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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운용사 열전]'타고난' 디벨로퍼 임호순 LB운용 본부장③'자체 소싱 역량' 최고의 경쟁력, 밸류애드·오퍼튜니스틱 선호…물류센터 인수·개발 주력

이효범 기자공개 2020-06-18 08:56:40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펀드 시장은 2016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큰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더벨은 그동안 시장을 일궈온 부동산 운용사들과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키맨(Key man)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7일 09: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호순 LB자산운용 투자3본부장은 국내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의 경쟁입찰을 선호하지 않는다. 자산운용사의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브로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소싱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딜에 집중한다. 나아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수행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공간을 디자인하는 디벨로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부친 영향, 부동산 개발사업 '꿈'…'매입부터 개발까지' 운용업에 매료

임 본부장은 건설사에서 근무한 부친의 영향으로 어린시절부터 부동산 개발사업에 관심이 컸다. 그에게 장래희망은 직업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인 부동산 개발사업이었다. 돈을 많이 벌려고 생각한 일은 아니었다. 그에게 부동산 개발은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는 일이었다.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로 진학했던 것도 부동산 개발사업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향한 과정이었다.

임 본부장은 당시만 해도 부동산 개발을 "(설계도를) 잘 그리고, 잘 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발사업을 주도하는 건 시행사였다. 시행업은 개발사업을 실시할 토지를 매입하고, 착공에 돌입할 수 있도록 관련된 인허가 작업을 완료하는 일이었다. 이후 원활하게 공사를 마무리하면 시행사는 대규모 분양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그는 미국 뉴욕대 부동산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국내 시행사의 역할도 해외와 비교하면 제한적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미국에서는 개발사와 투자사의 경계가 모호했다. 현지에서 디벨로퍼로 불리는 기업들은 시행사의 역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로서 역할까지 넘나들었다는 얘기다. 그가 애초에 생각했던 부동산 개발사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미국 디벨로퍼와 마찬가지로 부동산금융까지 섭렵해야 한다고 봤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디벨로퍼에 대한 개념이 정착되고 있었다. 특히 개발사업에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늘면서 부동산개발과 부동산금융은 점차 뗄 수 없는 분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앞서 시행업은 소규모 자본을 가진 영세한 업자들이 시공을 할 수 있도록 부지 매입과 인허가를 완료하는 것이었기에 딱히 큰 자본이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좌초되는 사업들이 많았고, 기관투자가 등이 뛰어들면서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고 수익을 키우기 위해 에쿼티 투자 비율을 높이는 사례가 많아졌다.

임 본부장은 "전체 개발사업에 들어가는 사업비 중 20~25%를 확보해,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저가에 조달하는 부동산 개발사업은 리턴이 크다"며 "일반적인 시행사의 에쿼티 투자 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1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인허가가 매우 오래 걸리는 지구단위 사업이나, 단지 조성사업 등을 제도권 금융사가 추진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미국 유학을 마친 그는 우리나라로 돌아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입사했다. 주로 클라이언트에게 부동산 관련 자문, 평가, 컨설팅을 제공했다. 회계법인의 주요 클라이언트 중 하나는 해외 부동산 투자를 확대했던 생명보험사였다. 임 본부장은 주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자문을 했다. 또 기관투자가들은 부동산 투자를 실시할 때 제3자의 시각에서 투자건을 분석하는 평가보고서를 내부심의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당시 이같은 평가의견을 제공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었다.

또 부동산 컨설팅도 실시했다. 가령 건설사가 디벨로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이나, 생보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플랜 등을 짜는데 자문을 제공하는 전문가로서 초빙되기도 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다양한 부동산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건 그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것도 당시 경험이 주효했다.

임 본부장은 "다양한 부동산 자산을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운 시간이었다"며 "특히 기관투자가의 시각에서 개발사업에 대한 전체 사이클을 경험할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령 증권사는 셀다운을 위해 개발사업의 사이클 중 극히 일부에서만 참여한다면, 자산운용사는 토지 매입부터 개발 후 매각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특히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펀드 운용역 천직"…딜 소싱 핵심 '엑시트'

임 본부장은 일상 속에서도 부동산에 푹빠져 산다. 일과 취미가 거의 겹치는 천직이라고 자평할 정도다. 부동산에 대한 그의 열정은 업무를 추진하는 동력이다. 여행지에서도 그가 묵는 숙박시설이나 주변 건축물을 비롯한 부동산을 살펴보는 게 취미다. 특히 건축공학을 전공한 그의 시각에서 공간 활용에 대한 건축가의 생각을 읽고, 머릿 속으로 재창조하는 일에 흥미를 느낀다.

이런 성향 때문일까. 밸류애드, 오퍼튜니스틱 전략의 딜을 더욱 선호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시절에도 다양한 개발사업을 실시했다. 함께 개발사업을 추진한 직원들의 경력도 다양했다. 리징 에이전트(Leasing Agent), 시공사, 식음료업계 등에서 경력을 쌓았던 팀원들은 부동산에 전문성을 모두 결집시키고 있다. 그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과 함께 LB자산운용에 새둥지를 텄다.

