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업 넥스트 오너십]전성기 끝난 재능교육, '교육외길' 부작용①캡티브 사업으로 외연 확대, 2007년 이후 노조문제로 실적·이미지 급락
최은진 기자공개 2020-06-22 07:58:12
[편집자주]
국내 학습지 돌풍을 일으키며 성장한 교육기업들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진입했다. 교육열풍에 힘입어 조단위 그룹으로 성장한 데 따라 승계작업이 녹록지않다.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학습지 대신 신성장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임무도 2세대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선두 교육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승계 현황 등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7일 10: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능교육은 대교·웅진·교원그룹과 비교해 덩치는 작지만 과거 학습지 '빅(Big)4'로 불릴 정도로 잘 나가던 교육기업이다. 창업주 박성훈 회장이 직접 연구개발한 '스스로 학습법'과 '재능학습 시리즈'는 대중에게 꽤 익숙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한 때 학습지 1위 자리까지 넘볼 정도로 영향력을 자랑하던 재능교육은 풍부한 현금흐름을 밑천삼아 사세확장을 꾀했다. 그렇다고 경쟁사들처럼 한눈을 판건 아니다. 신사업이라고 해봐야 방송·인쇄·IT 등 교육사업과 내부거래로 키울 수 있는 게 주요 아이템이었다.
이는 '교육외길을 걸었다'는 자부심으로 자리했지만 교육사업이 쪼그라들면서 전체 계열사들도 함께 위축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10여년 전 불거진 노사갈등으로 인한 후유증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면서 전체 계열사 실적이 전성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 뒤늦게 성장동력 찾기에 몰두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자체개발 교육법 흥행…인쇄·IT·부동산 등 신사업 확대
재능교육은 1977년 신영상역이라는 이름의 작은 무역회사로 출발했다. 미국 MBA를 졸업한 창업주 박성훈 회장이 과거 무역회사를 다니며 쌓은 노하우와 해외 네트워크 등을 접목해 수출입 사업을 하려 했던 게 시작이다. 그러다 일본에서 공문수학(구몬)이라는 학습지가 인기를 끈다는 데 주목하고 교육출판업에 뛰어들었다. 1979년 사명을 재능산수로 바꾸고 '재능'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학습지 시리즈를 만들었다.
선두 교육업체인 대교그룹과 출발은 비슷했지만 대교는 일본 브랜드를 그대로 적용시킨 반면 재능교육은 직접 새로운 교육법과 브랜드를 창조하는 데 전력을 쏟았다는 차이가 있다. 박 회장은 미국의 프로그램식 학습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스스로학습법'이라는 자체 개발 학습법도 선보였다.
'학년·연령에 관계없이 능력별·개인별 맞춤 학습'이라는 당시로는 생소한 슬로건을 앞세웠던 게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 들어 내놓은 재능학습 시리즈가 단박에 회원수 5만여명을 모았다. 1990년대엔 '스스로 어린이'라는 광고음악까지 히트를 치며 성장에 불을 지폈다. 2000년대 들어 재능교육의 학습지 회원수는 100만명에 이르렀다. 학습지 1위자리를 넘볼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1990년대부터 전성기를 맞은 재능교육은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확장정책을 펼쳤다. 1993년 재능인쇄와 재능컴퓨터, 1997년 재능유통(옛 우미물산), 1998년 재능방송 등을 계열사로 추가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경쟁사들이 정수기·식품·건설 등 해보지 않던 사업으로 시선을 돌린 데 반해 재능교육은 '캡티브(Captive) 거래'에 방점을 두고 신사업을 추진했다는 데 있다. 연간 매출기준으로 재능인쇄 200억원, 재능컴퓨터 80억원, 재능유통 100억원 가량을 벌어들였는데, 이 중 99% 이상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한 실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재능교육의 학습지 인쇄를 재능인쇄가 맡았고, 재능교육의 현금흐름을 기반삼아 부동산 투자업무를 재능유통이 맡았다. 재능컴퓨터(현 재능이아카데미)는 계열사의 IT 시스템 구축 등을 담당했다. 이를 통해 외형을 불린 재능교육은 2007년 3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데 따라 전체 계열사 매출규모가 5000억원 안팎으로 커졌다.
◇쇠락기 결정타 노사갈등, 全 계열사 실적 동반추락
재능교육의 쇠락기는 경쟁사보다 빨리 찾아왔다. 업황이나 재무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노사관계가 발목을 잡았다. 1999년 학습지 교사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30여일간 파업을 벌이며 업계 시선을 끌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사세가 확장되면서는 사사건건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임금교섭 등의 협상이 번번이 결렬됐던 것은 물론 무리한 회원 영업 압박에 유령회원 관리 문제로 심한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7년 시작된 노조의 농성은 역대 최장기간인 2000여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마무리 된 일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재능교육의 실적은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매출은 2007년 3200억원을 최고점으로 기록하고 지금은 1600억원대로 축소됐다. 300억원을 웃돌던 영업이익은 10억원대에 불과하다. 노조와의 갈등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한 것은 물론 회원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게 배경이었다.
문제는 재능교육이 교육 외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이렇다 할 성장동력이 없었다는 데 있다. 재능교육을 기반으로 캡티브에 의존한 사업을 영위했기 때문에 재능교육의 어려움은 곧 전체 계열사의 동반추락과도 같은 의미였다.
재능인쇄의 경우 한창 잘 나가던 때 250억원의 매출과 8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노조문제가 불거진 이후 매출 규모는 유지된 데 반해 영업이익은 한자릿수로 축소됐다. 그나마도 최근들어선 적자를 보고 있다.
재능컴퓨터는 100억원대의 매출이 업종변경에도 불구하고 반토막 났다. 50억원 안팎을 올리던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그나마 부동산 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재능유통 정도가 꾸준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재능교육 관계자는 "현재 재능AI를 기반으로 한 학습 서비스와 에듀테크 사업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교육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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