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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CP 발행 주춤? 발행사는 오히려 늘어 [Market Watch]코로나19 따른 일시적 수요 위축,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회피는 여전

이지혜 기자공개 2020-07-09 13:04:48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8일 0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기 기업어음(CP) 조달행렬이 올해도 이어졌다. 장기CP는 만기가 1년 이상인 CP를 말한다. 발행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줄었지만 발행사 수는 오히려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아 규모는 줄었지만 조달 유인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지자 대기업들이 장기CP까지 손을 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비금융 민간기업 발행사는 없다. 전매제한 조치 등을 취해 규제를 회피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장기CP는 자본시장을 왜곡하는 주범으로 꼽혀왔다. 경제적 실질이 회사채와 다르지 않은데도 증권신고서를 제출 의무를 비교적 쉽게 회피해 정보 비대칭성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양 줄었어도 수요는 여전, 코로나19 영향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발행된 장기CP는 모두 76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4% 줄었다. 그러나 발행사는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장기CP를 발행한 곳은 모두 5곳(롯데지주, 롯데카드, 미래에셋캐피탈,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 현대캐피탈)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9곳으로 증가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장기CP 조달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롯데그룹의 존재감이 눈에 띈다. 전체 9곳의 발행사 중 롯데그룹 계열사가 롯데카드, 롯데지알에스, 롯데알미늄 등으로 3곳이었다. 발행규모는 롯데카드가 35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한석탄공사와 메리츠캐피탈, 키움캐피탈 등이 뒤를 이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발행을 원하는 곳은 많았지만 시장상황이 나빠 발행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장기CP의 금리적 메리트가 희석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CP는 일반적으로 사모 회사채보다 금리가 낮은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장기CP 발행량이 크게 증가했는데 당시D에도 A1 CP 1년물 금리가 동일 만기의 사모채보다 낮았다. 이런 기조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3월 이후부터다.

3월 코로나19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장기CP와 사모채 간 금리차이가 줄어들더니 급기야 장기CP 금리가 사모채보다 높아졌다. 이때문인지 4월에는 장기CP가 발행되지 않다가 금리가 점차 정상화하는 5월 이후부터 다시 발행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개별민평 방어 수단 기능도?

크레딧에 약점이 있거나 회사채만으로 부족했던 기업들이 장기CP에 손을 댔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장기CP는 유리한 금리와 공시 의무 회피, 조달편의성이 어우러져서 나온 합작품”이라며 “사모채를 발행할 수도 있 기업들이 개별민평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략적으로 장기CP를 발행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기CP는 경제적 실질은 회사채와 같지만 금리체계나 신용평가 시스템 등이 완전히 다르다. 이 때문에 장기CP를 발행할 경우 발행사의 개별민평은 흔들리지 않는다. 크레딧에 약점이 있는 발행사들이 장기CP를 전략적으로 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지알에스나 롯데알미늄,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은 공모채를 발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지알에스는 수년째 공모채 시장에 발길을 끊었고 롯데알미늄도 사모채만 간간히 발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A급 신용도를 회복하기 전까지 공모채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지며 현대중공업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나 조선업황 등 때문에 말이 많다.

장기CP를 조달수단을 다각화하기 위해 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롯데카드와 메리츠캐피탈은 일괄신고를 통해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장기CP를 발행한 것은 조달수단을 다각화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이는 키움캐피탈이나 한화건설도 마찬가지다. 키움캐피탈과 한화건설은 올 들어 사모채는 물론 공모채까지 여러 차례 발행하며 조달에 바짝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일부 신탁사나 증권사 투자자들이 이자지급 방식 등을 이유로 채권보다 장기CP를 선호하는 사례도 있다”며 “장기CP가 해마다 꾸준히 발행되면서 조달금리가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경우 발행사들이 투자자의 요구에 맞춰 장기CP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신고서 규제 우회 여전

장기CP 발행사는 늘었지만 증권신고서 회피 문제는 여전하다. 올해 상반기 장기CP를 발행한 기업 9곳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곳은 롯데카드와 메리츠캐피탈 단 두 곳뿐이다. 한화건설, 현대중공업(신설), 롯데알미늄, 대한석탄공사, 롯데지알에스, 삼성중공업 모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만기 1년 이상의 CP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CP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회사채와 규제차익을 줄이기 위해 2013년 도입된 규제다.

그러나 위탁자가 50인 이상이 될 수 없도록 하거나 보호예수 1년 조건을 건다면 전매제한 조치로 인정돼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면제된다. 다만 대한석탄공사는 특수채 지위를 확보해 증권신고서 제출의무가 면제됐다.

보호예수 기간이 지나면 투자자를 보호할 수도 없고 거래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투자자가 발행사를 판단할 근거가 없어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일 수 없다.

증권신고서 제출의무 회피 기조는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비금융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장기CP를 발행한 비금융 민간기업은 롯데지주,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대우건설 등이 있지만 이들 중 그 누구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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