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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 vs 아모레퍼시픽, 중국서 갈린 명운 온라인 나란히 '성공'…오프라인 매출, LG생건 9%↑ vs 아모레퍼시픽 '반토막'

전효점 기자공개 2020-07-31 11:18:45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0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상반기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겪으면서 중국 시장에서 명운이 크게 엇갈렸다.

LG생활건강은 2분기 중국 오프라인 채널에서 대략 9%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선전을 이어갔지만, 아모레퍼시픽은 현지 오프라인 매출이 반토막 나면서 '차이나 드림'을 잠시 내려놔야 했다.

30일 유통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올 들어 중국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현지 화장품 시장 수준의 성장세를 회복하면서 점유율을 수성하고 있다.

◇희비 가른 승부처 '중국'…오프라인 매출 반토막 난 아모레퍼시픽

국내 화장품업계는 코로나19에 따라 최악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상반기 연결 기준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9898억원, 39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5%, 15.4%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실적이 암울한 것은 매한가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0%, 60% 안팎의 역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양사는 일제히 2분기 들어 역성장폭이 커졌다. 하지만 부진의 골은 깊이가 달랐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부문은 어려운 시기에 비교적 선방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예상보다 더 위기에 취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정적 승부처가 된 곳은 중국 시장이었다. 양사는 각각 화장품 매출의 4분의 1을 중국에 기대고 있다. 중국은 2분기 이후 양사가 진출한 시장들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로부터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양사는 현지 화장품 소비가 이커머스로 급격히 전이되고 있는 추세를 타고 온라인 채널에서 모두 호실적을 거뒀다. 2분기 LG생활건강은 중국 온라인 매출이 40% 성장했다.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은 33%까지 상승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이 기간 현지 온라인 매출이 약 30% 성장한 것으로 추산됐다. 온라인 매출 비중은 올해 3월 기준 45%로 1년 전 대비 20%포인트 상승했다. 대표 브랜드 설화수를 중심으로 온라인 판로 확보와 마케팅에 집중한 결과다.

그러나 양사는 현지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던 오프라인 채널에서 극명히 다른 성적표를 받아든다. LG생활건강은 2분기 중국 오프라인 매출에서도 약 9%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오프라인 매출이 정확히 반토막 났다.

오프라인 실적은 중국에서 양사 경쟁력을 가르는 이정표가 됐다. LG생활건강은 2분기 중국 시장에서 매출을 전년 대비 약 20% 신장시켰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20%에서 최대 30%까지 역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영업이익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메랑으로 돌아온 '이니스프리' 점포 중심 성장전략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극명한 실적 차이는 중국 진출 당시 전략이 낳은 나비효과다. 초기 사업구조는 전략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도 이후 사업 방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사업 초기부터 럭셔리 브랜드 '후'를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에서의 인기를 발판 삼아 후 브랜드는 2016년 누적 매출 1조원, 2018년 2조원를 돌파하면서 승승장구했다. LG생활건강은 후속 브랜드 '숨'을 출시하는 등 력셔리 전략을 고수하며 현지 시장을 공략했다.

한때 더페이스샵을 내세워 현지 중저가 수요 공략을 모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 트렌드가 럭셔리 브랜드로 완연히 기울기 시작하자 2018년 130개에 이르던 더페이스샵 현지 가두점포를 일괄 폐점시키면서 전력을 럭셔리에 집중시켰다. 후와 숨은 현재 LG생활건강 중국 포트폴리오 90%를 차지한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중국 진출 당시부터 중저가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선봉대를 맡았다. 이니스프리는 2012년 현지 진출 이후 공격적인 출점을 통해 현지 매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베이징, 상하이 등 현지 1선 도시 다운타운마다 가두 점포를 내면서 시장에 브랜드를 각인시키고자 했다. 이니스프리 점포는 매년 100개 이상 순증해 지난해 한때 600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물론 아모레퍼시픽도 현지 럭셔리 수요 공략에도 신경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설화수는 이니스프리에 이어 중국 매출 20% 이상을 차지는 2위 브랜드다. 2분기 아모레퍼시픽 온라인 매출 성장률 40%는 대부분 설화수 매출에서 나왔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현지에서 중저가 K뷰티 트렌드가 서서히 저물어감에도 이니스프리를 쉽게 놔버리지 못했다. 중국 매출의 과반을 책임지는 이니스프리를 과감하게 수술대에 올리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때 늦은 구조조정'…실적 발목

수백 곳에 이르는 이니스프리 점포들은 매출은 늘지 않는데 막대한 고정비만 발생시키면서 중국 성과의 발목을 잡았다. 작년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 1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점포를 리뉴얼하는 한편, 임차료가 비싼 1·2선 도시에 위치한 점포를 3·4선 도시로 재배치하는 전략을 취했다. 점포를 줄이기보다는 리브랜딩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결과는 실패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올초 2차 구조조정을 단행, 이니스프리 점포를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2분기 중국 오프라인 매출이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이유도 이때문이다. 코로나19로 가두 점포를 찾는 발길이 뚝 끊긴 가운데, 구조조정에 따라 점포 폐점행렬이 잇따르면서 매출이 추가로 줄었다.

중국은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군침을 쏟는 시장이다. 코로나19로 전세계 경기가 침체한 올해도 1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시장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 성장률을 확보하면서 점유율을 수성하고 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들어 현지 시장점유율을 크게 빼앗긴 모양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후·숨 백화점 매장이 3월부터 영업을 재개하면서 눌려져있던 소비가 살아났다"면서 "이에 따라 2분기 현지 오프라인 채널도 온라인과 함께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숫자만 보면 좋지 않지만 온라인 성장률이 최근 급격히 올라오는 등 사업 구조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향방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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