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7월 07일 10: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누가 당신 회사의 디지털 전환을 리드하는가?1. CEO (최고경영자) 2. CTO (최고기술담당 임원) 3. COVID-19(코로나19)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정답이 쉽게 나오는 문제다. 디지털, AI, 빅데이터 등등의 활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이미 상당 기간이 지났다. 기업들도 디지털로 전환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뿐만 아니라 생존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만 무성할 뿐 실질적인 전환은 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예상치 못한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에는 기업 내 이미 세워져 있던 BCP(Business Continuity Plan ·업무 연속 계획) 하에서 전 직원 재택근무나, 순환근무(재택근무팀과 사무실 근무팀을 나눠 팀별로 순환하게 함), 유연근무(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하에 8시간 근무) 등이 시행됐다. 우선 급한 대로 장소를 옮기거나 (재택근무, 순환근무) 또는 시간을 옮기는 (유연근무) 방식으로 비즈니스가 지속됐다면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향후에 어떤 전염병이 나타날지, 전염병이 아닌 예측조차 하지 못하는 어떤 위험이 나타날지 모르니 이런 위기를 미리 예상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팽배해지면서 기업들의 준비가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목적은 어떤 미래에 어떤 환경 변화가 닥쳐도 비즈니스를 지속시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이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단순히 위기만을 피하자는 소극적인 대책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더해지면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왕복에만 두세 시간 걸리는 직원 모두가 모이는 본사가 아닌, 집에서 10~20분 거리의 가까운 사무실, 이른바 ‘거점 오피스’ 제도를 채용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직원들이 원하는 한 지속적으로 재택근무를 해도 좋다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장소를 회사라고 칭한다면 이 경우에는 오피스 빌딩이 아닌 집이 곧 회사인 것이다.
'언택트'. 2020년 1월까지는 들어본 적 없는 이 용어가 어느새 자연스럽게 생활 전반에 녹아 있다. 재택근무도 언택트 비즈니스이고, 온라인쇼핑도 언택트 비즈니스이다. 정체를 보이거나 소폭의 상승을 보이기도 하던 소매판매액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2020년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2.3%라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온라인 판매액은 감소하지 않았다. 총매출은 감소했는데 온라인 매출이 제자리이면 오프라인 매출이 더욱 크게 감소한 것이다.
제품을 생산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물류 프로세스를 단순하게 1. 제조를 위한 원재료의 운송 2. 생산·제조한 제품의 보관 3. 보관 제품의 판매 장소로의 이동 4. 소비자
의 4단계로 정리해보면 코로나19 이후에는 3번째 단계인'판매 장소로의 이동'의 생략이 더욱 가속됐다. 2번에서 4번으로, 보관에서 소비자로 직접 전달되고 있다.
전통적인 물류센터의 역할이 '생산과 보관'이었다면 코로나19 이후 물류센터의 역할은 '유통과 판매'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아예 그 역할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나 아마존의 물류센터처럼 웬만한 상점에서는 다 구비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는 물류센터는 이러한 전환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그렇다면 물류센터를 보관 장소로 정의해야 할까 판매장소로 정의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사무용 빌딩, 호텔, 판매시설, 물류센터 등의 공간에 대해 이름이 그 공간의 목적과 역할을 정의해 왔다. 사무용 빌딩이니까 이곳은 비즈니스가 운영되는 곳이고, 물류센터이니 물건들을 보관하는 곳이라고. 그러나 이제는 기업을 운영하고 지속하기 위한 장소가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시설이 필요한지, 물건을 사고팔기 위한 활동이 잘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목적에 맞게 새롭게 정의해야 공간의 생존이 가능할 것 같다. 안전해야 함은 물론이다.
공간이 그 이름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고, 그러니 공간 사용자의 목적에 부합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상장리츠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혜택에 힘입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국내, 외 오피스빌딩, 물류센터, 호텔, 판매시설 등 여러 자산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다양한 리츠가 준비되고 있다. 개인들에게는 일반 기업의 주식 외에도 다양한 리츠 투자 기회가 생긴다. 수익률의 향방은 각각 상품을 구성하는 공간들이 과연 제 몫을 할 것인가에 달려 있기에 코로나19 이후에 달라지는 비즈니스의 활동을 잘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의 정의가 새로워 보이는 7월이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
이화여자대학교 통계학과 졸업
University of Surrey 관광개발학 석사
커민스코리아 마케팅 담당
아시아 비즈 스트레티지 컨설턴트
現 세빌스코리아 리서치&컨설팅 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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