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9월 08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들어 공모펀드 시장에서 운용사를 떠나는 주식 매니저 소식이 많이 들린다. 실력 있는 펀드 매니저를 '모셔가는' 운용사들이 많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직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펀드매니저들의 퇴사 혹은 사의표명은 업(業)에 대한 회의감에서 비롯되고 있다.코로나19 사태도 한몫했다. 펀드 매니저들은 지난 3월 국내 증시가 급락한 이후 빠른 속도로 반등하는 추세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증시가 오를 이유가 없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결국 실물경기 침체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불안감을 느끼면서 증시에서 돈을 뺐지만 스마트한 개미들이 빈자리를 채우며 증시를 떠받쳤다.
예측하기 어려웠던 증시 반등으로 펀드 매니저들은 투자에 실패했고 책임을 지고 퇴사를 결정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꼽히는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상무)마저 사의를 밝혔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에서 중소형주펀드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왔던 이하윤 주식운용본부장도 최근 퇴사했다.
1990년대 IMF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공모펀드 시장에서는 위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걸출한 스타매니저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번진 위기에서는 오히려 스타매니저들 마저 업계를 떠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인재들이 사라지는건 공모펀드 시장의 경쟁력이 그만큼 저하된다는 의미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성장하는 전문사모 운용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았다면 이제는 개인투자자로 전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공모나 사모펀드 시장을 배제하고 금융투자업계의 다른 분야로 이직을 고민하는 매니저들도 적지 않다.
공모펀드 매니저들은 수년째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공모펀드 설정액은 2014년 말 이후 200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주식형펀드는 10조원 넘게 빠졌다. 오히려 펀드 수익률이 개선되는 시기에는 원금 회복이나 차익 실현성 환매가 속출한다. 수익률이 저조해도, 양호해도 펀드매니저는 딜레마에 빠진다.
주식형펀드가 쪼그라들었지만 공모펀드 운용사들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시장 위축이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었고 대체투자를 늘리면서 수년째 체질개선을 해왔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운용사 내에서 주식형 펀드 매니저들의 입지도 줄고 있다는 얘기다.
조만간 정부가 공모펀드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라 업계의 기대감은 어느때 보다 커지고 있다. 그러나 활성화 대책이 아무리 좋더라도 그 대책에 따라 펀드를 운용하는 건 결국 매니저다. 공모펀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부의 활성화 대책이 힘을 받으려면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운용사들의 고민이 더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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