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노딜' 수순에 소송 먹구름…차등감자 논의 여부 관건이동걸·정몽규 회장 최종담판 내용 따라 분쟁양상 갈릴 전망
고설봉 기자공개 2020-09-04 07:39:27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3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노딜(No deal)'로 끝맺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다시 거래 결정권자들의 만남이 있었던 지난달 26일로 향한다. 이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서울 모처에서 만나 최종 담판을 벌였다.거래가 무산되면 계약금 반환을 둘러싼 양측의 법정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종 담판에서 산은이 얼마나 파격적인 조건을 내놨는지, HDC현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만한 명확한 사유가 있었는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차등감자 수용 의사 전달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평가다.
3일 채권단 관계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M&A 거래는 결국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 측은 "추가 재실사 없이는 인수도 못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산업은행에 다시 전달했고 산은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동걸 회장과 정 회장이 지난달 26일 만남을 가진 이후 일주일 넘게 HDC현산 측 답변을 기다려왔다. HDC현산의 인수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는 '파격적' 제안을 했기 때문에 거래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HDC현산은 재실사 요구만 지속해 전달했다.
거래가 무산되면 HDC현산은 서둘러 계약금 반환 소송에 돌입할 전망이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2500억원대 인수 계약금을 지불했고, 계약 무산에 따른 대금 반환 여부는 법정에서 따져야할 문제다.
소송이 벌어지면 산은 측이 HDC현산에 제시한 조건이 무엇이었는지가 최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HDC현산 측에 지극히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결국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도 약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 회장은 채권단과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최소 3조원에서 최대 4조원의 자금 중 각각 절반씩을 공동 투자하자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과 HDC현산이 각각 최소 1조5000억원~최대 2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HDC현산은 기존 계획했던 인수대금(2조1700억원)보다 더 낮은 가격에 아시아나항공을 가져갈 수 있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건 양측이 차등감자 논의 및 약속까지 했는지 여부다. 채권단 내부에선 이 회장이 정 회장과 마지막 만남에서 HDC현산이 지속해 요구했던 대주주 지분 감자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말도 들린다.
채권단 관계자는 “최종협상에서 이 회장이 정 회장에게 제시한 조건 중에 차등감자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사실상 딜을 다시 뒤집을 마지막 카드였다”며 “구주와 신주에 대해 사실상 산은이 지원할 수 있는 범위에서 모든 지원책을 제시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산은 측이 최종담판에서 차등감자 약속을 했다면 HDC현산의 계약금 반환 논리는 더욱 약해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경우 구주 인수 부담을 완전히 덜어낼 수 있어 인수 가격이 보다 더 낮아지는데다 HDC현산 측이 지속해 요청했던 구주가격 인하까지도 산은이 받아들일 정도로 매각 의지와 성의를 보였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구주가격 인하는 HDC현산이 꺼내들었던 핵심 요구사항이자 산은이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않았던 문제 중 하나였다.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이 M&A 매물로 등장할 때부터 시장에서는 항공사라는 매물의 희소성을 들어 ‘구주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M&A 참여자를 중심으로 구주 가격만 7000억원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보유 중인 지분(30.77%)을 대거 희석시키거나 구주 가격 자체를 크게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HDC현산은 꾸준히 “구주의 가치가 너무 높게 평가됐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협상 과정에 재무구조 악화 및 차입부채 과도화 등을 이유로 구주가격을 낮추기 위한 협상을 지속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 3228억원만 주고 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구주를 인수하기로 협의 했다. 당시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가치만을 반영한 가격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사실상 붙지 않은 셈이다.
동시에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에 유상증자로 2조17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뉴머니’다. 뉴머니는 HDC현산이 인수전 초반부터 강조한 부분이다.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는 과정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뒤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구주가격을 깎는 대신 그 자금을 모두 뉴머니로 투입하겠다는 논리였다.
결국 이 회장이 정 회장과 만남이 있었던 지난달 26일 차등감자를 받아들이겠다고 전달했다면 HDC현산 측이 거래 종결을 위해 제시했던 주요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와 관련 산은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M&A를 추진하는 동시에 선제적 구조조정까지 검토하는 차원에서 대주주에 대한 무상감자 논의에 최근 돌입한 상태로 확인된다. 정 회장에게 제시한 약속 이행 차원에서 이를 시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와 무관하게 거래는 무산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M&A가 결렬 수순에 돌입한 만큼 향후 쟁점은 ‘누가 더 성실하게 딜 종결을 위해 협상에 임했나'로 옮겨간다. 산은은 감자 등 여부를 떠나서도 제시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수정조건을 HDC현산 측에 내세웠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M&A가 결렬된 이후 양측간 책임공방 및 법정분쟁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마지마가까지 누가 더 딜을 완료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는지 여부가 향후 송사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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