임 본부장은 "밸류애드나 오퍼튜니스틱 전략은 자금력이 중요한 코어 부동산 매니지먼트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운용사의 역량과 노력에 따라 부동산의 밸류를 높일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밸류애드나 오퍼튜니스틱 자산을 직원들과 함께 더 좋은 자산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같은 유형의 딜에 무턱대고 손을 뻗치는 건 아니다. 그가 딜 소싱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엑시트'다. 단순히 임차인에 의해 가치가 평가되는 부동산이 아닌 부동산의 입지와 건물 본연의 가치를 분석해 엑시트 가능성을 저울질한다. 특히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부동산 인수가격이다. 그는 매매가에 따라 엑시트 여부가 좌우된다고 본다.

임 본부장은 "예를 들어 벤처캐피탈은 10개 투자 건 중 1~2개만 성공해도 좋은 평가를 받지만 부동산 운용사는 10개 투자 건 중에서 1개라도 실패하면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는다"며 "인수한 모든 부동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동시에 종국에는 엑시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적정한 가치에 투자를 했느냐에 따라 엑시트 가능성이 달라진다"며 "현재보다 유동성이 떨어지더라도 매입가 이상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본연의 가치가 높은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경쟁입찰을 통해 소싱하는 딜을 지양한다. 이같은 딜은 주로 코어 오피스 빌딩이다. 비딩을 하면 입찰자들은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고, 때에 따라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 임차인을 채우거나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굳이 경쟁입찰에 목을 멜 이유가 없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매도자·투자자 신뢰 기반 '안성 벤츠 물류창고' 인수

임 본부장이 투자한 부동산 중 가장 애착을 가진 건물은 안성 벤츠코리아 물류창고다. 지난 2018년 인수한 건으로 펀드 설정액은 850억원 가량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매도자와 펀드 투자자들과의 신뢰가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었던 딜이었다는 점에서 그는 의미 있는 딜로 꼽았다.

해당 물류창고는 독일계 싱가포르 디벨로퍼가 벤츠의 요구에 맞춰 개발한 건물이다. 벤츠에 특화된 창고라 투자시 리스크 중 하나는 벤츠가 임차를 하지 않으면 다른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대신 벤츠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고 사용 중이다.

임 본부장은 우연찮은 기회에 물류창고를 개발한 디벨로퍼 측 인사를 알게 됐고, 딜을 따내기 1년 전부터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다 디벨로퍼가 벤츠코리아 물류창고 매각을 시도하면서 오랜기간 소통해온 임 본부장이 이 딜을 따낼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창고를 인수하기 위해 기관투자가를 모집해야 했는데, 기관들 사이에서는 벤츠가 임차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는 점이다. 그는 면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벤츠가 향후 안성 물류창고를 거점으로 국내에서 물류기반 시설을 더욱 확충할 계획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해 투자를 이끌어냈다.

임 본부장은 "이 딜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매도자나 펀드 투자 기관들이 LB자산운용의 역량을 믿고 딜에 참여했다는 점"이라며 "매도자 측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비딩을 진행하지 않고도 딜을 따낼 수 있었고, 미래에셋자산운용 시절부터 관계를 구축해온 기관투자가들이 벤츠가 임차계약을 종료할 경우에 대비한 운용계획을 믿고 투자를 집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물류창고"라고 자부했다.

국내 딜을 진행하면서 브로커를 통해 딜을 소싱한 경우는 거의 없다. 발품을 팔아 자체적으로 딜을 소싱하면 펀드 투자자와 운용사가 모두 더 나은 수익률과 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물류센터는 오피스 빌딩에 비해서 개인이나 법인 등이 보유한 사례가 많아 이 분야에 투자를 주력해왔다. 임 본부장이 투자한 물류센터의 IRR은 모두 10%를 웃돈다.


◇'코로나19'로 시장 변화…키워드는 '언택트·유동성·안정성'

임 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부동산 자산별 시장 전망을 바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언택트, 유동성, 안정성을 향후 시장의 변화를 이끌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큰 틀에서 중심지역에 위치한 오피스빌딩의 안정성은 더욱 부각되고, 물류센터나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는 한층 더 늘 것으로 전망했다. 또 그동안 리테일 자산에 대한 기피는 더욱 심화될 것이며, 호텔 등을 주거시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중심지역에서 벗어난 오피스 빌딩의 타격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임 본부장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도 미국 IT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정착시키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업무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라며 "이에 빗대어 보면 중심지역에 위치한 코어 오피스빌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심지역을 벗어나 있는 오피스빌딩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라임 사태 이후 안정성을 추구하는 리테일 투자자들의 추세가 이같은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실물 부동산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점쳤다. 더욱이 시중에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에 자금이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도 유동성 영향을 많이 받는데 정부가 정책적으로 주거용 부동산으로 가는 유동성을 막고 있기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기관들의 투자에 더해 안정성을 추구하는 리테일 투자자들도 상장 리츠나 부동산펀드 등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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