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 리뷰]LG디스플레이, 기술 초격차에 사운 걸었다중요과제 '기업문화→R&D·품질' 전환…OLED 기술력 확보에 올인
원충희 기자공개 2020-08-21 13:12:09
[편집자주]
국내 주요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 자신들이 중요시하는 경제·사회적 가치를 제시하고 어떤 성과를 달성했는지를 공개한다. 한 꺼풀 벗겨보면 여기에는 그들이 처한 경영적 혹은 경영외적 상황과 고민이 담겨있다. 기업이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윤리·사회·환경문제에 기여하는 가치를 창출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요즘, 이들의 지속가능경영 현황이 어떤지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1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연속 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영상패널이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전환되는 과도기를 틈타 저가공세로 치고 들어온 중국 업체에게 당했다. 대형 OLED에서는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매출 주력인 LCD가 덤핑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됐다.LG디스플레이로선 중국이 OLED 양산체제를 갖추기 전에 기술격차를 최대한 벌리는데 사운이 걸렸다. 2년 연속 희망퇴직과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 고강도 구조조정 속에서 연구개발(R&D) 비용을 되레 늘린 이유다.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OLED 분야의 R&D 역량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최근 5년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와 2017~2018년 사에 주요 이슈에서 간극이 나타났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 구축과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 등이 중요 과제로 지정한 반면 2019년에는 R&D 혁신을 통한 품질 책임, 임직원 다양성 및 역량 강화를 중대 과제로 삼았다.
실제로 지난해 R&D로 지출된 비용은 1조7763억원으로 2017년(1조6718억원), 2018년 (1조7571억원)에 이어 꾸준히 늘었다. 매출액 대비 R&D 비용도 2017년 6%에서 2018년 7.2%, 작년에는 7.6%로 상승세다.
경영실적이 좋아지는 와중에 R&D 비용이 느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나 LG디스플레이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2018년 당기순손실 1794억원으로 시작해 작년에는 1조35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 상반기도 8789억원 영업적자 상태다.
사업부 정리와 인력감축이 이뤄졌고 희망퇴직 등으로 임직원 수는 3700명 가량 줄었다. 8년간 LG디스플레이를 이끌었던 한상범 부회장이 사퇴하고 정호영 사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받는 CEO 교체도 이뤄졌다. 전반적인 다운사이징과 비상경영 속에서 R&D 조직과 예산은 늘었던 셈이다.
LG디스플레이의 R&D 조직은 크게 기술개발 파트와 제품개발 파트로 구성돼 있다. 기술개발조직인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의 연구소에선 차세대 신기술과 기초 기반기술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직속 담당조직에서는 제품개발을 위한 선행기술 연구를 통해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한다. 제품개발 조직의 경우 TV, 정보기술(IT), 모바일 등 각 제품군별 담당 조직이 별도로 구성돼 있으며 특성에 맞는 제품개발을 위해 파주, 구미 등으로 분리·운영하고 있다.
미래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대형·중소형 OLED 시장 선점을 위해 2015년부터 파주, 구미, 중국사업장에 대규모 시설투자을 단행했다. 세계 최초 롤러블(Rollable) OLED, 8K 해상도 TV용 대형 OLED, 투명(Transparent) OLED 등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한 신제품을 개발한 것도 성과다.
품질관리 측면에선 제품별, 생산단계별, 지역별 품질관리 담당 전문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시스템 기반의 품질 가시성 확보를 바탕으로 지난해 선행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3대 품질관리 전략인 △개발품질 완성도 확보 △양산 품질사고 제로 △품질비용 혁신에 집중했다. 특히 전략제품인 OLED TV, 커머셜 디스플레이(Commercial Display), 모바일(Mobile) P-OLED, 차량용 디스플레이(Auto Display) 제품에 대해 차별화된 품질보증 체계를 만들었다.
지속가능경영 주요 과제가 1년 만에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에서 'R&D와 품질'에 급전환된 것은 2~3년 내 실적 반등과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OLED 사업 확대를 위해서다. 정부 보조금에 힘입은 중국 업체들의 LCD 저가 물량공세를 감당하기 힘든 만큼 한 차원 높은 기술력으로 차세대 먹거리인 OLED를 선점하기 위한 행보다.
조직개편을 통해 LCD 부문을 줄인 반면 여유자원을 대형 OLED와 중소형 P-OLED 분야로 전환 배치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조치다. 중국이 물량공세를 펼칠 역량을 갖기기 전에 따라오기 어려울 만큼 OLED 기술격차를 벌리는 게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역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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