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통큰 결단, SK바이오팜 흥행 이끌었다 [Deal Story]조대식 의장 시장친화적 공모가 의지, 발행사는 반대…그룹 IPO 평판 제고
이경주 기자공개 2020-06-22 15:28:41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9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바이오팜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이 블록버스터급 흥행을 기록한 것은 지주사 SK㈜의 통큰 결단 덕분이었다. SK㈜ 경영진이 SK바이오팜측의 반대의견에도 시장친화적 공모가 전략을 고수했다. 투자자들은 유망 바이오주가 저렴하게 나오자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SK㈜는 그룹차원의 이미지 제고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높은 밸류(기업가치)를 제시해 상장 후 주가하락으로 투자자들 원성을 사는 것보다, 낮은 밸류로 시작해 주가를 끌어올려 투자자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대그룹이 취해야할 자세라고 봤다.
◇조대식 SK㈜ 의장, 밸류 중심잡아…장동현 CEO가 실무 총책임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 희망 공모가는 SK㈜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주관사단에게 시장친화적 가격을 주문했다. SK㈜의 사내이사이자 SK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수장 조대식 의장이 이번 IPO 최종 의사결정권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발 역할은 SK㈜ CEO인 장동현 사장과 재무책임자(CFO)인 이성형 부사장이 했다. 장 사장과 이 부사장이 주관사단과 협의한 가격을 조 의장이 최종 허가했다.
SK바이오팜은 이번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로 3만6000~4만9000원을 제안했다. 시가총액으로는 2조8192억~3조8373억원 규모다. IPO에 본격 착수하기 전 거론되던 밸류가 5조원이었음을 감안하면 1조~2조원 수준 할인된 가격이었다.
투자자는 반색했다. 기관수요예측(6월 17~18일)에 총 국내 기관만 976개 곳이 참여해 무려 569조원을 청약했다. 공모액(하단기준 7048억원)의 800배가 넘는 규모다. 특히 90% 이상이 공모가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 베팅했다. 덕분에 평균 베팅 공모가는 5만8617원으로 상단을 1만원 가량 웃돌게 됐다.
SK㈜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 흥행은 어려웠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SK바이오팜 경영진측이 이번 공모가가 너무 저렴하다며 강하게 반대했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일궈온 경영진 입장에선 밸류가 곧 성과로 보여지는 지표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 부사장측이 원안을 관철하면서 결과적으로 수요예측이 역대급으로 흥행하게 됐다.
◇삼성그룹 주주친화전략 주시…SK루브리 IPO 실패 만회 계기로
IB업계에선 SK그룹이 삼성그룹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평가한다. 삼성그룹은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주도로 그룹 계열사 IPO를 할 때 '시장친화적 가격'을 원칙으로 삼았었다. 2010년 역대 최대 공모규모인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2014년 제일모직과 삼성SDS,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 IPO에 모두 원칙이 적용됐다.
가장 최근인 삼성바이오로직스 IPO는 당시 미래전략실이 주관사단에게 적정 공모가에서 30%를 무조건 할인하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로직스 수요예측은 흥행할 수밖에 없었다. 1조8691억원에 이르는 공모규모에도 295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저렴한 공모가 덕에 상장 후 주가도 우상향만 지속했다. 공모가는 13만6000이었지만 1년 뒤인 2017년 말 주가는 33만원대로 2.5배로 치솟았다. 현재 주가는 79만원대다.
SK그룹은 SK루브리컨츠 IPO를 세 차례나 철회한 이력이 있다. SK루브리컨츠는 2013년, 2015년, 2018년 IPO에 도전했으나 수요예측에서 원하는 밸류에 이르지 못하자 최종 포기했다. 이 탓에 SK그룹은 자본시장으로부터의 평판이 훼손됐었다. 이에 그룹 차원에서 삼성그룹 사례를 주시하다 SK바이오팜 IPO에서 통큰 결단을 내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덕분에 SK그룹 내 잠재 IPO 주자들도 향후 자본시장으로부터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SK건설과 SK매직, SK실트론, SK E&S 등이 잠재 후보들이다. SK루브리컨츠 역시 그룹 평판회복으로 재도전에 나설 여지가 생겼다.
IB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SK바이오팜 딜을 통해 투자자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이길 바랬다”며 “투자자 뿐 아니라 주식을 배정받은 임직원(우리사주조합)들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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