국민연금은 이들의 장기연임을 이유로 2015년 두 후보의 이사선임 및 감사위원 선임에 모두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밖에 E1은 이사회 관련 핵심지표에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집중투표제 채택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 등은 모두 준수하지 못했다.
반면 2018년도와 달리 지난해에는 내부감사기구가 분기별 1회 이상 경영진 참석 없이 외부감사인과 회의를 개최했다고 적시했다. E1은 최근 회의에서 핵심감사항목 선정 및 2019 사업연도 감사 수행 결과 등을 논의했으며, 향후 분기별로 경영진 참석 없는 회의를 통해 감사계획 및 감사에서 발견한 주요 사항 등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주주 관련 핵심지표의 경우 2018년도 이어 단 한개도 준수하지 못했다. 다만 배당정책과 관련해서는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E1은 "배당정책은 구체적으로 안내하지는 않기 때문에, 향후 관련 부분을 보완해 주주들이 배당 관련 정보를 충분히 안내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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