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텍 스핀오프 명암]테라젠, 바이오 분할…유전체사업 재평가 기회될까⑥차바이오랩 분사와 비슷한 모델, 메드팩토 성공 경험에 기반
서은내 기자공개 2020-06-09 08:21:57
[편집자주]
바이오텍 스핀오프가 활발해지고 있다. 스핀오프는 영화나 게임의 설정을 토대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바이오텍 스핀오프는 특정 기술이나 신약 물질을 따로 떼어내 독립하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최근 국내에서도 스핀오프가 활발해지고 있다. 스핀오프는 개발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주주별 득실이 달라질 수 있다. 회사별 스핀오프 방식, 분사 후 주주 구성 등 유형을 살펴보고 이해득실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8일 10: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테라젠이텍스 신약개발 연구소가 전신인 메드팩토는 모기업에서 스핀오프한 후 상장에 성공해 시장에서 높은 몸값을 인정받고 있는 대표적인 바이오텍이다. 분사 후 7년만인 지난해 말 상장에 골인했으며 현재 1조2500억원 수준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모기업인 테라젠이텍스 시총(3700억원)의 3배가 넘는다.테라젠이텍스는 메드팩토 분사의 경험을 기반삼아 최근 두번째 스핀오프를 개시했다. 5월 출범한 유전체 사업벤처 '테라젠바이오'다. 유전체사업을 재평가받고 외부자금 조달을 유치하는 것이 분할의 목적이다. 테라젠바이오는 메드팩토 분사 때와는 구조가 많이 다르다. 메드팩토는 설립 시기부터 테라젠이텍스의 지분율은 30% 정도에 그쳤다. 반면 테라젠바이오는 물적분할을 통해 100% 자회사로 설립됐다.
사업 분할을 위해 주주총회 특별결의도 거쳤다. 핵심 사업 분할에 따른 주가 우려도 있었지만 주주들의 합의를 이뤄냈다. 대규모 외부 자금 조달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공격적인 투자를 개시할 예정인만큼 앞으로 모기업의 테라젠바이오 지분율은 희석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다만 메드팩토의 분할 방식과 비교하면 모기업 지배력 유지에는 훨씬 용이한 구조로 해석된다.
◇주총 특별결의 통과…주주합의 이끈 배경은
테라젠이텍스의 유전체사업 분할은 회사 핵심 신성장동력원을 떼어낸다는 점에서 모기업 자체 주가 하락의 우려가 공존하는 이슈다. 분할 후 테라젠이텍스에는 의약품 제조사업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테라젠이텍스가 스핀오프를 감행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주가도 많이 올랐다. 분할 결의를 이룬 3월 주총 당시 코스닥 시장이 전체적으로 크게 하락해 있던 때였으며 분할 후 지금은 주가가 3월 수준의 3배까지 오른 상태다.
사업분할이 주주들의 합의를 끌어낸 주요한 동력은 분할을 통해 기업가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이었다. 그동안 테라젠이텍스의 유전체사업은 시장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왔다.
유전체 분야는 국내 바이오 주식시장에서 유독 저평가돼 온 영역이다.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초까지만해도 테라젠이나 마크로젠 등 유전체분야 1, 2위 기업들의 시총이 2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다음 순위 업체들도 1000억원을 하회했다.
그러다보니 테라젠 내 의약품 제조분야 실적만이 유일한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매년 제약부문 매출이 성장하고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동시에 유전체 분야 투자에 따른 실적 관리의 어려움이 도사렸다.
테라젠이텍스 관계자는 "계획 중인 유전체 사업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재 대규모 자금 유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분할을 통해 혁신 사업에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재무적 안정성을 유지해 나가야한다는 투자업계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7년 전 신약개발 부문을 분할, 메드팩토를 신설하고 한 차례 상장에 성공시킨 경험도 분할 찬성의 또다른 동력이 됐다. 메드팩토도 모기업에서 분사, 외부 투자를 통해 개발자금을 유치했다. 그 과정에서 테라젠이텍스 지분율은 15% 수준으로 희석됐으나 해당 지분의 현재 시장 가치만도 약 1900억원에 달한다.
