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빅4 빅뱅]삼성·현대차 맞손 의지...두 수장의 의중은'뉴딜 보고대회서 배터리 3사와 협력' 언급, 삼성SDI와 첫거래 물꼬 관심
박상희 기자공개 2020-07-21 09:08:09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7일 16: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21일 남양기술연구소로 초청하면서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도출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5월에 이은 이번 2차 회동으로 전기차 모빌리티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현대차그룹이 실제로 삼성과 협력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1일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난다. 앞서 5월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이 부회장과 차세대 배터리 협력을 논의한 데 대한 답방 차원이다. 이번 만남은 1차 배터리 회동 이후 약 2개월 만에 성사되는 2차 회동이다.
1차 회동은 5월13일 이 부회장이 정 수석부회장을 삼성SDI 천안사업장으로 초청하면서 이뤄졌다. 이 부회장이 먼저 정 수석부회장에게 손을 내민 셈이다. 이 부회장이 1968년생으로, 1970년생인 정 수석부회장보다 두 살 위다.
1차 회동은 여러 측면에서 재계의 핫 이슈였다. 먼저 한국 재계 오랜 라이벌인 삼성과 현대차를 이끄는 3세대 수장 사이에 공식적으로 이뤄진 첫 비즈니스 미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만남이 성사된 배경도 화제였다. '차세대 반도체'라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협력할 여지를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삼성SDI는 정 수석부회장에게 전기차 산업의 '게임체인저'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수석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4대그룹 간 '배터리 연쇄 회동'으로 이어졌다. 미래 모빌리티를 대표하는 전기차와 여기에 탑재되는 배터리가 재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먹거리라는 점을 빅4 수장이 입증한 셈이다.
업계에서 특히 주목하는 건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과연 손을 잡을까 하는 부분이다. '이재용-정의선' 1차 회동에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삼성SDI는 아직까지 현대차그룹과 거래 관계가 없다. 경쟁사인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이 현대차그룹의 고객사인 점과 대조된다.
때문에 업계는 이번 2차 회동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삼성과 손을 잡을 의지가 있다면 2차 회동 이후 구체적인 선물을 삼성SDI에 안겨주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 부회장을 연구소로 초대한 것이 두 회사 간 거래 성사를 위한 판을 깔아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주재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최근 삼성, LG, SK를 차례로 방문해서 배터리 신기술에 대해 협의했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3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서로 잘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업계는 정 수석부회장의 이 발언이 배터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차그룹과 거래가 없는 삼성SDI와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톱티어로의 도약을 꿈꾸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업체 3사와 골고루 협력해서 손해볼 것은 없다. 더 많은 배터리 업체와 손을 잡는게 득이 될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2025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 및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해 전기차 부문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삼성SDI와 현대차는 배터리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간 이력도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코나 일렉트릭에 배터리를 납품하기 위해 현대차와 수 차례 공동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최종 납품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배터리 부문 이외에서 협력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삼성과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 이외에도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시스템 반도체나 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디스플레이 등 전장 부품 사업 등에서도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현대차는 아직까지는 삼성을 의식해 디스플레이는 LG에서, 시스템반도체 등은 외국기업에서 공급받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과 현대차의 오랜 라이벌 관계를 감안할 때 실질적인 계약으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수십년 간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았지만 1990년대 후반 삼성에서 완성차사업(르노삼성자동차)에 진출하면서 그 전통이 깨졌다.
3세대 경영에 접어든 이후에는 이 부회장이 2016년 9조원을 들여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하자 현대차는 하만 카오디오를 다른 브랜드로 바꾸는 등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이 이 부회장을 만난 후 다른 배터리 업체 수장과 연쇄 회동을 한 것도 주목된다. 첫번째 배터리 회동은 삼성의 요청으로 이뤄졌지만 두번째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세번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회동은 현대차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현대차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성장한 국내 주요 기업들을 순회하면서 꽃놀이패를 벌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맥락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이 부회장에 이어 LG 구 회장과 SK 최 회장을 초청한다면 삼성 입장에선 2차 회동 역시 별 소득을 얻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계 수장들이 전기차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해 만난다는 자체에 의미 부여를 할 수도 있다"라며 "중요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삼성SDI와 실질적으로 거래를 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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