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발 K-배터리 연합에 재조명받는 LG-SK 분쟁 10월 최종판결·비토권도 '변수', 정부 주도 연합 '경계 목소리'
박기수 기자공개 2020-06-29 14:11:54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6일 13: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최근 국내 배터리 3사 중 두 곳인 삼성SDI와 LG화학 공장을 찾으며 'K-배터리 연합' 가능성이 업계에 대두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조만간 3사중 남은 한 곳인 SK이노베이션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현대차-삼성-LG-SK'라는 초대형 배터리 연합의 탄생도 기대하는 분위기다.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상상만의 조합'만으로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배터리 드림팀'은 코로나19 등으로 침체한 국내 경제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이슈다. 대기업집단끼리 모여 의기투합한다는 모양새도 그럴듯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행여나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배터리 업체들이 서로 불편한 동침을 할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동맹이나 협업 관계가 구축되더라도 '현대차-배터리 업체 간' 동맹이지, '배터리 업체-배터리 업체 간' 동맹은 이뤄지기 힘들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 와중에 작년 불거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재조명받고 있다. 두 업체는 작년 지적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감정적 표현까지 주고 받으며 설전을 벌이는 등 현재 '분쟁 국면'에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LG-SK 분쟁
현재 두 회사의 분쟁은 아직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다. 양 사간 분쟁은 지난해 4월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며 시작됐다. 이후 SK이노베이션 역시 반론을 주장하며 역으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ITC와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제기하는 등 이슈가 점차 커졌다.
그러던 올해 2월, LG화학이 작년 말 ITC에 제기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ITC는 SK이노베이션에게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다음 달 SK이노베이션이 조기패소 판결 건에 대한 이의제기를 신청하면서, ITC는 다시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본토에 많은 공장을 유치하고 싶어 하는 미국 정부의 비토(Veto, 거부)권 행사도 변수다. ITC가 최종판결을 내려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이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 경우 ITC의 행정조치는 효력을 상실한다. ITC의 최종판결은 오는 10월 초 내려질 전망이다.
현재 양사에는 비판적 논조가 담긴 반박 자료를 쏟아내며 치열하게 다투던 작년의 모습은 없다. 다만 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양사의 분쟁이 다시 한번 뜨거워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고 ITC가 LG화학의 요구 사항을 들어줄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셀과 모듈 등 부품 소재에 대해 미국 내 수입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사업 자체에서 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는 것이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고 이게 곧 국내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시선이 있다"라면서 "양 사가 아직 어떠한 합의 등을 이뤄내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순식간에 협업 무드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입김 경계'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K-배터리 연합에 정부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한다. 기업과 기업 사이 필요에 의한 협력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기업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 단위에서의 개입이 이뤄지면 진행 중인 LG와 SK간의 재판도 자칫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최근 정의선 부회장의 이재용 부회장(삼성SDI), 구광모 회장(LG화학) 회동에 정부 입김이 들어갔다는 객관적 정황은 없다. 다만 올해 1월 일부 언론에서 청와대가 국내 배터리 3사와 현대차 고위 임원을 불러 힘을 모아 미래차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나설 방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보도됐던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SK간 분쟁의 핵심은 자사 기술이 유출됨에 따라 발생한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를 가리자는 것"이라면서 "자발적인 연합 구축이 아닌 정부 입김이 조금이라도 들어갈 경우 배터리 업체들의 영업 비밀이나 지적재산권 침해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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