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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법인 경영분석]중앙감정, 정비사업에 통계 접목공정성 중시 과학적 접근으로 실마리, 순위는 하위권

이명관 기자공개 2020-06-04 09:35:54

[편집자주]

감정평가 시장의 규모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의 성숙도에 비례해 대체투자 시장이 성장하고 부동산 실물자산 거래가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덩달아 성장하고 있는 곳이 감정평가법인이다. 최근 10여년간 빠르게 몸집을 불리며 부흥기를 맞았다는 평까지 나온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외부엔 잘 드러나지 않아 부동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감정평가법인의 경영 내역과 경쟁 구도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2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감정평가법인의 주된 먹거리는 담보평가와 재건축 재개발로 대표되는 도시정비사업이다. 13개 대형법인 모두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그만큼 한정된 시장 안에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몇몇 법인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영업력 강화를 모색한다.

대표주자 중 한 곳으로 중앙감정평가법인이 꼽힌다. 중앙감정평가법인은 도시정비사업에 최적화된 감정평가를 진행하기 위해 통계를 활용하는 시도를 했다. 조합원별 추정분담금의 민감도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최적화된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서다.

◇정비사업 최적화 프로그램 개발

감정평가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때로 공정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기도 한다. 특히 감정평가 결과가 금전적인 부분과 연결되다 보니 더욱 그렇다. 이 같은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 중앙감정평가법인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수년 전 서울대학교 통계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정비사업 최적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조합원 간의 균형을 이루는 최적의 가격수준을 도출해 내도록 고안됐다. 특히 객관적 데이터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 요소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공정성 측면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도시정비사업은 재건축과 재개발, 도시환경정비, 주거환경개선 사업 등 4가지가 있다. 이중 재건축과 재개발이 주된 먹거리다. 이들 프로젝트의 성공 키워드로 첫손가락 안에 꼽히는 게 바로 '단합'이다. 정비사업은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공동사업이기 때문이다. 의견이 수렴되지 않을 경우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정비사업의 꽃이라는 관리처분단계에 이르면 조합원들의 불만과 갈등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여기서부터 감정평가법인의 역할이 크다. 관리처분 단계에서 관리처분은 조합원이 출자한 재산권의 평가를 통해 이뤄진다. 새로 건축된 건축물 및 대지 지분을 어떻게 분배하고, 취득할 건축물 및 대지지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의 계획을 수립하는데, 이때 감정평가가 수반된다. 수많은 조합원을 납득시키려면 공정함이 기반이 돼야 한다.

중앙감정평가법인은 과학적인 접근으로 조합원별 추정분담금의 민감도를 분석해 내면서 '공정한 감정평가'를 실현해 냈다. 이를 토대로 중앙감정평가법인은 신반포5차, 방배동서리풀단독, 송파반도아파트, 용산전면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등 1000여 사업장의 정비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통계를 접목한 중앙감정평가법인의 시도는 지차체와의 협업으로도 이어졌다. 경기도에서 발주한 15개 재정비촉진지구 내 180여개 구역의 '추정분담금 정보시스템 구축 용역'과 인천광역시 추정분담금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다. 최근엔 정비사업본부 산하에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비롯한 소규모정비사업을 담당하는 별도의 팀을 구성해 정비사업 분야를 확장해나갈 채비를 갖췄다.


◇시장 점유율 순위는 하락세, '중위권→하위권'

중앙감정평가법인의 이 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 순위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991년 7월 출범한 중앙감정평가법인은 2006년 대형화 바람이 불어왔을 때 코리아감정평가법인을 흡수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2006년부터 부동산가격 공시제도가 시행되면서 재산세와 거래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이 현실화됐다. 이때 국토교통부(옛 건설교통부)가 감정평가법인의 대형화를 유도했다. 국토교통부는 감정평가법인의 수가 많아지자 공신력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에 27개 법인의 합병을 종용했다.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법인 간 통합작업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2007년 13개 대형법인 체제를 갖췄다.

중앙감정평가법인은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운 효과를 바로 거뒀다. 대형법인 체제가 시작된 2007년 40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5위로 출발했다. 이후로도 중앙감정평가법인은 꾸준했다. 매출은 400억원 안팎을 오르내렸지만, 순위는 2011년까지 5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2년부터 순위가 밀리기 시작했다. 2012년 39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6위로 미끄러졌다. 이듬해엔 7위로 한 단계 더 떨어졌고, 2014년엔 11위까지 추락했다. 2015년 매출 481억원을 올리며 역대급 성과를 내면서 7위로 발돋움했는데, 잠시뿐이었다. 2016년 다시 11위로 떨어졌고, 이후 10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이 기간 매출은 554억원까지 불어났지만, 경쟁사들의 괄목할만한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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