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6월 15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3년 '성장사다리펀드'란 간판을 단 새로운 모펀드가 나왔다. 당시 구성된 여러 자펀드 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건 단연 '재기지원펀드'였다. 창업가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흐름에서 벗어나 실패한 기업에 중점을 뒀다. 말 그대로 실패한 기업을 위한 사다리를 자처했던 셈이다.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재기지원펀드내 자펀드가 담은 포트폴리오들이 실패를 딛고 일어났다. 성공을 발판 삼아 재기지원펀드는 '구조혁신펀드'로 이름을 바꿔 달고 출자규모를 확 키웠다. 지금과 같은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구조조정 전용 펀드 역할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모펀드 운용기관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하 성장금융)은 다시 파격적인 출자 행보에 나섰다. 최장 13년에 달하는 펀드 운용이 가능한 '은행권 스타트업 동행펀드'를 내놨다. 국내 벤처투자 역사에서 운용기간이 10년을 넘는 첫 사례다. 일반적인 벤처펀드가 7년 내외인 걸 감안하면 5년이나 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재투자 허용이라는 당근까지 제공한다. 투자 사이클이 짧은 문화콘텐츠 펀드에서나 볼 수 있었던 회수금 재투자가 동행펀드에서도 가능해졌다. 최소 결성액은 300억원이지만 재투자까지 감안하면 실제 체감효과는 500억원대에 달한다.
이 같은 파격의 이면에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국내에 접목하려는 성장금융의 영리함이 있다. 벤처투자 선진국인 미국에 있는 다양한 펀드 모델을 국내로 가져오는 건 물론 한국형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모펀드는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의 바로미터다. 대규모 유동성을 가진 모펀드가 어떤 출자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생태계 전반의 성과가 갈린다. 모펀드가 만든 방향성에 대다수 민간자본이 올라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장금융이 시도했던 파격들은 현재까지 성공적이란 평가다. 이에 멈추지 않고 다시 한번 스타트업 투자 트렌드에 새로운 방향성을 던졌다. 성장금융의 영리한 출자 사업이 향후 어떤 성적표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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