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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업 넥스트 오너십]재능그룹 승계키 '재능출판'…캡티브가 이룬 마법②재능교육 기반 매출 확보, 2세 개인회사와 거래·지분스왑

최은진 기자공개 2020-06-23 10:18:06

[편집자주]

국내 학습지 돌풍을 일으키며 성장한 교육기업들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진입했다. 교육열풍에 힘입어 조단위 그룹으로 성장한 데 따라 승계작업이 녹록지않다.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학습지 대신 신성장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임무도 2세대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선두 교육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승계 현황 등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8일 1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JEI재능그룹은 창업주 박성훈 회장이 여전히 회장직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권은 이미 2세에 넘어간 상태다. 독자인 박종우 재능교육 대표이사가 사실상 전 계열사를 총괄하고 있다.

지분승계도 어느정도 마무리 됐다. 지주사 재능홀딩스의 최대주주가 과반 이상을 보유한 박 회장이긴 하지만 재능이아카데미 등을 통해 박 대표도 40%에 달하는 지배력을 확보했다.

승계에 활용된 전략은 캡티브(Captive)였다. 내부거래로 회사를 키워 2세에게 지배력을 넘긴 후 주요 계열사와의 합병 등으로 승계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재능출판 활용 20년 걸친 승계, 재능컴퓨터·스스로미디어 합병

JEI재능그룹은 2016년 모태기업인 재능교육을 분할하고 재능홀딩스를 신설하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재능홀딩스 아래 재능교육(72.53%)·재능인쇄(100%)·재능유통(100%)·재능방송·재능셀프러닝(1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재능홀딩스는 오너일가 소유다. 박성훈 JEI재능그룹 회장이 53%로 최대주주고 2대주주는 26%를 소유한 재능이아카데미다. 박 회장의 독자 박종우 재능교육 대표이사가 13.11%, 재능문화재단이 0.3% 등으로 그 뒤를 잇는다.

지분구조만 보면 재능홀딩스는 박 회장 영향력 하에 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지배력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2대주주인 재능이아카데미가 박 대표의 개인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지배력이 대략 40%에 육박한다. 재능이아카데미를 통해 2세 승계를 이룬 셈이다.


재능이아카데미의 계보를 살펴보면 재능그룹이 어떻게 승계를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회사의 모태는 1992년 설립된 재능출판이다. 재능교육이 100% 지분율로 최대주주인 자본금 1억원 짜리 소규모 회사였다. 초기 사명처럼 도서 및 교육도서 출판과 판매업이 주요 사업이었다.

소규모 비상장기업인 만큼 당시 실적에 대해 정확한 파악은 어렵다. 다만 재능교육이 매년 20억원 안팎의 매입거래를 해줬다는 점, 2000년대 들어 재능아카데미로 사명을 변경하며 자본금이 100억원으로 늘었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상당한 지원책이 동원됐다는 점은 알 수 있다.

같은 시기 재능교육이 회계상 재능출판에 대한 장부가를 해마다 50억원 안팎의 손상을 반영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재능출판이 재무적으로 힘든 시기였고 이를 재능교육의 자금력으로 버텼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재능교육은 2003년 재능출판의 학습지 개발 부문의 영업자산을 2억8100만원에 양수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5년 재능출판은 박 회장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오너가족회사였던 재능컴퓨터와 합병을 했다. 재능컴퓨터는 1993년 설립 이후 줄곧 재능교육과 80억원대의 거래를 하며 실적을 올리던 IT 서비스 회사였다. 당시 거래는 재능교육이 재능출판 지분을 처분하는 방식이었다. 재능출판의 지분을 오너일가나 재능컴퓨터에 넘긴 후 합병하는 절차를 밟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절차가 어떻든 중요한 건 얼마에 처분했느냐다. 당시 재능교육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매도가능증권 처분으로 5억7000만원이 유입된 것으로 나온다. 장부가에 40억원으로 잡혀있었기 때문에 나머지는 감액손실로 잡혀있다. 20억원대 매출에 3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황이었긴 하지만 수년간 상당한 지원을 한 것 치고는 꽤 낮은 가격 넘겼다는 인상을 지우긴 어렵다.

재능출판과 재능컴퓨터가 합병한 이듬해 매출은 110억원, 영업이익은 55억원으로 퀀텀점프를 했다. 역시 매출 대부분인 108억원의 매출은 재능교육으로부터 창출됐다. 캡티브 역량을 최대치로 활용한 결정체인 셈이다.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재능출판은 불과 1년만인 2006년 대주주가 '스스로미디어'라는 회사로 바뀌었다. 합병절차 등을 감안할 때 최대주였던 박 회장이 스스로미디어에 재능출판을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승계의 결정타가 나온다. 스스로미디어가 바로 박 대표가 자본금 5000만원으로 차린 개인회사다. 이에따라 재능출판의 주주는 스스로미디어 60%, 박 대표 30%로 확실한 2세 소유 회사가 됐다.

이후 재능출판의 자본금은 2억원대로 쪼그라들었지만 실적은 꾸준했다. 지분관계도 해소된 재능교육으로부터 매년 9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박 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부동산 관리회사인 매출 100억원대의 재능유통지분까지 확보했다. 박 회장이 보유지분을 재능출판에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박종우-스스로미디어-재능출판(재능아카데미)-재능유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한 셈이다. 재능출판은 매년 20억원 가량의 배당을 하며 박 대표의 자금지원 역할도 했다. 캡티브를 통해 확실한 실적과 지배력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 이 기간동안 재능출판의 사명은 재능이아카데미로 변경됐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신규사업으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300억짜리 재능유통 주식으로 1000억대 재능홀딩스 취득

캡티브 거래 등을 통해 박 대표가 무난히 그룹의 한축을 담당했지만 승계까지는 또 다른 관문이 있었다. 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재능교육을 지배하는 묘수가 필요했다. 이는 지배구조 자체를 변경하는 대대적 작업이 동원됐다.


2016년 재능이아카데미는 모기업인 스스로미디어와 합병했다. 주주구성은 박 대표 지분 47.6%, 자기주식 44.9%로 단촐해졌다. 나머지는 박 대표의 두 여동생 몫으로 미미했다.

비슷한 시기에 재능그룹은 재능교육을 분할시켜 지주사 재능홀딩스를 만들었다. 재능교육의 최대주주였던 박 회장이 자연스레 재능홀딩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재능이아카데미가 보유 중이던 재능유통 지분 50.78%를 현물출자 하면서 재능홀딩스 지분 26.08%를 가졌다.

당시 재능유통의 장부가는 316억원, 재능홀딩스의 주식 취득가액은 1000억원이었다. 이 거래로 재능이아카데미는 단박에 60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박 대표는 재능교육 지배력을 확보한 것은 물론 보유기업의 자산규모까지 늘리는 효과를 봤다.

재능교육을 기반삼은 캡티브 거래는 20여년에 걸친 '승계'라는 결과물을 안겼다. 아직 박 대표가 재능홀딩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진 않았으나 이미 승계는 어느정도 마무리 된 상태다.

간섭받지 않은 캡티브 거래, 이를 활용한 합병 및 지분스왑 그리고 승계, 일련의 과정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재능교육 뿐 아니라 재능이아카데미, 스스로미디어 등 전 계열사의 이사직에 오너가인 박 회장과 박 대표는 물론 안주인 안순모씨와 두딸들까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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