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이동걸 회장의 최후통첩 '2가지 포석'정몽규 회장 막판 회담…유동성 절반씩 부담 제안, 무산시 '플랜B'
고설봉 기자공개 2020-08-26 16:04:20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6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마무리 짓기 위해 배수진을 쳤다. 26일 가질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의 면담에서 마지막 제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제안이 거절될 경우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M&A는 좌초될 가능성이 큰 만큼 양측의 수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산업은행 및 M&A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정 회장과의 면담에서 아시아나항공 M&A를 마무리 짓기 위해 파격 조건을 내걸 계획이다. 핵심은 HDC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산은이 일부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아시아나항공 M&A 이후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유동성을 산은과 HDC그룹이 절반씩 부담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HDC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초기 재무부담을 덜어주고, 대규모 현금 동원에 따른 피로도를 풀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M&A 업계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항상 강조했던 기본원칙은 고통과 손실 분담”이라며” 이번에 워킹캐피탈(운전자본) 지원방안을 내놓은 것도 HDC와 채권단이 서로 반보 양보해 고통과 손실을 분담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산은에서 추정하는 필요 유동성 규모는 3조~4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최대 50%가량을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에 직접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이 회장과 정 회장이 큰 틀에서 합의하면 지원 규모 및 방식을 추후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산은이 어떤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줄지는 아직 구체화 되지 않았다. 다만 유상증자 등 유동성 공급을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신주를 취득하는 형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등을 감안해 단순 차입금 형태의 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방안으로 영구채가 거론된다. 영구채는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일정 이자만을 영구히 지급하는 채권이다. 차입금이지만 회계상 자본항목으로 계상돼 유동성 공급과 재무구조 개선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제안은 HDC그룹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를 인수한 뒤 ‘뉴 머니(신주)’를 투입하는 데 따른 부담을 줄여주고자 하는 차원이다. 이에 따라 기존 계획대로 HDC그룹이 금호산업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인수하는 조건에는 변경이 없다.
대신 인수 뒤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금 지원 부담을 산은이 줄여 주겠다는 계획이다.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구주 인수 뒤, 유상증자 등의 방법으로 유동성을 대량 공급해 아시아나항공을 조기에 경영 정상화 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우협 선정 당시 HDC그룹 측에서 추정한 아시아나항공 총 인수비용은 최대 3조5000억원에 다다를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의 사정이 더 안 좋아지면서 예상 비용은 더 늘었다.
이번에 산은이 내놓는 조건의 핵심은 ‘고통과 희생 분담’이란 구조조정 원칙에 입각해 설계됐다. 산은은 그동안 기업 구조조정에서 고통과 희생 분담 원칙을 꾸준히 지켜왔다. 이 개념은 일종의 부실해결비용 또는 파산비용을 함의하고 있다.
부실기업을 처리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은 여러 형태로 발현된다.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주체별로 경영자는 경영권 상실, 대주주는 감자로 인한 자본손실, 채권자는 채무조정에 따른 손실, 종업원들은 계속근로기회의 상실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결국 산은이 채권단으로서 리스크를 일부 부담하며 ‘뉴 머니’를 더 투입하는 대신, HDC도 예비 대주주로서 기존의 계약을 파기하지 말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매듭짓자는 취지로 읽힌다. 이번 회담은 산은이 먼저 제안한 만큼 아시아나항공 M&A 종결에 대한 산은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더불어 이번 회담 개최 및 새로운 조건 제시는 향후 M&A 불발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란 해석도 나온다. 산은이 끝까지 성실하게 딜 종결을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 쌓기란 분석이다.
HDC그룹은 그동안 재실사 등을 요구하며 산은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압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HDC그룹의 요구가 ‘노딜’에 대비한 일종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HDC그룹이 M&A 성사를 위해 진정성을 보였고, 산은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일종의 명분을 남기기 위한 차원이란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산은도 이번에 파격 조건을 내세우고, 막판 회담을 성사시키며 M&A 결렬에 대비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M&A가 최종적으로 무산되고 옛 대우조선해양 M&A 사례처럼 계약금 반환 소송 등 법정공방으로 번질 경우 산은과 채권단이 끝까지 M&A 성사를 위해 진정성을 보였고, 조건을 변경하면서까지 딜을 성사시키려고 애썼다는 명분 쌓기란 해석이다.
앞선 관계자는 “딜을 완료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겠지만 결렬에도 대비하는 차원도 있을 것"이라며 "끝까지 노력했지만 HDC그룹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명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딜이 깨지는 상황도 염두에 두고 산은 내부에서도 플랜B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고설봉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현대차그룹 CEO 성과평가]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전동화·전장·비계열’ 다각화 통했다
- [새판 짜는 항공업계]다크호스 이스타항공, 항공업 판도 바꿀까
- [새판 짜는 항공업계]비상 날개짓 이스타항공, 더딘 경영정상화 속도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진에어, 한진칼 통합 LCC 주도권 ‘이상무’
- 체급 키우는 에어부산, 펀더멘털 약점 극복
- [새판 짜는 항공업계]슬롯 지키기도 버거운 이스타항공 '영업적자' 감수
- 티웨이항공, 장거리 딜레마...3분기 이례적 손실
- [CFO Change]기아, 내부 출신 김승준 상무 CFO 발탁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부회장 부활' 성과보상 특급열차 다시 달린다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혁신·파격·미래' 2018년 대규모 인사 데자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