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5.3%' BW 발행, 한진칼 '신의 한수'?3자연합 목적은 '지분율 확대'…워런트 관심없을 가능성
유수진 기자공개 2020-06-08 08:40:41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5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이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때문에 어떤 재무적 결정을 내릴 때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한진칼이 최근 자금 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정했다. 그간 예고해 왔던 자산매각이나 담보부차입이 아닌 '보기에 없던 답'을 골랐다.이를 두고 일각에서 한진칼이 실수를 한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3자연합(KCGI, 조현아,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율을 4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기세등등한 상태기 때문이다. 이들이 마음먹고 신주인수권(워런트) 매수에 나서면 보유 지분율이 최대 48%를 넘어설 수도 있다. 3자연합 입장에서는 기나긴 싸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정말 한진칼은 '잘못된 선택'을 했을까.
한진칼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3000억원 규모의 BW 발행을 결의했다.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유상증자 참여를 위한 재원 마련 차원이다. 발행방식은 주주뿐 아니라 누구나 청약할 수 있는 일반공모로 결정됐다. 워런트만 따로 떼어 매도할 수 있는 '분리형'이다. BW를 배정받은 모든 투자자가 워런트를 행사하면 주식 331만1258주(5.3%)가 새로 발행된다.
워런트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오는 8월3일부터 2023년 6월3일까지다. 당장 8월부터 신주 발행을 요청해 실제 주식으로 보유하는 투자자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그게 3자연합이라면 한진칼은 지분율 싸움에서 더욱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럼에도 BW를 선택한 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회사 측은 BW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자산매각 등보다 대한항공 유상증자 납입 일정(7월17일) 준수에 보다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서는 "주가 흐름에 따라 투자자들이 워런트를 행사할테니 어느 쪽에 유리할 지 불리할 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한진칼이 3자연합의 소극적인 참여를 예상해 BW로 자금 조달 계획을 틀었다고 보고 있다. 3자연합은 다른 투자자들과 달리 '수익 확대'가 아닌 '지분율 확대'가 주목적이라는 점이 그 근거다. 최근 KCGI와 반도건설은 그간 매입단가보다 훨씬 높은 9만원대에 주식을 사들이는 등 다시 지분 늘리기에 나선 상태다. 특히 이미 조원태 회장 측과 지분율 차이가 꽤 나는 상황인 만큼 무리하지는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3자연합 입장에서는 이번 BW가 크게 매력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BW 인수시 신주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뒤따라 오지만 그 대가로 최소 2년동안 돈을 묶어둬야 하기 때문이다. 풋옵션(조기상환권)이 포함돼 있으나 행사 가능한 가장 빠른 시점이 2022년 7월3일이다. 3~12개월 짜리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지분 매집을 이어가고 있는 KCGI 입장에선 선뜻 손이 갈 리가 없는 선택지다.
그렇다면 추후 워런트만 사들여 신주를 인수할 가능성은 없을까. 이론상 당연히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실익이 크지는 않아 보인다. 기본적으로 워런트를 매수한다는 건 주가가 크게 올라 워런트 값을 제하고도 차익실현이 가능할 때에 한정된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돈을 주고 워런트까지 사서 신주를 인수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그냥 장내매수를 하는 게 가격 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경영권 분쟁과 무관한 일반투자자들은 워런트를 매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직접 주식으로 보유했다가 매도해 차익을 남기는 게 더 쏠쏠하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는 경영권 이슈로 쉬이 주가가 떨어지지 않을 거란 기대감이 퍼져있다. 한진칼 역시 이 같은 시나리오를 고려해 '일반공모'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인들이 최대한 많은 양의 주식을 보유하도록 유도해 3자연합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주가가 폭락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주가가 행사가액보다 낮아지면 워런트는 휴지조각이 된다. 물론 주가 하락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리픽싱(가격재조정) 조항을 넣어두긴 했다. 최초 행사가액의 70% 수준까지 조정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 3자연합에는 무용지물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가 떨어지면 저렴한 가격에 그냥 주식을 담으면 된다. 사실상 BW나 워런트와 무관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한진칼은 3자연합의 세 확장을 최대한 막으면서 자금 조달을 하는 방법을 찾는데 중점을 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밖에 BW를 인수해 추후 조 회장에게 힘을 보태 줄 백기사를 찾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쨌든 재계에서는 이번 BW가 한진그룹에 결코 불리하지 않은 자금 마련 방안이라는 데에 별 다른 이견이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누가 워런트를 많이 갖고 가느냐에 따라 추후 경영권 분쟁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보인다"면서도 "주가가 많이 오르면 일반투자자들은 워런트를 팔지 않을 것이다. 그럼 양 측이 늘어난 지분(신주 발행분)을 갖고 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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