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 리뷰]사법리스크 시달린 삼성전자, 올해 1순위 '윤리경영'①매년 중요이슈 뽑아 순위 선정…'유해물질→고객안전→노동관행' 순으로 변화
원충희 기자공개 2020-08-10 08:04:40
[편집자주]
국내 주요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 자신들이 중요시하는 경제·사회적 가치를 제시하고 어떤 성과를 달성했는지를 공개한다. 한 꺼풀 벗겨보면 여기에는 그들이 처한 경영적 혹은 경영외적 상황과 고민이 담겨있다. 기업이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윤리·사회·환경문제에 기여하는 가치를 창출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요즘, 이들의 지속가능경영 현황이 어떤지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6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2020년 지속가능경영 중요이슈 1순위로 '윤리경영 및 컴플라이언스'를 꼽았다. 지난 2년간 중하위권에 있던 윤리경영 항목이 수직 상승한 반면 이전에 중요이슈 1순위로 있던 노동관행 항목은 한 단계 하락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회사에 가장 주요한 경영·사회적 이슈로 작용했기 때문이다.삼성전자는 매년 비즈니스·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 24개를 뽑아내 사무국, 경영진, 외부전문가 검토를 거쳐 우선순위를 정한 뒤 7~8월쯤에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담는다. 2020년 중요이슈들은 전년인 2019년 삼성전자가 직면한 경영환경이 어땠는가를 보여준다. 1순위로 선정된 중요이슈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처해왔던 경영환경 변화를 엿볼 수 있다.
2016년에는 유해물질 관리가 경영·사회적 중요이슈 1순위로 꼽혔다. 앞서 2013년 1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불산이, 3월 구미의 구미케미칼에선 염소가스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학물질 안전대책이 사회적 아젠다로 부각되면서 2013년 5월 정부가 마련한 관련법은 2014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2015년 1월부터 시행됐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이다.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도 제품 내 유해물질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삼성전자에게는 경영적으로, 사회적으로도 중요이슈가 됐다. 이에 제조공정의 유해물질 관리 강화, 폴리염화비닐, 브롬계난연제, 프탈레이트 등 제품 내 유해물질 관리에 지속가능경영 초점을 맞췄다.
2017년에는 고객 안전보건이 선정됐다. 전년(2016년)에 불거진 갤럭시노트7 사태가 원인이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언팩(Unpack) 행사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한 갤노트7은 생각지 못한 배터리 발화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삼성전자는 결함을 인정하는 대국민사과와 더불어 글로벌 전량 리콜을 선언했다. 판매 재개와 중단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갤노트7은 두 달도 안 돼 사상 최단기 단종 스마트폰 모델이 됐다.
2018~2019년은 노동관행이 주를 이뤘다. 2018년에는 협력사 노동관행을 1순위로 선정하고 협력사 사업장 아동노동자 철폐, 중점관리협력사 현장점검을 100% 실시했다. 애플·구글 등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더욱 까다롭게 적용하면서 촉발된 연쇄효과다.
기폭제는 2016년 초 발표된 세계적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스마트폰 배터리 속에 숨은 아동노동 실태' 보고서다. 아프리카 콩고에서 불법 아동노동을 통해 채취된 코발트를 담은 스마트폰 배터리가 최종 소비자인 삼성전자와 애플에 공급됐다는 내용이다. 이런 노동인권 문제는 기업 활동에 중장기적 리스크로 작용한다. 나이키의 경우 아동노동 이슈로 전 세계적인 불매운동에 직면해 상당한 브랜드 타격을 입고 대대적인 공급망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2019년은 노동관행 및 인권이 꼽혔다. 무노조 경영 기조를 이어오던 삼성전자에게 2018년은 의미심장한 한해였다. 미래전략실을 비롯한 경영진 주도 하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공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전직 임원들은 물론 이상훈 이사회 의장까지 구속됐다. 재판에 넘겨진 혐의자만 32명에 달했다.
올해 중요이슈 1순위로 윤리경영 및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가 선정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컴플라이언스팀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변경해 독립성을 강화하고 외부감시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킨 데는 윤리·준법경영 체제를 구축하려는 목적이 있다. 작년부터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오너의 경영활동 위축이 지속가능경영 저해요인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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