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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노딜' 공표 미루는 산은…플랜B 합의 이견 탓감자비율·사채·ABS 등 고통분담 논의 제자리걸음…기안기금 규모 합의도 아직

고설봉 기자공개 2020-09-09 07:53:08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8일 15:2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합병(M&A) 결렬 공식 선언을 미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미 지난주 거래 무산을 확정했지만 발표만 미루고 있는 상태다.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에 대한 계획(플랜B)에 대한 채권단 내 합의가 명확히 수립되지 않아 이를 미루고 있다는 전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HDC현산과 아시아나항공 M&A 협상 결렬을 지난주 확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딜' 선언을 지속해 미루고 있다. 인수 주체인 금호산업과 HDC현산이 지난해 12월 작성한 M&A 계약에 대해 해지를 통보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발표 일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우선 지난달 26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직접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한 최후 협상을 벌였다. 이후에도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기존 주장했던 ‘재실사’ 요구만 거듭했다. M&A 계약 파기가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M&A 결렬에 따른 후속 대책을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표 역시 미루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른바 '플랜B'로 불리는 향후 계획은 이전부터 수립해뒀지만, 이를 구체화하고 현실화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계약해지 통보를 이른 시간 내에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후의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기안기금, 영구채 및 채권 출자전환, 차등감자 등을 포함한 정상화 계획이 나오고 있지만, 채권단 내부에서 일의 순서 및 강도에 대한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M&A 결렬은 단순히 인수 주체가 사라진 것 이상의 충격파를 산은에 안긴다. 이번 M&A는 대주주 교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룬다는 목표가 내재돼 있었다. 이에 따라 단순 구주 인수보다는 신주 발행을 통한 ‘뉴머니’ 공급에 초점이 맞춰 딜 구조가 짜여졌다. 산은이 전면에 나서 딜을 주도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딜이 깨지면서 ‘뉴머니’를 공급할 주체가 사라졌고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계획도 처음부터 다시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산은이 직접 자금공급자 역할을 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플랜B 가동을 논의 중이다. 핵심은 산은 등 채권단 주도로 ‘뉴머니’를 공급해 유동성 위기에 몰린 아시아나항공의 급한 불을 끄는 것이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 하에 두고 지속적인 투자 및 경영 정상화를 수행하는 방안이다.

산은이 수립한 플랜B에는 향후 재매각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정상화 및 코로나19 종식 등으로 항공업 영업환경이 개선되는 시점에 아시아나항공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면 매수자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산은발 구조조정을 거친 후 현대중공업으로 매각이 이뤄진 ‘대우조선해양 모델’이 거론된다.

하지만 플랜B를 현실화 하는데 있어 내부 잡음이 일고 있다. 쟁점은 구조조정의 강도와 방식이다. 어느 정도까지 부실을 도려내고 어디까지 신규자금을 지원할지 등에 대한 ‘디테일’에 대한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플랜B에 포함된 경영 정상화 방안에는 구조조정 및 신규자금 수혈 등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대주주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의 차등 감축자본(감자)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차등감자 논의에서부터 내부 이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감자 비율 설정 논의부터 합의가 만만치 않은 상태란 후문이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위기 때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적용했던 대주주 100대 1, 일반주주 3대 1의 비율도 이번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 채권단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자금 투입 규모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은 등 채권단에서 추정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필요자금은 최소 3조원에서 최대 4조원 가량이다. 이런 와중에 당장 가용할 수 있는 기안기금으로 2조원 가량을 투입해야 급한불을 끌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기안기금 투입은 산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의 최종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에 약 2조원 규모 기금을 수혈하는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의사결정에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산은과 채권단이 보유한 채권을 출자전환 하는 방식에 대한 합의도 맴돌고 있다. 산은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M&A를 전제로 긴급 수혈한 8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별도로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을 얼마나 전환 할지 등은 아직 논의 중이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딜 결렬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아직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문제는 디테일인데 누가 더 많이 기여를 할지 어느 방안을 더 먼저 실행할지 등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향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계약금 반환 소송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각 채권단 관계자들이 공식적인 언급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따라 딜 종료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히 설명하고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등의 절차가 채권단 내부에 진행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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