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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채권단, 대주주 감자 논의 본격 시작'고통과 희생 분담' 원칙, 게걸음 매각 거래 활로 마련 목적

고설봉 기자공개 2020-09-03 07:51:59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2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지분에 대한 차등 감축자본(감자) 논의에 본격 돌입했다. 박삼구 회장 측에 부실경영 책임을 보다 더 확실히 묻고 제자리 걸음만 하는 매각 절차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M&A 실패까지 염두에 두고 이를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M&A를 추진하는 동시에 선제적 구조조정까지 검토하는 차원에서 대주주에 대한 무상감자 논의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이 심화되면서 안팎의 위기감이 커진 데 따른 결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고 자본잠식이 심화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전의 유·무형의 손실에 대해서는 일종의 결산을 하고 이 결산 결과에 입각해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주체들 간의 감자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등감자는 산은이 그동안 꾸준히 주장해온 구조조정 원칙에 입각해 더 힘을 얻는 모양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늘 강조하는 기본원칙은 ‘고통과 희생의 분담’이다.

산업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에서 이 같은 원칙을 꾸준히 지켜왔다. 일종의 부실해결비용 또는 파산비용을 함의한 개념이다. 부실 해결 과정에 발생하는 비용을 경영자 경우 경영권 상실, 대주주는 감자로 인한 자본손실, 채권자는 채무조정에 따른 손실, 종업원들은 계속근로기회의 상실 등으로 다양하게 반영하고 있다.

특히 채권단의 감자 논의는 HDC그룹과 현재 진행 중인 M&A 구조 자체를 뒤바꿀 수 있는 이슈란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26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만남에서 ‘파격 조건’으로 대주주 감자 의사 역시 전달했다는 말도 들린다. 다만 산업은행 측에서는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한 상태다.

감자가 현실화 되면 현재 진행 중인 M&A 구조는 완전히 달라진다.

우선 HDC그룹과 채권단이 맺은 계약은 3228억원을 주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30.77%)를 인수하는 것이다. 동시에 별도로 2조1700억원을 마련하고 아시아나항공에 유상증자로 자금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계약 전 차등감자가 실시되면 HDC그룹이 인수해야 할 ‘구주’ 자체가 대거 줄어들거나 없어지게 된다. HDC그룹이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뉴머니’를 수혈하는 정도로 딜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아울러 산은은 영구채 인수 등 방식으로 HDC그룹의 뉴머니 조달에 대한 부담을 일부 줄여주기로 한 상태다. 최대 4조원의 거래가를 구상 중이며 이 중 절반(2조원)을 산은이 책임지기로 했다.

감자 논의에는 채권단이 M&A 실패 이후를 준비하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는 후문이다. 채권단은 M&A 추진과 별도로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고삐를 죈다는 계획이다. M&A를 통한 최대주주 변경과 이를 통한 뉴머니 수혈만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려둔 상황으로 알려졌다.

감자가 실현되면 옛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경영 정상화 과정과 비슷한 상황이 된다. 과거 산은은 옛 금호그룹 부실 사태를 진화하고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 등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주주 차등감자를 추진한 전례가 있다. 당시 산은은 대주주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차등감자를 진행했다.

2010년 4월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자본금을 줄이는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대주주 주식을 100대 1, 소액주주 주식은 3대 1의 비율로 차등감자를 진행했다. 이어 11월에는 금호산업의 감자도 진행했는데, 일반주주는 4.5대 1 감자를 적용했지만 대주주에게는 역시 100대 1 감자를 요구했다.

당시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에 대해 워크아웃을 추진 중이던 채권단은 채권금융회사의 75% 이상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동의서를 받아 감자를 진행했다. 최대 채권자인 산은이 이 방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안건은 가결됐다.

이번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감자 논의도 예전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미 산은이 주채권은행으로 부상한 만큼 감자를 하기로 결정하면 이를 추진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산은의 보유 채권규모가 다른 시중은행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산은이 결정하면 그래로 감자가 진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산은은 지난해 5000억원, 올해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했다. 이를 출자전환하면 산은의 지분율이 단숨에 36.9%로 뛰어 금호산업(30.7%)을 제치고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그만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산은 중심의 구조조정은 힘을 얻게 된다.

앞선 관계자는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대주주 지분을 무상감자하고, 향후 어떤 식으로든 투입될 ‘뉴머니’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시도하는 차원”이라며 “상황이 급박해지면 우선적으로 ‘뉴머니’를 투입하고, 구주주의 확약을 받은 뒤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차선책도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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