◇차바이오텍-차바이오랩 분할 모델과 유사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 신규 사업을 100% 자회사로 분할시킨 점에서 테라젠바이오 신설은 차바이오랩 설립 사례와 닮은 모습이다.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면서 마이너스 실적이 이어지면 상장사의 경우 상장 유지 요건을 갖추기 힘들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투자가 많이 필요한 신규 사업을 비상장사로 떼어내는 구조 개편을 진행하기도 한다.
차바이오텍도 2018년 초 직전 3개년 별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R&D비용 처리 이슈가 발생하며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당시 신설한 자회사가 차바이오랩이다. 자금이 많이 필요한 바이오 사업을 차바이오랩에 담당시키고 상장 모기업의 100%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재무적 안정성 유지와 신규사업을 위한 과감한 투자 진행을 병행할 수 있는 구조다.
테라젠바이오는 테라젠이텍스의 100% 자회사이므로 현재로서 모기업 주주들 입장에서 지분 희석의 우려는 없다. 다만 외부 투자가 유치되면 모기업 지분율은 낮아진다. 테라젠바이오 관계자는 "외부 투자 유치는 3자배정 혹은 CB 등을 통한 재무적, 전략적 투자를 받는 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테라젠바이오의 주식 가치가 설립 때 보다 높아진 수준에서 펀딩이 이뤄지므로 모기업 및 모기업 주주 입장에서는 실익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분할 전 테라젠이텍스의 무형자산과 산업재산권은 총 26억원이었다. 테라젠바이오로 분배된 부분은 그 중 3%가 안되는 7000만원 정도다. 무형자산이 3300만원, 산업재산권은 3400만원이다. 현재 재무제표상 테라젠바이오에 분배된 유전체분석 기술 및 지적재산권 가치가 1억원이 안되는 수준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물적분할을 할 때는 자산에 대한 재평가를 하지 않는다. 유전체분석과 관련된 특허 및 지적재산권 등 무형자산이 테라젠이텍스 재무제표에 처음 기록된 원가 기준 장부가액만큼 테라젠바이오가 가져온 결과다.
◇빅데이터 분석 기반 신생항원 치료 '암백신' 개발 도전
테라젠바이오의 유전체사업은 크게 해외 중심의 NGS파트와 국내 중심의 개인유전체서비스로 나뉜다. NGS는 임상연구를 지원하는 분야다. 개인유전체서비스는 병원대상 서비스와 DTC가 포함돼있다. 또 하나 중요한 축은 신약개발 R&D본부다.
테라젠이텍스는 지난 3월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신생항원(Neo Antigen)을 활용해 신약개발, 항암치료 시장에 본격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테라젠이텍스의 신생항원 분야 개발 파이프라인은 전임상 단계다.
신생항원 치료요법은 3세대 항암요인법 면역항암치료제 단점인 낮은 반응률을 보완할 4세대 치료법으로 불린다. 각 환자별 암의 유전적 형질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 백신이다. 이 분야의 핵심기술은 DNA 빅데이터로 알고리즘을 만들어 개인 맞춤 치료제를 예측하는 것이다. 테라젠이텍스가 지난 10년간 다른 바이오기업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데이터를 연구해왔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활용 신약후보물질발굴, 바이오마커 개발도 진행한다. 이 분야는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이 필요한 부분이다. 때문에 제약사업도 진행 중인 테라젠이텍스가 한 기업 내에서 병행하기 어려웠지만 분할 이후로 적극적인 사업 전개가 가능해졌다.
테라젠바이오는 외부 투자 유치를 꾀하고 있으며 향후 코스닥 상장 루트로 갈 전망이다. 연내 혹은 내년에 3자 배정 등을 계획 중이며 다수 투자자가 테라젠바이오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과 사업 가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언제든 펀딩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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