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League Table]거래액 10조로 회복…IMF·금융위기 학습효과[ECM/Overview]IPO·유증·메자닌 일제 증가, 증시 회복 확신이 투심 원천
이경주 기자공개 2020-07-01 10:01:02
이 기사는 2020년 06월 30일 13: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가 국내 주식자본시장(ECM)을 새로운 길로 이끌고 있다.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절정에 이른 2020년 2분기 ECM은 오히려 반등했다. 2019년 2분기에 비해 거래액이 2조원 가량 늘어 10조원 수준으로 회복됐다.투자은행(IB)에선 증시 체질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관과 개미들의 전략변화가 시작됐다. 단기투자에서 장기투자로 관점이 바뀌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가 반면교사다.
과거 두 차례 위기 직후 투자자들은 변화무쌍한 증시보단 안전자산을 찾았다. 하지만 1~2년 후 증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회복됐다.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선 투자자들이 다른 판단을 했다. 폭락장에 베팅했다. 증시회복에 대한 강한 확신이 깔려있는 장기투자라는 평가다.
◇SK바이오팜 IPO 필두, 유증·메자닌 일제 반등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유상증자(Rights Offering, RO)와 기업공개(IPO), 주식연계증권(ELB) 딜을 합산한 ECM 발행액은 9조176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2분기 7조6606억원에 비해 26.9%(2조570억원) 늘어났다. 코로나19 파장 진입기인 2020년 1분기(6조5293억원)와 비교해서도 48.8% 증가한 수치다.
유상증자와 IPO, ELB 모든 딜이 늘어난 결과다. 특히 IPO 증가율이 돋보였다. 2020년 2분기 1조1237억원으로 2019년 2분기(5712억원)에 비해 96.7%(5525억원) 증가했다. 2019년이 IPO 시장 보릿고개였던데 따른 기저효과에 더불어 2020년 2분기에는 SK바이오팜이란 대어급 IPO가 성공적으로 성사된 덕이다. SK바이오팜 공모액은 9593억원으로 전체(1조1237억원)의 85.4%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ELB는 2조5295억원에서 3조4622억원으로 36.9% 늘었다. ELB 중에선 CB(전환사채) 발행액이 2020년 2분기 2조9089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9년 2분기 2조4736억원에 비해선 17.6% 늘었다. 주요 딜은 현대로템이 6월 발행한 2400억원 규모 CB다. BW(신주인수권부사채)는 같은 기간 227억원에서 1598억원으로 602%, EB(교환사채)는 331억원에서 3934억원으로 10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상증자는 4조5599억원에서 5조1317억원으로 12.5% 늘었다. 주요 딜은 에이치엘비(발행액 3391억원), HDC현대산업개발(3207억원), 심텍(618억원) 등이다.
◇IMF·금융위기 보다 더한 충격, 투심은 반대로
코로나19 파장은 IMF나 금융위기와 비슷한 큰 경제적 충격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2020년 2분기 증시에 대한 투심은 과거 위기와 정반대로 움직였다.
2020년 2월 중순 코스피지수는 2200대에서 코로나19 확산기인 3월19일 연중 최저점인 1457로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반등을 거듭해 6월30일 2100대가 됐다. 반년도 안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SK바이오팜(IPO)과 에이치엘비(유상증자), 현대로템(CB) 등이 빅딜을 단행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을 동반하지 않은 증시회복이다. 펀더멘털은 2020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증시에 때 이르게 투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옥석가리기에 따른 선별투자다. 유망한 바이오와 4차산업, 게임, 소재 관련주 위주다.
IB업계에선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과거 두 차례 위기를 반면교사 삼은 결과로 진단했다. 과거엔 위기 직후 변동성이 높은 증시투자보다 안전자산인 국채나 회사채 투자를 선호했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연금이나 보험, 부동산으로 자금을 쏟았다.
하지만 증시는 예상보다 빨리 회복됐다. 금융위기 파장으로 2008년 10월 코스피지수는 900대로 추락했지만 1년만인 2009년 11월 1600대로 치솟았고, 2년후인 2010년 11월엔 1900대가 됐다.
이에 코로나19 국면에선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증시를 투자 타깃으로 삼았다. 특히 코로나19 파장 직후 사태를 주시하느라 일시적으로 투자활동이 멈추면서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쳐났는데, 적잖은 자금이 ECM으로 행선지를 택했다. 또 다른 핵심투자처인 부동산이 2020년 정부규제 본격화로 인해 외면 받은 영향도 컸다.
한 초대형IB 고위임원은 “2020년 상반기 증시회복은 기본적으론 유동성의 힘(ECM으로 쏠림)”이라며 “코로나19 파장 직전엔 고객예탁금이 10조원대였지만 지금은 40조~50조다. 주식을 매입하려고 대기하는 자금이 이전보다 3배 이상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늘어난 고객예탁금엔 개인투자자 비중이 많다. 개인들이 과거 IMF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좋은 발행사 주가가 많이 빠져있으면 언젠가 오른다는 경험을 했다”며 “고객 중에는 부동산을 팔아 자금을 넣은 분도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IPO 빅딜 다수 대기, 역시 긍정 전망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2분기 변화가 중시 체질개선을 이룬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투자가 목적인 경우가 많아 증시 변동성은 과거보다 줄어들면서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선 임원은 “개인 투자자들은 부동산이나 연금으로 자금을 운영해봤자 수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며 “노후자금 성격으로 증시에 장기투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증시도 미국처럼 '팔자'보다 '사자' 위주의 분위기다. 발행사가 일시적 악재에 흔들리더라도 팔기보단 계속 사려는 수요가 클 것”이라며 “빈약했던 수요측면이 튼튼해지는 것으로 향후 증시 변동성을 낮춘다는 점에서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IPO 시장은 또 다른 대어급이 대기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2조원 이상으로 거론되는 카카오페이지와 4조~5조원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연내 증시입성을 목표로 IPO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역시 흥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IB는 판단했다.
ELB와 유상증자 시장 역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발행사들이 펀더멘털 악화로 회사채 등 채권발행이 힘들어져 자본확충으로 유동성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일부 초대형IB들은 사전수요 파악에 나서는 등 영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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