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SK이노, ITC 배터리 소송 충당금 어떻게 처리할까"올해 재무제표 반영 안한다"…재무 악화·자금조달 불확실성 커져 최대한 미룰듯
박상희 기자공개 2020-08-31 11:41:46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8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LG화학과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최악의 경우 수조원 규모의 배상금을 지급할 위기에 처한 SK이노베이션이 어떻게 소송 충당금을 쌓을 계획인지 관심이 쏠린다. 대규모 충당금이 일회성으로 반영되면 SK이노베이션 재무지표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SK이노베이션은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자회사 SK에너지 실적 부진으로 상반기에만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와중에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주력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조 단위 투자가 예정돼 있다. 추가적인 재무구조 악화는 자금조달과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수장인 이명영 부사장(사진)은 재무구조 악화를 막기 위해 충당금 반영 시기를 최대한 늦출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8일 "미국 배터리 기술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과가 나온다고 바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충당금을 쌓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 연방고등법원 등에 항소하는 등 추가적인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리튬이온배터리 셀 등의 수입을 금지해 줄 것을 요청하는 소송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했다. 같은해 11월에는 ITC에 증거보존 의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ement)을 요청했다. 올 2월 ITC는 LG화학의 주장을 받아들여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변론 등의 향후 절차를 생략하고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조기패소 판결에 대해 ITC의 재검토를 요청했고 현재 진행 중이다.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판결은 10월 5일로 예정돼 있다. 최종 판결 이전 합의를 위한 배상 협의는 금액 차이로 중단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이 수백억원 규모의 배상금을 제안한데 대해 LG화학은 진정성이 없다며 수조원 규모를 요구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시장의 관심은 SK이노베이션이 소송 충당금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쏠린다. 통상적으로 대형 글로벌 기업들은 재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미리 배상금 규모를 예상해 충당금으로 설정해 놓는 경우가 많다. 충당금은 기업에서 앞으로 지출될 것이 확실한 비용을 미리 손실로 털어내는 계정이다.
LG화학과의 배터리 소송전은 지난해 시작됐지만 SK이노베이션의 6월말 기준 연결 감사보고서에 소송 관련 충당금은 반영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소송 합의금에 대비해 1조원 상당의 충당금을 쌓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상반기 적자만 2조2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충당금을 쌓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의 주요 재무지표는 배터리 사업 투자를 본격화 한 2018년 이후 계속 악화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77.4% 수준이던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은 2018년 87%, 2019년 117.1%로 상승했다. 6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148%에 이른다.
한국기업평가 등은 SK이노베이션의 연결기준 조정순차입금/EBITDA가 2배를 지속적으로 초과하는 경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7년 0.3배 수준이던 조정순차입금/EBITDA 지수는 2018년 1.1배, 지난해 말 2.9배를 기록했다. 올해 이 지수가 계속 2배를 초과할 경우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상황에서 대규모 충당금 설정은 재무지표에 엄청난 악재일 수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자금 마련 차원에서 100% 자회사 SK IET의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실질적인 자금 유입은 내년에야 가능하다. 지난해 이사회 의결을 거친 페루 광구 매각은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자회사 SK루브리컨츠 매각도 연내 단행될지 확신할 수 없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재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명영 부사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던 이 부사장은 2018년 말 SK이노베이션으로 적을 옮겼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 소송 관련 대규모 충당금 설정은 재무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소송 충당금 설정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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